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훈 (불문·22)
김병훈 (불문·22)

 

참 막연하다. 춘추에 몸담은 지 반년이 넘어가지만, 춘추에 들어올 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참 막연하다. 

기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참 오래됐다.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보셨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기사’에 익숙했던 나에게, 기자라는 꿈은 동경의 대상이자 순진한 숙명이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변화가 생겼다. 우리나라의 제도 교육은 청소년들에게 확고한 장래 희망과 그럴듯한 계기를 요구했다. 오로지 입시를 위해서. 뿌리 깊은 제도교육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기자’를 해야만 했다.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고 생활기록부를 위한 ‘스토리’를 만들기 가장 편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순수한 열망은 퇴색됐고 입학사정관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했다. 입시가 끝났지만 ‘기자’는 나에게 관성이 됐다. 학보사 활동이 언론사에 입사하기 위한 훌륭한 ‘스펙’이 된다는 말에 큰 고민 없이, 관성적으로 춘추 지원서를 썼다. 어떤 기자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가치 있는 글을 쓰고 싶다고 답했다. 몇 달 전 대입 자소서에 썼던 형식적인 답변 그대로였다. 무엇이 가치 있는 글인지에 대한 고민도, 확신도 없었다. 대학에 붙었다는 희열감에 젖어 있던 당시의 나는 별다른 의심조차 없었다.

확고한 목표 없이 시작한 수습기자 생활은 벽을 느끼게 했다. 입시교육에 갇혀있던 나에게 춘추는 더 큰 세상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더 큰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춘추 구성원들은 저널리즘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새로운 시각, 색다른 글쓰기로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의문을 제기했고 누구보다 자기 글에 애정이 넘쳤다. 대학생들로 구성된 단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동시에 나의 부족한 실력을 체감했다. 기사체에 대한 이해부터 논의를 전개하는 방식, 모두 미숙했다.

수없이 퇴고하고 고민하며 나의 첫 기사가 발행됐다. 우리대학교 청소노동자의 시위에 대한 내용이다. 청소노동자, 학교 관계자, 전문가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인터뷰한 사람의 숫자만큼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내가 전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처음 느꼈다. 첫 발행은 ‘기자’에 대한 진지한 생각을 처음부터 다시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매우 힘든 과정이었지만 내 기사를 통해 누군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배우자 어린 시절 갖던 순수한 열망이 다시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다만, 지금은 그때와 달라야 한다. 왜 기자가 되고 싶은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반년의 춘추 생활, 아직도 막연하지만 이제 더 이상 관성적으로, 늘 그래왔듯이 기자를 꿈꾸지 않는다. 후회를 남기겠다. 후회를 남긴다는 것은 미성숙한 내가 기사에 경의를 표하는 일이다. 내가 놓친 것들, 부족했던 점들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성장해나가겠다. 내가 쓸 기사는 나의 저널리즘 기록이 될 것이다. 시간이 지나 연세춘추에서 쓴 기사를 다시 보았을 때, 잘 썼다는 생각보다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길 바란다. 더 깊은 논의와 더 좋은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아쉬움이 남길 바란다. 내가 성장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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