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법」 제정을 이끈 신보라 전 의원을 만나다

청년들의 어깨가 무겁다. 실업난부터 집값 폭등까지, 개인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에서 국가 지원은 필수적이다. 지난 2020년 청년만을 위한 법률인 청년기본법이 최초로 제정됐다. 청년운동가 출신으로 청년기본법을 대표 발의한 신보라 전 의원을 만나 청년기본법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기소개와 함께 청년기본법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청년들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신보라다. 20대에는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서 의정 활동했고, 이후 자유한국당에서 청년 최고위원을 지냈다. 청년기본법은 지난 202019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서 당해 8월에 시행된 최초의 청년 대표 법률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권리를 보장받고,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지난 2014년에 청년기본법이 최초로 발의된 이후 2년 동안 논의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청년기본법이 최초로 발의됐을 당시에는 상임위원회에서 이 법안을 논의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회기 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청년 실업이 점차 악화하고 청년들이 관련 문제를 제기하면서 활발한 논의의 장이 펼쳐졌다. 청년들은 실업을 넘어 졸업부터 취업, 결혼, 출산, 양육에 이르는 전 생애의 과정에서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에서도 청년들의 움직임에 화답하고자 했고, 이러한 흐름이 실질적인 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태도 변화도 하나의 원인이다. 그간 정부는 청년기본법입법에 상당히 회의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기존 청년 정책만으로 충분히 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나 조국 사태나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 등으로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모순과 문제가 드러나며 새로운 청년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당에서도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청년층의 표를 끌어당기기 위해 청년기본법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렇게 해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주목받게 됐다.

 

청년기본법제정에 크게 기여한 이들은 누구인가.

정책이 새롭게 제정 혹은 변동되는 과정에서 정책 선도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기본법제정 과정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정책을 선도했다. 그 과정에서 청년미래특별위원회가 설치됐다. 특별위원회는 당시 주요한 현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하도록 만들어진 기구지만 실제로는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논의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청년미래특별위원회는 달랐다. 여당과 야당의 청년 의원들이 간사 의원을 맡아 청년기본법합의안 도출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기 때문이다. 합의안은 법 제정 시기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청년층과 청년 단체의 역할도 컸다. 아무리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면 정부는 기존 정책을 유지했을 것이다. 청년들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 덕분에 여론에 민감한 국회와 정치권이 위기감을 느끼고 법률을 제정할 수 있었다.

 

 

청년기본법이전 청년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이전 청년 정책의 문제점은 청년의 고용 문제에 국한됐다는 것이다. 청년이 국가적 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이 처음 나타난 시기는 지난 1997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정부는 IMF 금융위기로 발생한 실업난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이 정책에 청년이 포함되면서 청년 정책이 시작됐다.

또한 법에 청년이라는 이름이 들어가기 시작한 시기는 2004년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 최초다. 이후 청년이라는 용어는 항상 고용 지원 중심으로 사용됐는데, 그 점이 문제였다. 청년들은 취업 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애로를 겪는다.

 

청년기본법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그동안의 청년 정책들은 청년 고용 문제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청년기본법은 이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자립 기반을 형성하기 위한 디딤돌을 놓아준다. 청년내일저축계좌가 그 예시다. 청년이 3년간 매달 10만원씩 적금하면 정부가 10만원씩 추가로 지원해준다. 청년은 예금이자 만기 시 예금이자와 함께 매달 20만원씩 저축된 7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내에서 청년들을 지원하는 컨트롤 타워가 형성된 것도 큰 차별점이다. 이전에는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청년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이 때문에 정책은 비효율적으로 진행됐고, 청년들의 실제 체감도도 굉장히 낮았다. 제정 이후에는 조정실 내 컨트롤 타워가 청년 정책을 종합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규정하는 청년의 범위가 상이하다. 청년기본법의 청년 연령 규정 기준은 무엇인가.

실제로도 청년기본법의 청년 연령의 범위에 대해 많은 논의를 거쳤다. 상한선을 만 29, 34, 그리고 39세 중 무엇으로 할지 고민했다. 29세까지는 현재 청년들의 사회적 환경과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청년이 겪는 졸업과 취업의 과정 자체가 이미 30대 후반까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통상적으로 만 39세를 청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청년기본법에서 핵심적으로 지원해야 할 청년 연령의 범주를 만 15세부터 34세까지로 규정하고, 다른 개별 법령의 연령 규정도 존중하자는 조항을 마련했다.

 

청년기본법에는 청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가 있는가.

청년의 참여 권리를 보장한다는 핵심 내용이 청년기본법내에 기재돼 있다. 이 법에 바탕을 둔 활동에서는 청년의 참여가 일정 비율 의무화돼 있다. 청년기본법제정 이후 5년마다 수립하도록 명시된 1차 청년 정책 기본 계획이 수립됐다. 계획 중 청년의 참여와 권리 부분에 이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먼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위원회에서는 청년의 비율이 일정 정도 보장돼야 한다. 청년정책조정위원회와 청년고용촉진특별위원회에서는 위촉직 청년 비율을 50% 보장하고 있다. 또한 청년 정책 조정위원회와 같은 청년 기구를 마련하고 기구의 활동을 보조 및 지원하는 것도 기재돼 있다. 법에서는 청년 정책만 별도로 전담해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 또한 설립을 준비 중이다.

 

 

청년 정책은 어디로 나아가야 하나.

최근 경제 위기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한 불황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들은 자신의 노력이나 능력과 별개로 사회 구조적으로 기회를 탐색하거나 성취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 청년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립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청년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들은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충분히 자립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만 주어진다면 사회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최초의 청년 법률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끌어나갈 청년들의 목소리로 제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미래를 꿈꾸기 힘든 시대에서 청년기본법이 청년들이 꿈꿀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토대가 되길 바란다.

 

 

글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신보라 전 의원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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