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보장 제도의 차별, 그 부조리를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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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가 아우르지 못하는 이들

 

최저임금, 많이들 익숙한 용어일 텐데요. 우리나라는 노사정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매년 최저임금 인상분을 산정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최저임금법1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함.’ 반대로 말하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할 때 노동자는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기 어렵습니다. 노동력의 질적 개선 역시 요원해집니다. 최저임금제는 우리 사회의 노동 가치가 시장 논리에 의해 한없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어막이 돼줍니다

그런 최저임금제에서 합법적으로 제외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장애인을 예외로 두는 근거는 최저임금법7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아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근육장애인협회 조연우 전국대의원은 장애인을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기본권 침해이자 노동 착취라며 장애 유무와 무관하게 노동력을 제공했으면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노동권과 최소 생존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제도가 정작 장애인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최저임금 적용에서 장애인을 예외로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호고용된 장애인에 대한 최저임금의 적용제외 제도에 따르면 이러한 예외 조항은 노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함입니다. 비장애인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정도의 효율을 내지 못하는 장애인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준으로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노동 능력이 떨어지니 그보다 싼값에 노동력을 팔도록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지요.

장애인 노동자가 받는 임금을 평균 시급으로 계산해보니, 고작 250원에 그쳤습니다. 지난 2020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김예지 의원이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근로자 임금 현황’(아래 임금 현황)에 따르면, 250원은 서울에 있는 한 직업재활시설에서 받은 장애인 근로자들의 평균 시급이었습니다. 2020년 당시 최저임금인 8590원에 견주어볼 때 약 34배 낮습니다. 국가가 장애인 노동자를 최저임금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이들의 노동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정하고 있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세 나라뿐입니다.

최저임금법7조에 따라 중증장애인을 제외한 정상노동자의 최저임금만을 보장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최저임금보다 한참 낮은 초저임금을 받게 되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장애인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임금 현황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근로자 35%의 월수입은 30만 원이 채 안 됩니다. 조 대의원은 최저임금법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들은 지금도 30만 원 언저리의 쥐꼬리만 한 월급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저임금법7조에 명시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요. 이를 알려면 먼저 작업능력평가가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합니다. 작업능력평가는 장애인의 생산력을 측정해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지요. 이때 생산력은 고용노동부의 평가 기준에 따른 기준노동자의 생산력을 가리킵니다. 지난 2017년까지 장애인 노동자는 기준노동자 대비 90% 이상의 생산력을 증명해야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됐습니다. 이 수치는 201870%로 대폭 조정됐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최저임금을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의 수가 많아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2019년 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시행된 작업능력평가에서 70% 이상의 생산력을 증명해 낸 장애인 노동자는 고작 10% 내외였습니다. 이 수치는 계속해서 떨어져 2018년에는 2.9%만 평가 기준을 통과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장애인 노동자가 2.9%에 그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기존의 임금 노동체계라는 문법 안에서 장애인의 노동 가치가 다뤄지는 이상, 장애인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의 질이 크게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임금 현황에 따르면 최저임금제에서 제외된 장애인 노동자는 지난 2019년 기준 7812명에 달합니다. 20134495, 20156971명에 비춰 볼 때 해가 지날수록 그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의 울타리에 들지 못하는 장애인 노동자는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합니다. 장애인언론 비마이너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는 장애인 노동자의 97%가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업재활시설 대부분은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며, 노동 임금 체계에서 벗어난 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그러나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이 존재하는 한, 직업재활시설에서도 장애인 노동자에게 낮은 시급을 줄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 노동의 현실입니다. 해당 조항을 두고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저임금이 헛된 꿈이 되지 않으려면

 

지난 810일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 바깥에 있는 장애인 노동자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있는 장애인에게 임금 및 최저임금 차액을 보조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인데요. 프랑스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소득을 공적 부조로 보전하고 있습니다. 매우 적은 임금을 받는다는 점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금전적 지원을 덧대어 장애인 노동자의 삶이 궁핍해지지 않도록 하는 공적 돌봄 체계가 갖춰져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어떤 방향으로 조율되고 시행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률을 고치거나 정책을 도입하는 것에서 나아가 본질적인 해결책을 찾으려는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조 대의원은 장애인의 노동을 능력과 효율로 재단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 비판합니다. 기존의 노동은 생산력과 자본의 거래이자,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상품입니다. 이에 대해 조 대의원은 장애인에게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이 있듯, 장애인의 노동은 효율성의 측면이 아닌 복지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기존의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통용되는 임금과 자본 중심의 노동 개념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노동을 저마다의 존엄과 권리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작금의 작업능력평가는 업무 시간당 작업량이 얼마나 되는지’, ‘일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했는지등을 기준으로 장애인의 노동 생산성을 평가합니다. 기존 사회의 문법으로 장애인의 노동을 해석한 셈인데요.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려면 이들의 권리와 욕구를 고려한 합리적이고 새로운 작업능력평가 지표를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성은 노동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일한 잣대가 아닙니다. 생산 능력 이상의 사회적·공적 가치를 생산하는 노동, 이것이 장애인의 노동 조건을 판단하는 주된 요소가 돼야 합니다.

한편, 이렇게 장애인들을 최저임금제도 울타리 안으로 들이면 오히려 장애인의 취업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에 조씨도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는 유인이 떨어지기 때문에, 최저임금 보장이 장애인의 고용률을 오히려 낮추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은 인간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입니다. 따라서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의 장애인 소득 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의 소득 보전은 그들의 나태함을 불러올 것이 아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 영위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직업재활시설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조 대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은 최저임금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으며 하루 8시간씩 매일 일하고 있다. 직업재활시설에서 진행 중인 직업훈련은 대부분 단순 업무로 그 영역도 제한돼 있다.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노동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장애인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 든다.”

기존 사회의 문법에 맞춰 운영되는 직업재활시설의 특성상 장애인이 이곳에서 그 자체로 존엄한 노동을 존중받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장애인 직업재활과 취업 기회를 제공해 자립을 도모한다는 시설의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고요. 직업재활시설에도 장애인의 노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해 보입니다.

 

장애인은 최저임금법에서 합법적으로 차별받습니다. 노동권이라는 기본적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장애인들은 생존을 위협받습니다. 장애인의 노동을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지 말고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존재를 지우지 않기 위한 법과 제도를 거듭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글 최준성 기자
jschoi0609@yonsei.ac.kr

<사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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