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보그코리아는 문화재청과 협업해 ‘청와대, 그리고 한복’ 화보를 공개했다. 보그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한복의 미를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진에 등장한 의상이 전통적인 한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등 의상에 대한 지적과 함께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일본이 창경궁을 창경원으로 만듦으로써 대한민국의 권위를 떨어뜨린’ 것과 같다는 날 선 지적도 있었다. 

보그코리아의 사례가 던진 파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된 정치적 대립이다. 윤석렬 정권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진행시켰고, 당선된 후 청와대에서는 단 하루도 집무하지 않고 용산집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했다. 이 는 전 정권에 대한 대립 의사로 해석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심각한 정치적 이슈가 됐다.  

다른 한 시각은 한국 정치사의 영광과 비극을 모두 담고 있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것이다. 청와대의 활용은 지속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보그코리아 사례는 두 시각이 겹치는 지점에 있었다. 정치적 시각이 사례 분석에 주된 시각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에 대한 기억은 특정 정권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일어나는 행사에 대한 정치적 공세는 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청와대는 개방된 이후 지난 7월28일 관람객이 140만명이 돌파할 정도로 전국민의 관광명소가 됐다. 이는 국민이 ‘발로 투표’한 결과이다. 청와대의 적극적인 활용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청와대 공간의 활용을 정치적 대립 시각에서 자유롭게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진행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인해 청와대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수립이나 이에 대한 공적 토론이 부족했다. 보그코리아 사례는 청와대 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공적 토론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문화재청은 보그코리아 사례에 대해 설명문을 발표해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용 및 장소사용 허가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열린 청와대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다소 소극적이고 미흡한 변명이다. 앞으로 보다 더 적극적인 의견 취합과 전문가의 의견을 널리 구해야 한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영광과 비극의 기억을 오랜 시간에 걸쳐 품고 있는 공간이다. 의미있는 활용에 대한 논의가 체계적이고도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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