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법」을 구석구석 살펴보다

청년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청년의 권리와 청년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책무가 규정됐다. 청년 정책의 기본 틀이 마련되고 다양한 정책이 도입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법만으로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에 관한 논의는 지금도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청년기본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그래서, 나도 청년이야?

 

청년 정책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청년기본법에 따라 규정된다. 법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으로 정한다. 다만 다른 법령과 지자체 조례에서 청년의 연령을 다르게 적용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를 수 있다. 실제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시행령 중 청년의 나이가 언급된 제2조에서는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을 청년으로 규정한다. 다만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이나 청년고용촉진특별법등 청년 고용과 연관된 법의 경우 만 15세 이상 34세 이하의 사람을 청년으로 규정한다. 하한선이 없는 경우도 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시행령은 청년 상인의 기준을 만 39세 이하의 사람이라고 지정한다.

지자체 조례도 법령에 따라 청년의 연령을 다르게 설정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청년기본법의 규정을 따르지만, 경기도와 울산광역시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의 규정에 따라 청년의 나이를 만 15세에서 29세로 규정한다. 많은 지자체에서 청년의 범주를 자유롭게 설정하다 보니 큰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충청북도 단양군에서는 청년의 나이를 만 19세에서 49세로 규정하는데, 이는 청년기본법의 기준과 15세나 차이가 난다.

법률마다 청년에 대한 범위를 다르게 설정한 탓에 청년들은 수혜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다. 경희사이버대 후마니타스학과 서유경 교수는 청년을 정의하는 연령 규정들이 혼재하면 정책적·인지적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서로 다르게 규정된 청년의 범위를 수정·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고 전했다. 청년의 연령 설정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청년 정책은 정말 청년들을 지키고 있을까

 

청년기본법은 그동안 일자리에 한정됐던 청년 지원을 삶의 전반으로 확장하기 위한 근거를 구축하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청년기본법도입 이후에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청년 정책이 여전히 일자리와 취업 지원에 집중돼있다고 설명한다. 경제인문사회보고회가 발표한 청년정책현황진단 및 정책추진 실효성 제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취업 정책의 개수는 95개로 전체 청년 정책 중 54.9%를 차지했다. ,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1 중앙부처 및 지자체 청년정책 현황에 따르면 청년기본법이 공포된 2021년 기준 취업 정책이 전체 정책의 60%에 달했다. 청년기본법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와 취업 정책의 비율은 여전히 높은 것이다. 김여정(21)씨는 주거나 생활 지원 정책이 많이 생겼다고 하지만 아직도 경쟁률이 치열하고 정책 대상의 폭이 넓지 않아 혜택을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다양한 청년 정책이 확대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정책은 청년의 현실과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중앙정부가 공급자 중심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해당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사자들의 요구를 파악한 후 설계되는 청년 정책의 수는 적다. 청년 정책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문제를 즉흥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단발성으로 만들어진 정책들은 결국 여러 청년의 문제를 망라하지 못하고 특정 수요자만을 위해 만들어진다. 이는 정책에 포함되지 못한 청년들이 정책의 보편성 문제를 제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이주형 대표는 공급자 중심의 정책 설계는 청년들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모든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는 없을지라도, 지금의 청년 정책은 다양한 청년들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책 대상의 편향성 문제도 있다. 지난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청년 정책을 분석한 보도자료 한눈에 보는 전국 청년 정책에 따르면 중앙 및 지방 정부가 다양한 청년 정책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학력 및 전공에 따라 정책의 대상이 편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의하면 대학생 대상 정책의 비중은 66.9%를 차지하는 반면 고교생 대상 정책은 11%에 그친다. 또한 전공별로는 이공계열 중심의 정책이 54.8%로 편중돼 있다. 김아현(21)씨는 실용성과 전문성이 뚜렷한 학과들은 아웃풋이 좋아 기업 연계 과정이나 기술 교육을 해주는 정책들이 많다문과 취업이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문과계열 학생들을 위한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취약계층 청년들이 청년 정책에서 배제된다는 문제점도 제기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2020년에 발표한 다차원적 빈곤 접근을 통한 청년 취약계층 발굴과 정책방향 설정 연구에 따르면, 장애인, 건강하지 않은 청년, 저학력자, 다문화 및 탈북청년 등을 대상으로 추진 중인 청년 사업의 수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외국에서 주요 정책 대상으로 삼고 있는 청년 니트(NEET)나 사회적 고립 청년을 돕는 과제는 전혀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그것이 한시적인 정책에 머문다는 문제도 있다. 2021년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원욱 위원장은 취약계층 청년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명확히 하는 청년기본법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동안의 청년기본법에는 취약계층 청년에 관한 정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규정, 그리고 고용 및 금융지원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해당 개정안은 관련 근거를 신설해 취약계층 청년의 권익 증진을 돕고자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든 청년을 위한 청년기본법이 되려면

 

청년기본법시행 이후 부족한 부분을 인지하고 보완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존재한다. 지금까지 국회에서는 총 11건의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청년기본법개정보다 제대로 된 정책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 대표는 법을 상세히 설계한다고 해서 정책 사업이 구체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책의 방향과 내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청년기본법대신 청년기본계획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중앙·지방 정부가 5년마다 수립하는 청년기본계획에 구체성과 유연성을 가미하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년 정책이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년들은 취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청년의 목소리가 결여된 현재의 청년 정책은 실질적인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대표는 수요 지향적 정책을 세운다면 보편성과 실효성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라 말한다. 수요자인 청년들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청년의 개념을 세분화해야 한다. 서 교수는 청년이라는 개념을 일반화하기보다 여러 계층, 성별·인종·종교 등의 정체성, 사회·경제적 조건, 대학 진학 유무, 직업의 유무 등에 입각해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청년들이 청년 정책 수립 단계에서 의견을 제시하고 참여해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서 교수는 청년기본계획을 수립하거나 정책영향평가를 시행할 때 다양한 층위에 있는 청년들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고 전했다. 더 많은 청년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 중심의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각 지역의 청년 당사자들이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청년 정책 네트워크 모델들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설계 과정에서 접근성을 높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청년 정책은 이전에 비해 많은 발전을 이뤄냈고,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청년들을 포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청년에 대해 명확한 법적 규정이 이뤄지고 청년 정책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 청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사진 송지혜 기자
shd0691@yonsei.ac.kr

 

* 청년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교육과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고용상태도 아닌 청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