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은 (정경경제/사회·20)
반고은 (정경경제/사회·20)

 

이번 학기에도 어김없이 수습기자 모집이 시작됐다. 벌써 130기를 맞이하고 있는 연세춘추는 대학신문의 효시로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현재까지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 들어올 수습기자분들에 대한 반가운 마음을 담아 나의 수습기자 시절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연세춘추는 신입생이었던 나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기자를 꿈꾸지는 않았지만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에게 연세춘추는 충분히 매력적인 집단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대학 대표 언론 기구라는 이름이 주는 책임감에 부응할 용기가 나지 않아 독자로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학년이 돼서야 더 늦기 전에 후회 없이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연세춘추에 지원했고 합격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춘추 생활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는 매우 달랐다. 학내 사안과 사회 문제를 다루는 곳이기에 논리적이고 비판적인 대화가 오가고 모든 기자가 마감에 쫓겨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수습기자 신분이었던 나는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실감을 못 하고 오히려 안도했던 것 같다. 정작 기자의 역할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어쩌면 학보사를 너무 쉽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결국엔 나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가 수습기자 생활에 독이 됐다. 수습기자는 입사 후부터 학기 말까지 약 6주간 로테이션 과제를 수행하게 되고 방학이 되면 정식 기자로 거듭나기 위한 훈련인 방중 과제에 돌입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방중 과제는 한 달 동안 부서별 과제를 매일 2~3개씩 수행해야 해서 수습기자들 사이에서 악명 높기로 소문났다.

실제로 방중 과제 기간에 자괴감과 괴리감을 가장 많이 느꼈다. 방학에 계획해놨던 일정까지 다 취소해가면서 내가 지금 이걸 하는 게 시간 낭비가 아닌지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괴로워했다. 한 달 동안 방에만 박혀서 종일 노트북 앞에 앉아 있다 보니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서 원망스러운 생각까지 들었다. 과제도 열심히 해서 냈지만 돌아오는 피드백과 다른 수습기자들의 글을 보니 내가 한없이 부족해 보여서 자책도 하고 글에 대한 흥미도 점점 잃어갔다.

그래도 이 한 달이 앞으로의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될 거란 믿음 하나로 버텨냈다. 발제부터 취재, 기사 작성까지 모든 과정을 실제로 경험해보면서 기자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 기자로서 개인의 역량도 키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특히 연세춘추 기자로 활동하는 것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절실히 느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수습기자 생활을 끝내고 부기자가 됐을 때 그 성취감은 형언할 수 없다.

수습기자 시절 현직 기자 인터뷰에서 기자분이 해주신 말이 생각난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계단에서 내려오는 게 더 쉽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너무 잘하려고 하기보다 꾸준히 하면 결국엔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이 현실적인 조언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와닿았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처음엔 당연히 어렵고 서툴지라도 그 과정이 있어야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다양한 경험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내가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새로 들어올 수습기자들의 처음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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