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과로에 시달리는 공무원… “그래도 하고 싶습니다”

 

2년 만에 판도가 뒤집혔습니다. 지난 2021년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아래 사회조사)에 따르면 13~34세 청소년과 청년들은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대기업(21.6%)을 선택했습니다. 대기업 뒤를 이은 직장은 공기업(21.5%)이었습니다, 2년 전인 2019년만 해도 선두를 달렸던 국가기관(20.1%)3등으로 밀려났습니다.

 

 

공무원 인기가 시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 사회조사에서 공무원은 청소년·청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었지만 올해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수십 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습니다.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2022년도 국가직 9급 공채 시험 경쟁률에 따르면 20229급 공무원 경쟁률은 29.2:1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99219:1의 경쟁률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7급 공무원의 경쟁률도 43년 만에 42.7:1이라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공직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731일 공무원연금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5년 차 이하 공무원 11498명이 사표를 냈습니다. 20175613명이 사표를 낸 데 비해 2배 이상 많은 인원입니다.

위 언급한 선호도·경쟁률·퇴직 관련 통계는 공무원 인기가 식었음을 보여줄 때 나오는 단골 자료입니다. 그런데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직 열기는 여전합니다. ‘선호도의 경우 엎치락뒤치락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1.5%p)가 근소합니다. 통계청 ‘2015년 사회조사 결과‘2017년 사회조사 결과를 비교했을 때 2년 새 국가기관을 선호하는 비율은 1.3%p 올랐지만, 대기업은 3.9%p 하락했습니다. 이는 사회조사에서 대기업에 1.5%p 차이로 밀리는 국가기관의 선호도 순위가 언제든 다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낮은 경쟁률만 보고 공무원의 인기가 식었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취업 준비생(아래 취준생)의 전체 인원이 감소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취준생의 수는 704천 명으로 지난 2021년 같은 달에 비해 155천 명이 줄었습니다. 동시에 공무원 시험 준비생(아래 공시생)’ 수도 줄었습니다. 5월 기준 일반직 공무원 준비생 수는 212천 명으로 2021년 동월 대비 68천 명 감소했습니다. 모집인원이 같은 상황에서 지원자 수가 감소할 경우 경쟁률은 하락합니다. 한편 올해 국가직 9급 공무원의 선발 예정 인원은 6672명으로 작년과 비교해 10명이 늘었습니다. 지원자 수는 줄었지만, 선발인원은 소폭 늘어났습니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줄어든 취준생늘어난 선발인원이 있는 겁니다.

공직사회를 떠나는 5년 차 이하 공무원 수가 지난 2017년과 2021년 사이 두 배 증가했다는 지적 역시 공무원 열풍이 시들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합니다. 5년간 증가한 연도별 선발인원을 살펴봐야 합니다. 가령 20129급 공무원 선발인원은 2180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4910명이었습니다. 들어온 인원이 두 배 늘어난 만큼 나간 인원도 늘어난 셈입니다.

통계의 세부적인 내용이 말해주듯 여전히 공무원은 인기 있는 직종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준생 3명 중 1명이 공시생으로 희망 직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지난 2021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반기업체·공영기업체·전문직 등을 제외하고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이들이 취준생 중 가장 많았습니다. 대학생이 공직을 희망하는 비율도 아직 높습니다. 올해 1월 잡코리아가 대학생 11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아래 2022년 공시 현황)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공무원 시험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응답자의 29.6%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고, 44.3%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볼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 26.1%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 열기에 의문이 들 정도로 공무원 처우는 열악한 편입니다. 우선 지난 5년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밑돌았습니다. 지난 2018~2021년 전년 대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6%(2018), 1.8%(2019), 2.9%(2020), 0.9%(2021), 1.4%(2022)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2018), 10.9%(2019), 2.9%(2020), 1.5%(2021), 5.0%(2022)이었습니다. <관련기사 18969노동도 경영도 없는 최저임금, 도대체 무슨 의미?’> 저조한 임금 인상률에 공무원들은 거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석현정 위원장은 921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 인상률에 신규 공무원들은 좌절감을 느끼며 등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공무원이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받은 공무원 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공무원 113명이 과로사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총 공무상 사망자 341명 중 33%에 해당하는 수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재현 2030청년위원장은 831일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청년공무원의 자살, 과로사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왜 공시생들은 여전히 공무원이 되려 할까요. 앞선 2022년 공시 현황에 따르면 취준생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주된 이유로 고용 안정성을 꼽았습니다. 정년까지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답변이 응답률 67.0%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발생 이후 취업 경기 침체로 취업하기 더 힘들어졌다(51.5%)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40.5%)이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취준생에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취업난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피난처인 셈입니다. 공무원의 인기가 식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취준생들은 고용 안정성을 좇아 공시생이 됩니다. 역설적으로 이 현상은 우리나라 노동 시장에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공무원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시생이 증가한 근본 원인은 경제 내 질 좋은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고용창출력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사회에 있다는 진단을 내놨습니다. 실제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의 비율은 1/3을 넘어섭니다.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21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8066천 명. 비율로 따지면 38.4%입니다. 이러한 노동 시장 구조 속에서 고용 안정성은 희소한 자원일 뿐입니다.

공무원 모집인원 확대라는 방식으로 고용 안정성이라는 자원 자체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 따르면 총 취업자 수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10.2%였습니다. 이 중 공기업 1.4%를 제외한 일반 정부 일자리 비율은 8.8%입니다.

노동 시장 전반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부 역시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2014, 정부는 고용형태공시제라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이 제도는 근로자의 고용형태 공시를 통해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채용하는 폐단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은 직원들의 상세한 고용형태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용형태공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상시 고용 노동자가 300인 이상인 기업만이 공시 의무를 집니다. 공시 누락을 제재할 수단도 없습니다. 제도가 효력이 없던 탓일까요. 비정규직 수와 비율이 모두 늘었습니다. 고용노동부 비정규직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20176578명이었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2021866명으로 늘었습니다. 201732.9%에 달했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 역시 202138.4%로 늘었습니다. 노동 시장은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지난 929, 고용노동부는 정책브리핑에서 고용형태 공시 정보의 정확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시 정보의 정확성을 손보겠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만 그친다면, 제도는 휴지조각에 불과합니다. 고용형태공시제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제도가 없는 한, 고용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불안정한 노동 그 자체를 개선하는 데 있습니다.

국가 경쟁력의 손실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취준생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면 국가 경제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공시(공무원 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에서 취준생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때 경제적으로 연 171429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공시생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연 46천억 원가량의 소비를 촉진하지만, 생산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발생한 기회비용은 연 217천억 원에 달한다고 계산했습니다.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노동 시장의 안정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공무원을 제외하면 취업난에도 이른바 철밥통을 보장할 다른 직업은 없는 걸까요. 저임금과 과로를 무릅쓰더라도 확실한 밥줄을 보장받고자 취준생은 공시생이 됩니다. 공직만 한 다른 선택지가 아직까진 없는 듯합니다. 우리나라 노동의 민낯을 드러내는 취준생의 공시 쏠림 현상, 단어 그대로 현재의 상태를 뜻하는 현상이길 바랄 뿐입니다.

 

글 이현성 기자
leehs9800@yonsei.ac.kr
사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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