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수강료, 어떻게 책정될까?

신용카드의 무게는 약 5g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30일 기준 금 5g483천 원이다. 반면 같은 크기의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6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금보다 비싼 운전면허증, 그 이유는 무엇인가.

 

 

금값운전면허증에
등골 휘는 수강생들

 

지난 2021년 경찰청이 발표한 운전면허소지자현황에 따르면 약 3300만 명이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 운전면허 취득 가능 인구 중 약 78%가 면허를 지닌 셈이다.

운전면허는 한 차례의 필기시험과 두 차례의 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취득할 수 있다. 이 중 실기 시험은 기본 차량 조작 여부를 시험하는 장내 기능시험(아래 장내시험)과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도로주행시험으로 나뉜다.

실제로 차량을 몰아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운전면허 실기 시험은 낯선 도전에 가깝다. 따라서 초심자들은 실기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자동차운전전문학원(아래 운전학원)에서 운전 강습을 받는다. 운전학원협회 관계자 A씨는 운전학원을 찾는 수강생 중 대부분은 면허를 처음 따는 사람이라며 강습 없이 면허를 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운전학원은 사실상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필수 코스인 셈이다.

문제는 운전학원의 교습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학원에서 교습을 받기 위해서는 기능시험과 도로주행시험을 동시에 준비하는 패키지상품을 결제해야 한다. 그런데 이 패키지의 가격이 60만 원에서 80만 원에 달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학원별로 일정한 기준 없이 수강료가 산정되고 있다소비자는 필요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학원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 김영준 조사관 역시 같은 권역 내에서 같은 교육을 받음에도 수강료 간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교습료 책정은 각 학원의 자율적인 영역이라며 이를 협회가 제한하거나 규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운전학원과 도로교통공단의 시험 검정료는 두 배가량 차이 난다. 일례로 서울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장내시험과 도로주행시험 검정료는 각각 55천 원이다. 하지만 도로교통공단에서 시험을 볼 때는 장내시험에 22천 원, 도로주행시험에 25천 원이 든다. 조민정(22)씨는 똑같은 시험인데 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나는지 의문이라며 운전학원에 문의하니 학원이 그렇게 정했으니 따르라는 답변밖에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면허를 취득하는 이들이 대부분 사회 초년생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김예환(25)씨는 “1종 면허 시험을 보는 동안 시험 검정료로만 15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박인겸(22)씨 역시 대학생들에게 운전학원 교습 비용은 매우 부담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운전학원 수강료는 고공행진 중

 

면허 시험 개편이 운전학원 수강료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612월 말 장내시험에 마의 코스T코스가 추가되면서 면허를 취득하기가 어려워졌다. 물가감시센터는 면허 제도 개편으로 인해 시험의 난도가 높아지자 2017년 자동차학원 수강료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16년에 비해 32.4% 상승했다고 전했다.

운전학원의 의도적인 담합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서울지역 운전학원 7곳의 가격 담합을 적발해 총 184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학원들은 담합을 통해 수강료를 88.6% 올린 47만 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후에도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211분기 운전학원 교습비는 2015년보다 65% 상승했다. A씨는 운전학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넓은 부지가 필요해 임차료가 많이 든다높은 상승률은 차량 유지비나 인건비 등, 물가와 연동되는 영업비용이 급등한 탓이라고 말했다.

운전학원이 면허 교습 사업을 독점했기에 담합할 수 있었다. 김 조사관은 운전학원은 운전에 대한 교습뿐만 아니라 도로주행시험 등의 권한을 국가로부터 위탁받아 독점적인 지위를 누린다면서 수강료 책정에 있어 수강생은 피교육생이라는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청은 당시 도로교통법일부개정법률안과 관련해 권익위에 보낸 입장문에서 전국의 운전학원이 총 373개소에 지나지 않아 수강생의 학원 선택권이 여타 학원에 비해 더 제한된다고 말했다. 선택지가 제한되니 피해가 소비자에게 몰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제도적인 해결책이 미비한 탓에 높은 교습 비용은 방치되고 있다. 현재 도로교통법1104항은 ·도경찰청장은 수강료의 과도한 인하 등으로 인해 학원 교육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조정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에 물가감시센터는 현행 운전학원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인상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관리·감독 기관이 없어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권익위가 발표한 운전학원 수강료 조정제도 개선 방안 의결서운전학원이 수강료를 과도하게 인상해도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높은 교습료에도 불구하고 운전학원 강사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서울의 한 운전학원 강사로 일하는 신모씨는 최저시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일주일에 56시간을 근무하는 그는 학원비가 비싸다는 소리를 듣지만, 강사의 처우와는 무관하다일주일 내내 일해도, 월급은 25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운전학원 강사 연봉의 중윗값은 2542만 원이었다.

 

수강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수강생이 소비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불공정한 교습료 책정을 감시해야 한다. 지난 20212, 권익위는 운전학원 수강료가 과도하게 인상됐을 때 경찰청장이 개입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제정하라 권고했다. 김 조사관은 시장 가격에 대한 정부의 관여는 바람직하지 않고, 필요한 경우라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면서도 수강료를 지나치게 인상했을 때 경찰청장이 이를 조정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소비자가 검정료를 환불받을 수 있도록 제도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조사관은 운전학원은 수강생의 개인 사유로 검정에 응시할 수 없을 때 검정 응시 여부가 아닌 수업 수강 여부로 검정료 환불을 결정한다시험을 보지 않더라도 수업을 수강했다면 환불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시험응시료 반환규정에 비해 지나치게 수강생에게 불리하다검정 응시 여부에 따라 운전학원이 검정료를 반환하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가격 정보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공개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가감시센터는 운전학원에서 공시하는 정보제공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는다이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민간에서 진행하는 교육과 검정의 공정성을 고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습 비용을 조정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 2021917,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운전학원 수강료의 조정 권한을 경찰청장에게 부여해 과도한 수강료 인상을 제한할 수 있게 하는 도로교통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입법 소요 기간을 훌쩍 넘겼지만, 법안은 아직 의결되지 못했다. 법제처에 따르면 법안 의결까지 평균적으로 5개월에서 7개월이 소요된다. 이에 김 조사관은 현재 국회 행정안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법안을 입법화할 경우 과도한 수강료에 대한 조정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학원 스스로 과도한 수강료 인상을 자제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운전 교습과 면허 시험의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황우 명예교수(동국대·경찰행정학)자동차운전면허 제도 개선방안에서 개인차를 인정하는 운전 교육 방식을 도입해 운전학원 수강료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교육생들의 개인차를 무시한 획일적인 교육방식에서 개인적인 특성을 고려한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개인별 차이에 따라 수강료를 차등적으로 책정해 면허 취득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금보다 비싼 운전면허증은 어느새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불공정으로 얼룩진 수강료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방관이 아닌, 실질적인 해결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글 최준성 기자
jschoi0609@yonsei.ac.kr

그림 마지수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