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바라본 100호의 기록

연세춘추 1900호를 맞아 그간 발행된 기사들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러자 연세춘추가 집중해왔던 문제와 함께 그동안 연세춘추가 외면해왔던 문제들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러한 분석에서 학내 구성원들이 연세춘추를 왜 찾았는지, 혹은 왜 찾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연세춘추의 현 위치를 진단하고,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데이터로 본 연세춘추

기자들은 1800호부터 1900호 사이에 발행된 연세춘추의 부서별 기사와 매거진 TheY기사 전문을 분석했다. 기사 텍스트의 빈도를 분석한 후 워드클라우드*로 시각화해 연세춘추가 어떤 단어를 사용해 어떤 의제에 주목했는지 파악했다. 더불어 키워드 네트워크**(keyword network)분석으로 핵심어의 동시 출현 빈도를 분석했다.

 

 

*보도부 기사

연세춘추 보도부는 학내 사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학생사회의 면면을 기록했다. 워드클라우드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학생'(9823)이었다. 이어 '우리'(3528), '교수'(3457) 순으로 높은 사용 빈도를 보였다. 이외에도 '대학교'(2791)'문제'(2716) 역시 자주 사용됐다.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학생', '문제', '선본', '공약' 등의 키워드가 또렷한 연관을 보였다. 또한 '교수', '대학교', '교육' 등의 키워드 역시 밀접한 관계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보도부는 '학생사회''교육'에 집중했다. 보도1부장 나예진(경영·20)씨는 "보도부는 제2의 학생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는 "과거의 기사에 비하면 기자의 시각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관계가 다변화되면서 중립적인 기사를 작성하니 논조가 제한된 것이다.

 

*사회부 기사

연세춘추 사회부는 학내외 사회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뤄왔다. 매주 20~30매 분량의 기사가 2~3개씩 발행된다. 워드클라우드에서 가장 많은 빈도수를 보인 단어 역시 '사회'(1501)'문제'(179)였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시도도 드러났다. '제도'(827), '지원'(813), '교육'(676)을 언급하며 공동체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하기도 했다.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여성', '장애인', '청년', '노동자' 등이 '사회'와 강하게 이어졌다.

다만 사회문제의 시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2022학년도 1학기 연세춘추에 입사한 김대권(언홍영·17)씨는 "시의적인 문제를 다루지 못하다 보니 독자들의 관심이 적어지는 것 같다""매번 비슷한 흐름의 기사가 발행되니 기시감이 든다"고 말했다. 소수자 문제에 집중하면서 문제의식의 다양성을 놓쳤다는 것이다.

 

 

*매거진 기사

연세춘추 매거진부는 매월 청년시사매거진 TheY를 발행한다. TheY37호부터 76호까지의 기사에서 도출된 워드클라우드에 '청년'292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사람'1454, '사회'1219번 쓰였다. 그 외에도 문화(569), 사진(538), 작가(398), 예술(379) 등이 높은 사용 빈도를 보이며 그 뒤를 이었다. 핵심어 중 주어는 '청년', '사람', '대학', '문화'이며, 서술어의 경우 '생각', '시작', '지원', '존재', '사랑' 등이 사용됐다.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한 문장 안에서 '청년' 키워드는 '정책', '지원', '사회', '세대', '문제' 등이 함께 쓰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문화'라는 키워드는 '신촌', '사업', '청년'과도 밀접하게 연결됐다.

청년이라는 틀에 갇혀있다는 한계도 존재했다. 매거진부장 이승연(정외·20)씨는 "매거진은 청년을 규정짓던 단일한 시각에서 벗어나 청년 당사자로서 다양한 관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도 "청년이라는 범주 안에서 기사를 다루다 보니 비슷한 의제가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위기의 연세춘추?
연세춘추 진단서

계속해서 비슷한 기사만 내는 탓일까. 낮은 열독률이 학보사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와 비교해 점차 평균 조회수가 낮아지고 있다. 2022학년도 2학기 연세춘추 편집국장 김예서(경영·19)씨는 "논쟁적인 학내 사안을 보도하는 기사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조회수가 줄어들고 있다""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학사 운영이 끝난 이후 조회수가 소폭 상승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일부 기사에만 조회수가 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익명 커뮤니티가 대체재로 활발히 기능하게 된 것도 학내언론의 침체 원인으로 꼽힌다. 경기대 미디어학과 홍성철 교수는 "학생들은 학내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학내 언론사를 뒤적이기보단, 학생들의 의견을 자체적으로 모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공론장의 형태가 다양해지며 대학언론의 중요성이 희석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연세춘추의 SNS 활용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연세춘추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는 401, 동영상은 63개다.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1504, 게시물은 262개다. 인스타그램에는 주간 기사의 일부를 소개하는 카드 뉴스만이 일주일에 1회씩 올라온다. 이번 학기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영상도 사진영상부의 동문 인터뷰 콘텐츠가 유일하다. SBS 생활문화부 허윤석 부장은 "연세춘추의 유튜브 채널 업로드가 활발하지 않다""숏폼 콘텐츠가 떠오르는 만큼 기성 언론사에서도 많은 시도를 하고 있으니 이 흐름을 연세춘추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춘추 독자 김민지(UIC·20)씨도 "지면보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기사를 확인하지만 비슷한 형식의 게시글만 올라온다""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올린다면 보다 많은 학생이 연세춘추를 찾을 것"이라 말했다.

대학사회라는 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세춘추 35기 편집국장을 지낸 우리대학교 강상현 명예교수(사과대·미디어기술과사회변동)"과거에 비해 대학생의 의식이 많이 변했다""사회문제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개인주의가 급속도로 심해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최지향 교수 역시 "대학사회 구성원인 학생들이 '우리 문제'보다 '자기 문제'에 관심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지은(언홍영·20)씨는 "취업 준비로 스펙을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학내 사안에 관심을 쏟을 여력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대학사회에 자리한 각자도생의 문법이 학보의 위기를 심화하는 셈이다.

어려운 상황에 인력난까지 겹쳤다. 현재 연세춘추의 부서당 평균 기자 수는 4명에 불과하다. 최 교수는 "학내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다면 학내 언론사의 구성원이 되지 않으려 하기에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라 말했다. 연세춘추 전 동인회장을 지냈던 YTN 이종수 기자는 "학보사 활동보다 다른 활동이 취업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학생들의 생각도 원인"이라며 "취재 제작 인력이 적으면 기자당 기사 부담이 커질 것"이라 전했다.

인력이 줄면서 기자 개인은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다. 통상적으로 제작 업무는 금요일 저녁 7시부터 새벽, 토요일 오후 낮 2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진행된다2022학년도 1학기 연세춘추에 입사한 김병훈(불문·22)씨는 "20~30매 분량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항시 사회 현안을 살펴야 한다는 게 부담"이라면서 "사회부 기자의 특성상 외부 현장에 취재를 많이 나가는데, 학생 기자라는 한계로 인해 취재에 어려움을 겪을 때도 많다"고 말했다. 2021학년도 2학기 연세춘추에 입사한 김대한(글창융경영·21)씨는 "제작 일정이 언제 끝날지 몰라 금요일, 토요일은 편집국을 떠나지 못한다""그 외에도 취재와 기사 작성에 드는 시간에 비해 처우가 충분하지 못해 허탈하다"고 밝혔다.

변함없는 정론직필의 가치 속
변화하는 연세춘추가 되기까지

대학 언론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은 단연 연세춘추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연세춘추를 포함한 많은 대학 언론은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한국 대학신문의 효시라 불리는 연세춘추는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언론계 전문가들은 명확한 독자층 설정과 양질의 콘텐츠 제공을 통해 열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가 콘텐츠를 수요에 맞게 제공하려면 독자층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허 부장은 "뉴미디어 시대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주요 독자층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차별화 전략을 통해 언론사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춘추에서 113기 기자로 활동했던 한국일보오지혜 기자는 "연세춘추만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에 집중해야 한다""대학생의 시각을 담아내고 이를 지역사회 의제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원의 노력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 열독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대학 언론의 낮은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SNS의 활성화와 독자 참여형 이벤트 등 쌍방향 소통을 강화해 독자의 유입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연세춘추 74기 기자로 활동했던 「조선일보」 손진석 기자는 "단순히 기사를 통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이용자가 적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행사와 콘텐츠를 제공해 독자와 친숙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신문편집국장 이원호(경영·18)씨 역시 "언론사는 독자가 기사를 읽어주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SNS 이벤트나 독자 참여 코너를 신설하는 방식으로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언론의 인력난과 구성원의 처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대학 언론사의 활동 경험이 주는 이점을 강화하고 인력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기자는 "단순히 재미와 취미로 대학 언론에서 활동할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기자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학 언론사 경험이 지원자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고민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손 기자는 "대학생들이 공동체보다 자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추세"라며 "'우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인력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업 문제를 해결해 대학 언론 구성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 교수는 "학생기자의 업무 부담 요인 중 하나인 학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언론 활동에 대한 학점 인정이 필요하다""주간 교수의 평가를 통해 학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을 고려해 학교 측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 언론사의 활동이 기성 언론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이점이 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와 풍파 속에서도 연세춘추는 정론직필의 기치를 곧게 세워 진실과 진리를 좇을 예정이다. 시대가 신문을 외면해도 기사는 계속해서 쓰인다. 상투적인 '위기'라는 수사대신, 기자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더욱 예민한 감각으로 실재(實在)를 파헤칠 것이다. 그것이 언론의 본령이고 학생언론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곽민정 기자
bodo_duck@yonsei.ac.kr

사진 박경민 기자
lightmiin@yonsei.ac.kr

 

 

* 워드클라우드: 특정 단어의 빈도나 중요성을 글자의 크기로 나타낸 이미지
** 키워드 네트워크: Keyword Network. 텍스트들의 키워드 간의 관련성 측정해 기사의 경향 및 동향을 살펴보는 방법
*** 인터랙티브 콘텐츠: 미디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모든 종류의 쌍방향 형식 콘텐츠로, 이용자와 상호작용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