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귀농·귀촌 현상의 원인을 살펴보다

귀농 2년 차 최우신(38)씨는 농산물 판매 회사 ‘트렌디파머’를 운영 중이다. 그는 귀농 전 호밋자루 한 번 잡아본 적 없다. 그는 서울의 한 IT 회사에 재직하는 도시적인 삶을 살았다. 그러나 회사와의 연봉 협상 과정에서 트러블이 발생해 퇴사를 결심했다. ‘이직’과 ‘새로운 도전’의 갈림길에 선 그는 먼저 귀촌한 부모의 집에 내려와 주변 농업인들의 농사 현장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사업가의 꿈을 항상 가지고 있던 그는 농업으로 본인만의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 농촌에서의 삶은 도시와는 반대된다. 최씨와 같은 귀농·귀촌 청년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선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농촌의 새로운 미래, 청년

 

최근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월 2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귀농·귀촌 인구는 51만 5천434명으로 전년도보다 4.2% 늘었다. 귀농·귀촌 인구가 2020년도에 전년 대비 7.4% 증가한 데 이어 2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 연령대에서 귀농·귀촌 인구가 증가했지만, 특히 청년층을 주목해볼 만하다. 30대 이하 귀농·귀촌 인구는 총 23만 5천904명으로 전체의 45.8%를 차지해 귀농·귀촌 흐름을 주도했다.

청년 농업인 증가에는 청년들의 농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21년 12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행한 ‘2021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가 귀농을 택한 가장 큰 이유로 ‘농업의 비전과 발전 가능성’(26.4%)을 꼽았다. 이는 부모의 농사를 물려받기 위한 ‘가업 승계’(26.2%)를 처음으로 앞지른 수치다.

고령 농업 종사자의 상당수가 은퇴하면 청년들이 그 자리를 메꾼다. 농업의 미래를 바라보는 청년들이 곧 농업의 미래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시현 명예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의 미래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농업”이라며 “디지털 기술이 육체적 노동, 과한 자연 의존, 농산물 판매 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화된 농업인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 쉽지 않기에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청년 농업인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 덧붙였다. 머지않아 첨단 기술로 무장한 청년 농부가 우리나라의 농업을 이끌어갈 시대가 열릴 지도 모른다.

 

삭막한 도시의 현실을 피해서

 

청년들이 귀농·귀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난으로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이 청년들을 귀농·귀촌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세대별 체감 경제고통지수’에서 15~29세 사이의 청년층 체감경제고통지수(27.2)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취업난’이다. 취업준비생까지 포함한 청년 체감실업률은 2021년 23.1%로, 사실상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였다.

청년은 일자리 확보를 위해 귀농·귀촌하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2021년 농촌축산 식품부에 따르면 청년층인 2030세대는 귀촌 사유로 ‘직업’을 1순위로 꼽았다. 일자리를 위해 귀촌한 20대 이하의 청년은 39.1%, 30대 청년은 34.8%였다. 박 연구위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자영업을 필두로 도시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며 “일자리 부족이 귀농·귀촌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귀농 준비생 인스타툰 『호두농사』의 ‘호도마로’씨는 “귀농에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소득이다”며 “대규모 농사일수록 기계가 대체해주는 부분이 많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일할 수 있으며, 웬만한 직장인보다 나은 억대의 소득을 올릴 것”이라 기대를 밝혔다.

도시주택 가격 상승도 청년들이 귀촌을 결심하게 하는 큰 요인이다. 지난 6월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15년 만에 두 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세 배 가까이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 지수는 2021년 말 140.3으로, 이는 2006년 1월(62.8)에 비해 2.2배 올라 소득증가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가격만 크게 오른 셈이다.

실제로 30대 청년들의 귀촌 이유 중 주택이 27.1%로 2위를 기록했다. 사과 농장을 운영하는 귀농 3년 차 조혜원(30)씨는 현재 거주하는 강원도 화천군 주택에 대해 “도시에서는 이만한 집을 구하기 어렵다”며 “같은 매물이어도 도시에서는 아마 두 세배 비쌌을 것”이라 말했다.

 

성공적인 귀농·귀촌을 위해

 

정부는 농촌 소멸의 해결책으로 청년들의 귀농을 권장하는 프로그램과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촌은 고령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농림어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46.8%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고령인구 비율이 17.1%인 것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높다. 농촌의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 농업인의 농촌 진입은 매우 효과적이다.

정부는 청년들의 체계적인 귀농·귀촌 준비를 위해 농업·농촌 일자리 경험을 제공한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올해 95개 시군, 119개 마을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귀농 희망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체류형 귀농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일정 기간 농촌에 거주하면서 귀농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조씨는 “귀농·귀촌을 결정하기 전에 우선 체험이 도움이 된다”며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본인이 귀농·귀촌에 적합한지, 잘 해낼 수 있는지 등을 미리 알아보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경제적 지원도 뒷받침된다. 지난 2018년부터 매년 정부는 ‘청년 창업농 영농 정착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지원사업에서는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과 3억 원 한도의 창업자금을 귀농 청년에 지원한다. ‘호도마로’씨는 “땅값과 시설비가 생각보다 비싸다”며 “상환을 제대로 할 수만 있다면 3억이라는 돈이 초보 농부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원사업은 농촌에서의 새로운 시작을 주저하는 청년들에게 용기를 준다. 박 연구위원은 “농업을 생업으로 하기까지 많은 고통과 어려움이 따른다”며 “다행히 정부의 귀농 장려 정책은 초보 청년 귀농인에게 안내 표지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도심에서 느끼는 현실의 장벽을 피해 더욱 여유로운 삶과 보금자리를 찾아 농촌에 정착하고 있다. 귀농·귀촌은 또 다른 인생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귀농·귀촌 청년들의 내일이 밝을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당사자의 철저한 준비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귀농에 관심이 있는가. 섣부른 귀농은 금물이다. 심사숙고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귀농을 고려하고 있다면, 『TheY』와 함께 차근차근 아래 체크리스트를 살펴보자.

 

<귀농 체크리스트>

귀농할 지역을 결정했는가?

지자체별로 귀농·귀촌 지원 정책이 상이하다. 조씨는 “농촌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며 “시군마다 귀농인들에게 제공하는 지원 정책의 종류와 본인이 지원 자격요건에 충족되는지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자신이 적합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귀농 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해당 지역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했는가?

귀농할 지역은 내가 농사를 지을 뿐만 아니라 직접 생활해야 하는 공간이다. 귀농할 지역을 결정했다면 해당 지역의 기후 및 재배 가능한 농작물에 대한 정보와 더불어 생활에 관련된 정보를 알아두는 편이 좋다.

농사를 미리 체험해 보았는가?

미리 체험해보지 않으면 농사가 나에게 적합한지 알 길이 없으며 농사 관련해 여러 지식을 얻기 힘들다. ‘호도마로’씨는 “농사 관련 지식뿐만 아니라 기초 지식이 많이 필요하다”며 “잘못하면 작물이 쉽게 죽어 한 해의 농사를 망칠 수 있으니 농업을 미리 체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주말농장 혹은 각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귀농 이후 초기 투자자본 외의 여유 자본이 있는가?

농사의 수익은 예상하기가 어렵다. 여러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 연구위원은 “초기에는 기술이 부족하고 판매방식도 서툴러 생각보다 소득이 오르지 않아 빚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귀농 이후 예상했던 기간 내에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여유자금을 확보해놓아야 한다.

귀농 이후의 사업계획을 상세히 구상했는가?

농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작물 기르는 것부터 유통망과 홍보전략 등을 상세히 세워야 한다. ‘호도마로’씨는 “귀농을 준비 중이라면 어느 곳에서 본인의 작물을 수매해줄 수 있는지 잘 알아보는 과정이 필수다”고 말했다. 젊음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 귀농인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농작물의 생산과 유통 기술 개발 및 첨단 기술과의 접목 방향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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