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이 우리에겐 개천절이지만 독일에서는 통일기념일이다. 40년간 갈라져 있던 독일이 전격적으로 통일이 된지도 벌써 32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의 분단기간은 더 늘어났다. 독일이 통일되고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민주화될 때 많은 이들이 우리 한반도도 곧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갈라져 있고, 남북관계는 더욱더 냉랭해져 정부 간은 물론 민간차원의 교류도 거의 끊기고 오로지 적대적 대립만이 부각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다시금 남북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장구한 역사는 갈라진 민족은 반드시 언젠가는 하나로 합쳐진다는 사실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통일은 우리가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동서독인들은 대부분 통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놀라운 역사의 행보는 갈라진 민족을 순식간에 합쳐놓았다. 이렇듯 통일이 언젠가는 반드시 오고야 말 우리의 운명이라면 미리미리 그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에 통일연구원에서 발표한 통일의식 조사를 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58.7%) 동시에 북한에 별 관심이 없다(61%)고 답하였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관심이 적고, 통일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방안에 대한 선호(71.4%)가 통일선호(12.4%)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일의식은 많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만일 한반도에 격변이 일어나 독일에서처럼 갑작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리는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동서독은 분단상태에서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를 잘 알았음에도 통일을 예상못했기에 통일 후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70년간 교류가 거의 없던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통일에 대비해 열심히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독일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평화통일이어야 한다는 것과 오랜 세월 긴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남북 간의 교류가 끊긴 오늘날 더욱더 대화를 위한 시도가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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