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성(사회/화생공·21)
최준성(사회/화생공·21)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 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조곤조곤 다가오는 위 가사는 ‘가객’ 유재하가 노래한 「사랑하기 때문에」의 시작 부분이다. 이 노래를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한국 대중 음악의 자주를 선포한 기념비적 음반”이라 평했다. 이 곡을 처음 들은 중학생 때부터 최근까지 이 노래가 이별 후에 슬픔을 못이기는 노래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아파했고 과거에 후회를 남겼다. 바보가 오해한 추억은 푸르렀다. 바보는 다시 그 푸른 추억이 분홍빛이 되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었다. 

민들레 꽃씨는 바람이라는 우연성에 의해 멀리 어디론가 날아간다. 멀리 날아간 그곳에서 다시 생명의 싹을 틔운다. 민들레 꽃씨처럼 만났다. 우연의 바람이 무수히 불었고 공교롭게 떨어진 그곳에서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는 “이드(id)가 있던 곳에, 에고(ego)가 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드는 리비도라는 인간의 본성으로 가득 차 있다. 도덕도 선악도 없으며 논리적인 사고도 작용하지 않는 본성의 영역이다. 에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식이나 관념을 뜻한다. 서로를 향한 본능이 있는 곳에 결국 우리는 그 위치에 서게 됐다. 각자의 이드는 이미 일치한다. 그러나 일치한 곳에 서 있는 에고는 서로가 변해야 일치될 수 있다.

사랑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유다. 나와 달리 그녀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사랑 중인 연인에게 바치는 곡이라 했다. 사랑은 서로의 다른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상대방 자아와 다른 점을 발견한 나의 선택은 둘 중 하나다. 생각보다 높은 벽에 한탄하며 뒤로 돌아서서 나에게 맞는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라 믿거나, 혹은 상대방과 발 맞춰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랑데부*가 반복됨에 따라 서로에게 자신의 벽을 낮추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이는 서툴다. 서로의 진정한 필요를 채워야 하며 집착과 한없는 자기희생은 금물이나 그렇게 변하지 않기는 어렵다. 또한 분별 있게 주고 분별 있게 주지 않는 것은, 정도를 지키며 행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동시에 홀로서기가 가능한 사람이어야 무조건적인 의지를 갈구하지 않는다. 이렇게 까다로운 인간의 마음에, 인간의 행동에 정답이 있을까.

답이 있을 수는 있으나 정답은 없다. 같은 자극에도 다르게 반응하는 것이 인간이다. 상대방이 별을 따다 주어도 부족한 사람이 있고 상대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다. 어떤 행동을 하면 상대방이 행복해할 것이라는 추측은 나의 주관일 뿐이다. 상대방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찰하며 대화해도 알 수 없는 상대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의 지속에 있어서 해답은 있다고 믿는다. 해답은 「사랑하기 때문에」의 마지막 부분에 있다.

 

그대 위해
내 모든 것 드릴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 랑데부: 특정한 시각과 장소를 정해 하는 만남. 특히 남녀 간의 만남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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