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ARMS(Analytical Reporters of Medical Studies)는 오늘날의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에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운동, 식단 관리 및 건강 관련 지식들을 전달하고자 설립된 우리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운동 의학학술회다.

 

지구온난화가 익숙해졌다. 유럽은 올해 8월 섭씨 48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지금은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엄청난 폭우와 태풍으로 막대한 재산 피해는 물론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 이제 지구온난화는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이 여겨진다. 혹시 ‘과학자 반란(Scientists Rebellion)’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후변화 연구를 하는 과학자 단체인데, 올해 파업을 선언했다. ‘얼마나 더 증명해야 받아들이겠는가?’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우리가 애써 부정하는 동안 지구온난화는 이미 우리와 함께 서 있다.

그런 지구온난화와 비만이라니? 사실 지구온난화와 비만은 서로 닮았다.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천천히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 되돌리기 힘들 정도로 악화하면서 ‘만성 문제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또한 화석연료의 사용, 도시화와 산업화, 대중교통의 발달 등의 같은 요인을 공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온난화와 비만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것은 단순히 이 때문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가 비만을 직간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먹는 식품의 질을 악화시킨다

 

지구온난화가 인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바로 ‘식품’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서 기온과 수온이 상승하고 이상기후 빈도가 늘어나면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의 수 감소, 해충 증가, 플랑크톤 종의 분포 변화, 해양 산성화 및 담수 부족, 오존 증가 등의 현상이 동반된다. 이는 곧 해산물과 농산물 수확량 감소로 이어져 식품 생산을 위축시킨다.*

인간은 거의 모든 식품을 자연에서 구하는 원료로 생산하고 있으므로, 지구가 더워지면 식품의 질이 하락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작물 농사가 어려워지면 곡식과 사료 가격이 상승하고, 덩달아 육류와 유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긴다. 이렇게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점점 더 비싼 가격에 영양가 높은 음식을 구하게끔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지방조직의 연소를 어렵게 만들어,
비만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종종 ‘지방 태우기’라는 말을 듣고는 한다. 태워지는 지방은 갈색 및 베이지색 지방이다. 지방조직 내의 미토콘드리아는 특별한 단백질인 UCP1을 갖는데, UCP1은 미토콘드리아의 세포호흡이 ATP 합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을 발생시킨다. 열 발생은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갈색 및 베이지색 지방조직은 지방으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당과 지질의 대사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UCP1이 있는 지방조직은 무조건 열을 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UCP1이 활성화되지 않았을 때, UCP1 유무가 다른 지방조직 간 기초대사율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 어떤 조건에서 UCP1이 발현되어 지방조직이 열을 낼 수 있을까? 정답은 온도에 있다.** 우리가 낮은 온도에 노출되면 피부의 온도수용기는 해당 자극을 뇌로 전달하고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며, 노르에피네프린이 갈색 지방의 아드레날린 수용체와 상호작용하기 시작한다. 단백질과 수용체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세포 내 지방분해가 이루어지며, 이때 방출되는 유리지방산이 UCP1을 활성화함으로써 열 발생을 유도한다.

이렇게 UCP1이 저온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 비만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의 109년 동안의 기후변화를 분석한 기상청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0년 동안 여름이 20일 길어지고 겨울이 22일 짧아졌다. 이는 단순히 겨울의 평균 기온이 상승한다는 기후변화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몸이 저온 자극에 노출될 가능성을 줄인다. 섭씨 22도보다 섭씨 16도에 노출된 성인 24명 중 23명이 베이지색 지방의 활성이 증가한 연구와 1,017개의 임상 FDG-PET 스캔을 분석한 결과 한 해의 가장 추운 달의 베이지색 지방 활성이 가장 높았다는 연구를 토대로 해당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다.***


결론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면, 갈색 및 베이지색 지방조직의 열 생성이 억제되는 날들이 늘어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지방조직의 열 생성은 열 손실 조건에서만 활성화돼 그만큼 주변 온도 변화에 민감하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지방을 태우기 힘들어지고 이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5단계 태풍 힌남노, 서울 일대 침수 및 세계적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들을 뉴스에서 점점 더 많이 접하고 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이상기후와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오늘 우리는 비만을 다루었지만, 지구온난화는 비만 외에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온열질환), 뎅기열(동물 매개 감염병) 등의 질환의 위험도 높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게 되면, 덩달아 영향을 받는 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 명확하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만 갖는 단계에서 벗어나, 현실이 돼버린 지구온난화 속에서 건강까지 지킬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글 김대성(의학·19)
박지선(간호·19)
이준현(의예·21)

 

* 위축시킨다.: Myers SS, Smith MR, Guth S, Golden CD, Vaitla B, Mueller ND, Dangour AD, Huybers P. Climate Change and Global Food Systems: Potential Impacts on Food Security and Undernutrition. Annu Rev Public Health. 2017 Mar 20;38:259-277. 
** 온도에 있다.: Li, Y., & Fromme, T. (2022). Uncoupling Protein 1 Does Not Produce Heat without Activation. 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 23(5), 2406. 
*** 뒷받침할 수 있다.: Turner JB, Kumar A, Koch CA. The effects of indoor and outdoor temperature on metabolic rate and adipose tissue - the Mississippi perspective on the obesity epidemic. Rev Endocr Metab Disord. 2016 Mar;17(1):61-71. doi: 10.1007/s11154-016-9358-z. PMID: 27165258.
**** 높인다.: 질병관리청(KDCA).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보고서. 청주: 질병관리청;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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