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이 고민되는 순간, 10월의 영화 『두 인생을 살아봐』

 

누구나 수많은 선택의 순간을 마주한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삶은 달랐을까’하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또, 원하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도 있다. 때때로 우리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삶을 실패한 삶이라고 규정한다. 영화 『두 인생을 살아봐』는 선택이 고민되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합리적이면서도 최선의 길을 선택하고자 노력하는 우리에게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두 개의 평행 현실,
선택을 완성하는 과정

 

영화는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주인공 나탈리의 두 인생을 보여준다. 계획대로 꿈의 직장에 입사해 애니메이터의 꿈을 키워가는 첫 번째 삶과 의도치 않은 실수로 엄마가 돼 살아가는 두 번째 삶이다. 첫 번째 삶에서 나탈리는 뉴욕의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에 취직해 자신이 존경했던 디자이너의 비서로 일한다. 직장에서 멋진 남자친구도 만나 어릴 적부터 꿈꿨던 삶을 살게 된다. 반면 두 번째 삶에서는 뉴욕에서 함께 커리어를 시작하기로 약속했던 친구를 보내고 홀로 고향에 남게 된다. 아이의 아빠이자 ‘남자 사람 친구’로 지내는 게이브와 공동 육아를 하며 힘을 얻으면서도 현실에 우울해하기도 한다. 커리어를 쌓고 성공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자신은 애니메이터라는 꿈과 멀어졌기 때문이다. 두 나탈리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겨 이들의 평행 현실을 대조하는 것이 영화의 묘미이다.

영화는 두 나탈리 중 어느 한쪽의 삶이 더 성공적이라거나 불행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리는 대개 첫 번째 삶에서 나탈리가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첫 번째 삶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가지 못한다. 1년 만에 롤 모델이었던 상사에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기회가 생겼지만, 상사는 그에게 디자이너로서의 개성이 없다는 혹평을 쏟아낸다. 설상가상으로 멀리서 일하게 된 남자친구와도 헤어지게 된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삶이 깨지는 순간이다. 한편, 두 번째 삶에서 나탈리는 가족과 게이브의 도움을 받아 우울함을 극복하고 좋은 엄마가 된다.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해 삶이 안정된 후에는 애니메이터라는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영화는 꿈꿔왔던 길이 자신의 예상과 다른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과 더불어 변주가 발생한 삶에서도 살아갈 가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때로는 선택의 순간보다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얻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하기도 한다. 인생의 벽에 부딪힌 첫 번째 삶의 나탈리는 눈앞에 닥친 고난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한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작품을 만들고 단편 영화제에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낸다. 두 번째 삶의 나탈리도 자신의 육아 경험을 토대로 만든 부엉이 캐릭터 덕분에 애니메이터로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결국 두 나탈리 모두 마주한 벽을 뚫고 꿈을 이룬 것이다. 꿈에 도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영화가 보여주는 나탈리의 평행 현실은 잔잔한 감동을 선물한다.

 

평범하지 않은 삶,
존중받아야 할 선택

 

두 번째 삶의 나탈리와 게이브의 관계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졸업식 파티에서 이들은 그저 친구로서 하룻밤을 보냈다. 하루아침에 부모가 된 이들은 나탈리 부모님의 집에서 아이를 같이 양육하기로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의 관계는 사실혼 부부 관계나 커플이 아닌 그저 친한 친구일 뿐이다. 나탈리는 게이브의 연애를 응원하기도 하고, 게이브가 뮤지션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독립하는 모습을 보고 기뻐하기도 한다. 친구이자 부모라는 나탈리와 게이브의 독특한 관계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나탈리와 게이브는 부모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이들은 자신의 꿈과 그 또래의 젋은 청춘이 누릴만한 일상을 포기한 채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본다. 게이브는 빨래방에서 일하고, 나탈리는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각박한 삶을 이어간다. ‘부부’가 아닌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나탈리의 삶은 결코 드물지 않다.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청년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매회 방송 직후, 각종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들을 향한 쓴소리가 나온다. 안정적이지 못한 수입과 서투른 육아가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어린 나이에 섣부른 선택을 했다는 것이 쓴 소리의 이유다. 어린 부모의 미성숙한 선택이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될 순 있지만, 과연 아이를 향한 부모의 마음마저 평가할 수 있을까. 단순히 부모의 나이로 그들의 선택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기보다 어린 나이에도 아이를 책임지고 양육하고자 노력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들도 나탈리와 같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삶의 과정을 만들고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변주를 마주하고, 선택의 기로에서 어떤 형태로든 선택의 대가를 마주한다. 그러나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를 잃지 않는다면 인생은 결국 지향하는 대로 흘러갈 것이다. 두 나탈리도 자신의 방식대로 꿈에 다가갔다. 선택보다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어떤 선택을 할지라도 삶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 이것이 현실에 치인 우리에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자료사진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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