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파업이 51일 만에 일단락되었다. 조선업 불황기에 월 200만 원 수준으로 낮추었던 임금을 4.5% 인상하고 폐업된 하청업체 소속 조합원의 고용을 승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진 직후 대우해양조선은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490억원의 손해배상과 재산압류를 청구했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노동쟁의를 통해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청구한 총 누적금액은 3,16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재산과 월급을 압류당한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질 수밖에 없고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극단적 선택에 내몰렸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1948년 처음 제정되었을 때부터 근로자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그리고 단체행동권이라는 노동3권을 근로자의 기본 권리로 보장하고 있다. 즉, 노동시장의 불공정한 구조를 법과 제도의 힘으로 보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자의 권리가 헌법에 명시됐음에도 불구하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노골적으로 탄압을 받아왔다. 민주화 이후에도 사측의 보복에 가까운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가 사법기관에 의해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어 노동자들의 권리가 헌법이 추구하는 만큼 보호받고 있지 않다. 일명 ‘노란봉투법’의 발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일부 개정하여 불법적인 단체행위로 인식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려는 시도다.

노란봉투법은 19대 국회 때부터 발의되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는 노조의 불법적인 행위를 응징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질서가 문란해지고, 과도한 임금 비용으로 인하여 한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논리에 기반한다. 자유시장주의 이론의 근본적인 가정은 시장이 공정하고 완전 경쟁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과점, 정보의 불완전성, 외부효과 등으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의 힘으로 시장을 보완하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경제적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도 자유시장주의 이론의 또 다른 결론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자유는 양날의 칼과 같다.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자유가 주어진다면 그가 행사하는 절제되지 않은 행동들은 다른 이들에게는 폭력과 학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의 정제되지 않은 자유는 사회 전체를 옥죄는 더 큰 부작용을 낳기 쉽다. 자유의 절제와 공정의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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