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부터 건축까지... ‘모래’를 둘러싼 논란을 들여다보다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 문제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모래가 대표적이다. 모래는 콘크리트,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핵심 원료로 쓰이지만 흔히 볼 수 있다는 인식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했다. 이제는 모래에 주목할 때다.

 

 

건축에 쓰이는 골재, 어디로부터 왔나

 

모래는 건축과 토목에 활용되는 콘크리트의 재료인 골재로 사용된다. 골재채취법21항 제1호는 골재를 하천, 산림, 공유수면이나 그 밖의 기타 지상·지하 등 자연 상태에 부존하는 암석(쇄석용에 한함), 모래 또는 자갈로서 콘크리트 및 아스팔트콘크리트의 재료로 정의한다.

골재는 채취하는 장소에 따라 하천 골재, 바다 골재, 산림 골재 등으로 나뉜다. 하천 골재는 가장 품질이 좋은 모래다. 바다 골재 역시 품질이 좋으나 골재로 사용하려면 염분을 제거해야 한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산림 골재는 산에 있는 암석을 파쇄해 만든다. 이외에도 건축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순환 골재, 건축 과정에서 나온 토석을 파쇄한 선별파쇄 골재가 있다.

지난 2009년 이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하천 골재가 가장 널리 쓰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철한 연구위원은 “30년 전까지만 해도 전체 골재 중에서 하천이나 강에서 퍼온 모래의 비중이 50% 이상이었다대규모 토목 건설과 노태우 정부 때의 200만 호 주택 건설 등을 거치며 사용 가능한 하천 골재는 대부분 고갈됐다고 말했다. 1994년 하천 골재는 전체 골재 사용량의 26.9%를 차지했으나, 19974.9%로 급감했다. 현재 하천 골재의 사용량은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김진만 교수는 “20094대강 사업에 사용된 하천 골재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마지막 대규모 사용이라고 말했다.

건축·토목 업계는 하천 골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바다에서 채취한 골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984, 인천광역시 옹진군 해역에서 시작된 바다 골재 채취는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충청남도 당진시, 전라남도 신안군 등으로 확대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배타적경제수역(Exclusive Economic Zone, EEZ)에서 바다 골재를 채취하기 시작했다. 2022년 현재 영해의 경우 인천 옹진군 대이작도·굴업도 해역, 충청남도 태안군 해역에서, EEZ의 경우 전라북도 군산시 어청도에서 50~60km 정도 떨어진 서해 EEZ 골재채취단지에서 채취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2 골재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 총 1569의 바다 골재가 채취될 예정이다. 이는 향후 예상된 전체 골재 수급량의 5.9%. 박 연구위원은 골재수급계획과 별도로 채취되는 모래가 많기에 이 계획보다 많은 바다 모래가 채취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바다 모래 채취의 명과 암

 

바다 골재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좋아 널리 활용되지만 많은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형 파괴 생태계 교란을 주요 환경 문제로 분석하며, 문제의 원인으로는 미흡한 해역이용영향평가를 꼽는다.

충청남도 태안군 앞바다의 장안사퇴대이작도 풀등이 대표적인 지형 파괴의 사례다. 장안사퇴는 길이만 12km에 달하는 수중 모래언덕으로 태안 해수욕장에 모래를 공급하며, 철새와 해양생물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이작도 풀등은 장안사퇴의 부속 지형으로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류종성 위원장은 이 두 곳은 해양 지질학적 가치가 크고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장안사퇴 주변은 모래의 이동이 활발해 바다 골재 채취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해서 채취가 이어지면 장안사퇴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영구적으로 파괴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저면에서 과도하게 모래를 채취할 때 지형이 복원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바다 골재를 채취하는 방식이 해양 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 지점에 깊은 파이프를 박아 다량의 골재를 채취한다. 이러한 방식의 채취는 지형을 파괴한다. 채취 이후도 문제다. 류 위원장은 끌어올린 모래에 섞여 있는 진흙 입자를 배 위에서 씻어낸다바다로 버려진 진흙은 해저면에 쌓이면서 많은 생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특히 광합성을 통해 살아가는 플랑크톤에게 진흙은 치명적이다. 물에 뜬 진흙이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플랑크톤의 광합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수산업협동조합(아래 수협)이 발표한 바다모래 대응 백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전라남도 신안·진도군 일대 바다 골재 채취 해역에서 어장의 황폐화, 백사장 유실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수협은 보고서에서 무분별한 바다 골재 채취가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재채취법시행령 제33조의 3은 골재채취단지 지정 기간을 연장해 최장 20년까지 동일 장소에서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수협 측은 이에 대해 환경의 복원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라고 말했다.

바다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오염을 예측해야 하는 해역이용영향평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해역이용영향평가는 해양을 개발하거나 이용할 때 해양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환경을 관리하는 목적에서 설계됐다. 현재 영해에서 채취되는 바다 골재는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와 달리 EEZ에서 채취되는 골재는 해양환경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다. 류 위원장은 바다 골재를 관리하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해역이용영향평가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다 골재 채취가 이뤄지는 지역의 영향평가만 진행되고 있을 뿐, 주변 해역의 변화는 조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해양환경공단이 관리하는 EEZ의 영향평가는 비교적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지자체가 관리하는 영해는 그렇지 못하다지자체의 환경영향평가 수준도 해양환경공단의 수준만큼 올라와야 한다고 말했다. 수협 역시 앞선 보고서에서 영해의 골재 채취 예정지는 관리자가 부재해 허가구역 이탈, 과다 채취 등 불법적인 바다 골재 채취와 유통이 만연하다고 밝혔다.

 

지속 가능한 골재 수급을 위해

 

지속 가능한 골재 수급을 위해 장기적인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선, 바다 골재 채취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류 위원장은 채취 방식의 변경과 환경 기금의 조성을 제안했다. 네덜란드, 일본, 영국 등의 국가는 한 지점에서 바다 모래를 집중적으로 채취하지 않고 넓은 해안에 걸쳐 지표면의 모래를 채취한다. 류 위원장은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 지형 파괴를 완화할 수 있으며 바다 생물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일 수 있다현재는 경제적인 이유로 해당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기에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 보전 기금을 조성해 바다 골재 채취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에 대처할 수도 있다. 류 위원장은 바다 골재와 육상 골재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염분만 깨끗이 씻어낸다면 바다 골재는 육상 골재에 비해 상품성이 월등히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바다 골재에 더 비싼 값을 책정하고 차액을 환경 보존 기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골재 수급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순환 골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박 연구위원은 순환 골재는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활발히 이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김장호 교수(공과대·건설환경공학)국가적 차원에서 순환 골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스페인의 경우, 순환 골재를 활용하면 공사비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각종 평가에서 가산점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페인을 비롯해 순환 골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스위스, 네덜란드 등 우수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콘크리트 압축 강도 기준이 지나치게 높아 순환 골재가 폭넓게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콘크리트 압축 강도는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측정하는 단위로 사용되는 골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압축 강도가 높을수록 내구성이 좋아져 안전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김진만 교수는 순환 골재의 경우, 다른 골재에 비해 압축 강도가 떨어지지만, 안전한 건축물을 짓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안전을 보장하는 선에서 순환 골재가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발생하는 약 7천만 톤의 건축 폐기물 중 약 6천만 톤 정도는 순환 골재로 충분히 재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물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골재 수급 방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장호 교수는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기존 건축물을 보수해가며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새로운 건축물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인식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골재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연구위원 역시 “3기 신도시 건축 등 앞으로도 큰 공사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골재 부족 문제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말처럼, 지금까지는 주목받지 못했던 모래와 해양 환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할 차례다. 생태와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골재 수급 계획이 절실하다.

 

 

글 김병훈 기자
kk2im@yonsei.ac.kr
<사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