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ARMS(Analytical Reporters of Medical Studies)는 오늘날의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운동, 식단 관리 및 건강 관련 지식들을 전달하고자 설립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학술회다.

 

타이레놀은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약 중 하나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효과가 뛰어나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소염제의 용도로 타이레놀을 먹는 사람도 있고, 숙취해소를 위한 진통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음주 전후에는 절대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본 칼럼에서는 타이레놀을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 두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과연 타이레놀은 소염제일까? 그리고 술과 타이레놀을 함께 먹어도 될까?

 

타이레놀은 염증을 줄여줄까?

 

사람들은 통증이 생기면 보통 타이레놀을 사먹거나, 병원에 가서 소염진통제를 처방받아 복용한다. 모두 어디가 아플 때 흔히 먹는 약이기 때문에, 이 둘을 비슷한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타이레놀은 해열 진통제로 소염작용이 없다. 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작용기전을 자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열이 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은 모두 강력한 생리활성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PG)과 관련이 있다. PG를 합성하는 효소는 COX, POX라는 두 부분으로 이뤄져있는데, PG를 제대로 생합성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POX가 산화돼야 한다. 그 후 COX가 작용하고, 추가적인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PG가 만들어지는데 염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런 일련의 과정을 억제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는 이 과정의 중간에서 COX를 억제하여 PG의 생성을 막는 소염 작용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POX를 환원시켜 효소의 작용을 방해하는 타이레놀도 소염 작용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활성화된 백혈구에서는 POX가 다시 산화되도록 하는 화합물들(과산화물)을 많이 생성하기에 타이레놀의 작용를 상쇄하고, 결국 소염작용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타이레놀은 중추신경계의 혈관 내피세포에서 PG를 만드는 효소를 효과적으로 방해하기 때문에 ‘해열 효과’를 가지며, 중추신경계에서 AM404라는 물질로 바뀌어 ‘진통 작용’을 한다. 즉,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이 없는 해열 진통제이다.*

 

술과 타이레놀을 함께 먹어도 될까?

 

한국인의 일상은 타이레놀과 가깝지만 그보다는 술과 가깝다. 타이레놀과 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알코올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대사되는지 간단하게 알아야 한다.
우리가 마신 알코올은 간세포에 있는 ‘알코올 탈수소 효소(ADH)’와 ‘CYP2E1’이라는 효소에 의해 1차적으로 대사되며 각각 대사의 80%, 20%를 담당한다.** 그러나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ADH의 양은 유전적으로 결정돼 있으나 CYP2E1은 알코올을 섭취할수록 늘어나, 전체 알코올 대사의 25%가 넘는 양을 차지할 정도로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술을 많이 마시면 술이 는다는 것이 꼭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타이레놀 또한 CYP2EI가 대사하는 대상이다. 이제 타이레놀과 알코올 사이에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가 흔히 타이레놀이라 부르는 약의 성분명은 아세트아미노펜이다. 아세트아미노펜 과다복용은 급성 간부전의 주요 원인이며 미국에서는 이로 인해 한 해 500여 명이 사망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면 간세포에서 CYP2E1과 같은 계열의 효소들을 통해 대사돼, 독성을 지닌 중간체인 NAPQI를 합성하고 이는 간세포 속의 항산화 물질과 결합해 제거된다. 하지만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복용하게 되면 간 속 항산화 물질을 모두 소진하고도 제거하지 못한 NAPQI가 세포 손상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아세트아미노펜의 과다복용에서 나타나는 간 독성은 알코올 섭취에 영향을 받는데, 알코올 섭취의 영향은 모두의 예측처럼 부정적일 수도, 때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 

 

‘만성음주자는 타이레놀 과다 복용을 피해야 하지만,
적당한 음주 시에는 적정량 복용이 가능하다’

 

만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서는 한 번의 아세트아미노펜 과다복용이 간독성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들이 장기간의 알코올 섭취를 하는 동안 CYP2E1의 생성이 유도돼 그 양이 증가되고, 증가된 CYP2E1에 의해 같은 양의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더라도 독성을 띠는 NAPQI가 더 많이 생성되는 것이다.*** 
반면에, 알코올 분자는 CYP2E1 효소 자체에 결합을 해, CYP2E1이 다른 대사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억제한다. 따라서 방금 섭취한 술은 CYP2E1이 아세트아미노펜과 반응하는 것을 억제하기에 독성을 띠는 NAPQI의 생성은 줄어든다.*** 이것이 아세트아미노펜의 간독성에 대한 술의 보호적 측면이다. 
장기적인 알코올 섭취는 CYP2E1의 합성 증가를 유도하면서도 방금 섭취한 알코올 분자는 CYP2E1과 결합해 대사기능을 억제한다. 오랫동안 술을 섭취한 사람은 아세트아미노펜의 과다복용에 의한 간독성에 취약해지지만, 동시에 방금 마신 술은 오히려 우리 간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손익분기점을 밝혀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양면성은 뚜렷하다. 다만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복용했을 때 해당되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이다. 적정용량의 단회 아세트아미노펜 복용에서는 간독성의 근거가 밝혀지지 않았다. 

 

결론

 

본 글에서는 타이레놀의 정확한 효과와 술과의 상호작용에 대해 알아봤다. 타이레놀은 소염작용이 없는 해열진통제이며 만성 음주자에게 타이레놀의 과다복용은 명백한 간독성을 가지지만 방금 섭취한 술은 오히려 이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타이레놀의 과다복용에 있어 음주는 뚜렷한 양면성을 지니지만, 단회 적정용량의 타이레놀 복용은 간독성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술과 타이레놀 모두를 많이 소비하는 대학생인 우리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지나친 음주와 타이레놀 과다복용은 모두 피해야겠지만, 적절한 목적(해열진통)으로 적절 용량을 단회 복용하는데 술을 마셨다고 약 복용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뛰어난 효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타이레놀인 만큼, 이에 대해 자세히 알고 적절히 복용한다면 그 효과를 최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건강한 약물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SEVERANCE ARMS
손진영(의학·18)
이효상(의학·18)
안철우(의학·19)

 

*ARONOFF D, OATES J, BOUTAUD O. New insights into the mechanism of action of acetaminophen: Its clinical pharmacologic characteristics reflect its inhibition of the two prostaglandin H2 synthases. 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 2006;79(1):9-19.
**Teschke R. Alcoholic Liver Disease: Alcohol Metabolism, Cascade of Molecular Mechanisms, Cellular Targets, and Clinical Aspects. Biomedicines. 2018;6(4):106.
***Ghosh A, Berger I, Remien C, Mubayi A. The role of alcohol consumption on acetaminophen induced liver injury: Implications from a mathematical model. Journal of Theoretical Biology. 2021;519:110559.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