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체험으로 반려동물 유기 문제를 바라보다

반려인 1천500만 시대입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인생의 동반자’로 여깁니다. 그러나 반려동물 수의 증가에도 올바른 반려동물 양육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반려동물 유기 문제가 이를 보여줍니다. 기자들이 직접 유기동물 봉사를 해보며 「반려동물 등록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봤습니다.

▶▶보호소 유기묘실에서 간식을 주고 있다.
▶▶보호소 유기묘실에서 간식을 주고 있다.

 

심각해지는 반려동물 유기 문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은 지난 2010년 17.4%에서 2021년에는 25.9%로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한국인 4명 중 한 명은 반려동물과 사는 것입니다. 2021년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전체 가구 중 29.7%인 604만 가구로, 약 313만 가구였던 1년 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천448만 명으로 전체 인구에서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많습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제시한 ‘유기·유실 동물 발생 현황’에 따르면 유기·유실동물은 지난 2015년 8만 2천82마리에서 2019년 13만 5천791마리로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유행 이후 2020년 12만 8천717건, 1만 6천984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2017년 이후 5년째 한 해 유기·유실 동물 수가 10만 마리를 넘어서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전국의 유기동물 수가 급증했습니다.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의 유기동물 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지난 5월 1천785마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거리두기 해제 전인 4월에 9천383마리였던 것보다 25.6%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임장춘 공동대표는 “코로나19로 발생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많은 이들이 동물을 입양했다”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집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려동물이 짐이 돼 유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혜인, 주현 기자의
유기동물 봉사활동 체험기

 

* 신청 과정

기자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한 ‘동물구조 119 입양센터’의 경우 여타 봉사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봉사활동 관련 포털에서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봉사활동 포털에 올라와 있지 않은 기관은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에 문의하거나 직접 기관에 문의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호소의 전경
▶▶보호소의 전경

 

* 봉사활동 준비

유기동물 봉사활동 특성상 준비물과 복장에 유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첫째, 여분의 옷과 마스크를 준비합시다. 봉사 기관 내부는 냄새가 심하게 나며 털도 많이 날리기에 봉사 이후 새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을 갈아입는 것을 추천합니다. 둘째, 위생장갑을 가져갑시다. 유기동물의 배변 청소, 쓰레기 청소 등 여러 일을 하기에 위생 장갑은 필수입니다. 셋째, 더러워져도 상관없는 신발을 착용합시다. 봉사 기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실외 봉사 활동도 진행하기에 흙이 묻을 가능성이 큽니다.

 

▶▶봉사에는 유기동물을 위한 사료와 물 배분도 포함되어있다.
▶▶봉사에는 유기동물을 위한 사료와 물 배분도 포함되어있다.

 

*봉사 내용

봉사는 오전과 오후 시간대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오전에는 유기동물의 배설물 청소가 주였습니다. 그 이외에도 유기동물의 식사를 챙겨주거나 식기와 물그릇을 설거지하는 등 유기동물을 보살피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오후 시간에는 유기동물 돌봄 활동이 이뤄졌습니다. 유기동물과 산책하고 간식을 주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시설이 상당히 쾌적하고 다양한 도구들이 갖춰져 있어 처음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 어질러진 보호소를 청소하는 것이 봉사자의 주 업무다.
▶▶ 어질러진 보호소를 청소하는 것이 봉사자의 주 업무다.

 

*혜인 기자의 후기

자칭·타칭 동물 애호가입니다.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싶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습니다. 봉사 후 동물 입양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봉사하며 만난 많은 동물이 누군가의 가족이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습니다. 반려동물 입양 문제는 그저 동물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할 가족이 생기는 것이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보호소의 동물과 교감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보호소의 동물과 교감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주현 기자의 후기

봉사하면서 만난 점박이 개가 아직도 눈에 선명합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눈으로 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센터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이전의 상처를 떠올리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유기견들도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정신적 혹은 물리적 상처를 받으면 말끔히 치유되기 어렵습니다. 동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손가락 하나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우리는 꽤 아파하지 않습니까. 자기 자신이 아프기 싫은 만큼 다른 생명체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기 바랍니다.

 

유명무실한 「반려동물 등록제」

 

정부는 지난 2014년 1월 1일부터 반려견 동물 등록을 전국에 의무화했습니다. 유기동물 발생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도입된 지는 14년, 의무화한 지는 8년이 넘었으나 여전히 활성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2021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4년간 반려동물 등록률’ 자료에 따르면 동물등록률은 2017년 17.8%, 2018년 25.7%, 2019년 35%, 2020년 38.6%로 매년 소폭 상승하고는 있으나,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물등록률이 저조한 이유로는 ▲등록 인식 부족의 문제 ▲동물 등록 실효성 문제 ▲일회성 등록 문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저조한 동물등록률의 원인으로 동물등록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 지적됩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2년 발표한 ‘2021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호자의 86.5%가 「반려동물 등록제」를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10명 중 8~9명이 등록제를 알고 있음에도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해 등록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원광대 동물보건학과 김옥진 교수는 “보호자들이 동물등록을 하지 않아도 반려동물 사육에 당장 불편함을 겪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했습니다.

떼어버리면 그만인 외장형 장치도 문제입니다. 내장형 마이크로칩 삽입뿐만 아니라 외장형 무선식별 장치나 인식표를 통해 반려동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외장형은 목걸이 형태이기 때문에 분실이나 훼손의 위험이 있다”며 “외장형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유실된다면 동물 등록 정보를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 정책팀 채일택 팀장은 “동물 유기범이 외장형 장치를 의도적으로 제거했을 때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무관심과 부주의 때문에 유기됩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일회성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최 팀장은 “동물등록 이후 변경 사항이 생기면 변경 신고를 해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관리체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어 “변경 사항이 제대로 관리돼야 반려동물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보호자를 찾아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동물 유기 예방을 위해서는?

 

반려인이 동물등록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동물등록은 선택이 아닌 의무 사항이다”며 “위반 시 과태료가 발생함을 홍보하고, 미등록 반려동물이 공공시설 이용이나 보험 가입 등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팀장은 “적극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내장형 동물등록 일원화’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해당 법안은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처음 동물등록을 시행한 이후 2012년까지 시범 실시한 내장형 마이크로칩 시술 중 부작용이 보고된 사례는 18만 마리 중 단 14마리에 불과했습니다. 발생한 부작용들도 일시적인 붓기 등 경미한 증상이었습니다. 최 팀장은 “부작용 사례가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며 “내장형 마이크로칩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거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힙니다. 농림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국 228개 시군구에서 반려동물 보호 및 복지 업무를 전담하는 공무원은 지자체당 1.1명에 불과했습니다. 임 대표는 “공무원의 확충은 인력과 비용 문제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며 “이를 보강하기 위해 유기동물과 관련된 민간단체에 동물명예 감시원을 둔다면 인력난 해소와 동물복지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반려인의 책임감도 고취돼야 합니다. 반려동물 입양 전 반려인의 교육 이수 의무화가 필요합니다. 김 교수는 “문제 행동이나 질병 때문에 반려동물이 유기되곤 한다”며 “반려동물 입양 희망자가 입양 전에 기본적인 교육을 거치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교육 이수 의무화는 반려인의 책임감을 함양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소중한 가족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는 반려인 개인의 책임감뿐만 아니라 국가의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을 통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 서은진 기자
forjinuss@yonsei.ac.kr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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