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정경경영·18)
이종혁 (정경경영·18)

 

나는 최근에 힘들다고 말하는 친구들의 고민을 자주 들었다. 벌써 직장을 다니고 자리를 잡은 친구들도 있고 학교를 다니는 친구, 연애하는 친구 등등 각자의 사연은 달랐지만 결국 이야기들은 거의 비슷했다. “지금 내 상황이 너무 힘들다. 걱정할 것들이 산더미다.” 우리는 왜 이런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는 걸까 ? 나는 고민하게 됐고 나름의 해답을 찾은 것 같아 공유해보려고 한다. 

우리는 각자의 결핍을 가지고 있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서 풍요롭게 성장하지 못했다면 돈의 결핍, 부모님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거나 가정에 불화가 있다면 인간관계의 결핍, 주변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자랐다면 인정의 결핍 등. 이러한 결핍들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우리의 행동과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하루 동안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해 잠들기 전까지 되새겨 보기도 했다. 2학년 때는 거절이 힘들어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2개의 약속을 잡고 양쪽 모두를 실망시키기도 했다. 3학년부터는 심리적인 불안과 인정 욕구 때문에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현재는 잠시 여유가 생겨서 쉬는 중인데 지나고 보니 그동안 왜 그랬었는지 나를 이해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썼던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남들이 나를 안 좋게 볼까 두려웠던 것이다. 내가 느낀 두려움은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이었다. 이 때문에 불면증도 겪었고 일상생활에 더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스스로 만들어낸 두려움을 찾아 진중하게 고민하고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이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두려움을 밀어내고 감당하려고 애쓰지 말고 집중할 다른 일을 만들어 몰입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집중해야 할 것들을 종이에 한번 적어보길 바란다. 거기에 적힌 것들만 해나가면 된다. 머리 속에서 만들어낸 두려움을 신경 쓰느라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 욕구가 강해서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했다. 내 실수, 부족함, 나보다 잘난 사람을 인정하기 싫어서 항상 다른 것에서 원인을 찾고 그것을 원망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부정적인 사람이 되고 사고도 부정적으로 변했었다. 이제는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인정하는 것이 인생에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보다 더 잘난 사람을 인정하고 생기는 열등감을 나의 연료로,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가 더욱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의욕으로 승화시켰다. 이렇게 생각하면 주변에 배울 것이 넘쳐난다. 공자가 말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이 있다”가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인간은 말과 행동을 통해 의사소통하며 살아간다. 말은 감정, 사실, 의견 등을 전달할 때 쓴다. 그런데 현재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때 가장 순수한 말을 하는 것 같다. 맛있다, 재미있다, 힘들다와 같은 현재 내 상태를 스스로에게 표현하는 말들이 나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이 혼잣말하는 것을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하기도 한다. 혼잣말은 결국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다. 말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단어를 조합하고 감정과 기분을 섞어서 만들어낸 벽돌과 같다. 

최근에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운 생각은 ‘내가 하는 모든 말은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로할 때 하는 따뜻한 말은 결국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다. 위로를 하려면 상대방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때 ‘내가 너였다면...’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는 상대방을 위로하면서 나 자신도 위로하는 것이다. 다른 모든 말도 마찬가지이다. 남을 욕하고 비난했다면 그것에 두려움이 있거나 나의 결핍에 대해 말하는 것과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말 한마디가 소중해지고 따뜻한 말을 하고 싶어진다.  

인생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이 방법들을 참고해볼 수 있다. 당장 해본다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한동안은 ‘결핍이 삼켜버린 나’로 살면서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내 결핍들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내가 가진 결핍이 나를 자극하고 더 높고 더 넓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기대한다.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은 이런 생각으로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돼서 만나는 세상은 항상 아름답다. 여러분도 그렇게 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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