전 강원도지사 최문순씨가 추진한 레고랜드는 처음엔500억 규모의 사업이었다. 레고랜드를 개발하는 지역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2000억 규모의 사업으로 커졌다. 그런 이유로 지자체인 강원도는 보증을 서며 채권을 발행했다.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는 레고랜드를 통해 2000억 원의 수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해 채권 만기일인 9월 29일 하루 전날인 28일에 지급 불가능을 선언했다. 그러자 바로 채권 시장이 요동쳤다. 채권 시장의 불안정성은 기준금리 변화를 일으킨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현재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대규모 감세를 추진하는 윤석렬 정부는 정부 살림을 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 정책과 관련된 예산을 순위로 줄이고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려 하고 있다. 

2023년 사회복지 예산 205조8천억원 가운데 의무지출은 144조6천억원으로 올해 대비 11% 늘어났으나, 재량지출은 61조2천억원으로 5.4% 줄었다. 의무지출이 법률에 의해 반드시 집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재량지출은 정부의 복지에 대한 태도와 의지가 반영된 것임을 고려할 때, 현 정부의 복지예산 축소 의지가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할 수 있다. 

사회복지분야 사업이 특히 큰 폭으로 삭감된 부문은 주택과 고용이다. 특히 임대주택 프로그램과 고용창출 프로그램 위주로 예산 삭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보건분야의 경우 코로나19 예방접종 금액이 2.3조원 감액된 것이 감액의 가장 큰 이유이지만, 이와 함께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의료 및 분만취약지 지원 등 공공보건의료확충 프로그램의 삭감도 이루어졌다. 

우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남석인 교수팀이 올해 9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한 복지 관련 시민의식 조사에서 정부의 복지 증세에 응답자의 73.8%가 찬성하였으며, 88.7%는 정부의 사회서비스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정부가 현재  복지예산 축소를 선택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정책 성과 가능성을 생각해봐도 부적절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채권시장 문제 외에도 미국의 경제 불안정성으로 인해 기준 금리가 계속해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경제위기와 물가상승은 결국 서민생활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겪은 팬데믹은 불평등이 갖는 엄혹한 민낯을 우리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들춰냈다. 정부는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예산 삭감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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