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채 사진·영상부장(글창융영문·21)
안영채 사진·영상부장(글창융영문·21)

 

사진영상부에선 매 학기, 각 분야의 동문들을 만나는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한다. 제작 과정 중 힘이 들지 않는 과정은 없지만 그중 가장 어려운 것을 꼽으라 한다면 나는 편집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인터뷰 콘텐츠는 주제 및 분야 선정, 인터뷰 대상자 접촉, 촬영, 편집, 수정을 거쳐 완성된다. 주제와 분야를 선정할 땐 학우들이 가장 관심 있을 분야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인터뷰 대상자 접촉에 있어선 ‘동문’임을 강조하며 금전적 대가 없는 도움을 간청한다. 우리의 소중한 인터뷰 대상자의 말과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시작된다.

편집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이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이 영상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보게 만들기 위해선 영상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게 말의 핵심이 잘 담긴, 적당한 길이의 영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모든 인터뷰 대상자가 항상 간결하면서도 핵심만을 전달하는 화법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긴 예시에 핵심을 담아 전달하는 사람, 완전한 문장으로 말을 끝내지 않는 사람, 자신의 다양한 경험을 떠올려 전달하는 사람 등 개개인마다 화법은 너무나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속기를 통해 한 번, 컷 편집 중 또 한 번, 말을 ‘정리’하게 된다. ‘정리’라고 칭했지만, 결국 질문과 주제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을 지운다는 의미다. 질문에 맞으면서도 앞뒤를 잘랐을 때 인터뷰 대상자의 의도에 벗어나지 않는 2분 내의 답변. 이 조건에 맞춰 편집하다 보면 인터뷰 대상자의 개인적 경험이나 개인적으로 좋았던 멘트는 대부분 지워지고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변 정도가 남는다. 여기에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넣으면 1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지닌, 우리가 의도한 대로 편집된 인터뷰 영상이 완성된다. 일주일의 기간 바쁘게 인터뷰 한편을 완성하고 나면 성취감도 잠시, 인터뷰 대상자의 말 한마디를 더 담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밀려온다.

말에는 흐름이 있다.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나열하는 것으로 보여도 최종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주기 위해선 소위 말하는 이 ‘빌드업’의 과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짧은 길이의 영상이 주목받으면서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없어 핵심만을 전달하는 방식에 익숙해지다 보니 점점 빌드업의 과정, 서두가 긴말을 지루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연스러운 미디어의 변화 과정이니 어쩔 수 없다며 인터뷰 대상자의 흐름을 끊고 우리의 흐름대로 말을 재구성하는 것을 합리화하지만, 대가 없이 오로지 후배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 촬영에 협조해준 상대를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크다.

기자는 편집된 영상을 접하는 사람들이 영상 속 모습을 그대로 믿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책임감을 느끼고 편집에 임해야 한다. 영상과 주제의 흐름에 집중한 나머지 인터뷰 대상자의 말의 흐름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같은 일을 반복해서 수행하고 시간에 쫓겨 편집하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이 무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인터뷰 대상자와 기자가 전하는 말의 흐름이 맞을 때 비로소 영상의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울림이 되어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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