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청년의 역귀농 현상을 살펴보다

정기윤(27)씨는 경기도 연천군에서 대추 방울토마토 농사를 지은 지 올해로 5년째다. 그는 도시보다 자유로운 농촌에 매력을 느껴 귀농하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도시에서의 시급보다 낮은 소득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그는 수차례 포기를 결심했다. 그는 “농업도 엄연히 사업이기 때문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은 정씨뿐이 아니다. 귀농 청년들이 마주한 농촌의 현실을 살펴보자.

 

귀농 청년, 다시 도시로?

 

귀농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만큼 역귀농을 선택하는 청년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 역귀농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한 청년들이 농촌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귀농 청년 중 일부는 정씨처럼 도시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청년 귀농인 최지은(35)씨는 “귀농한 지 4년 차지만 역귀농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주변에서 역귀농을 선택하는 청년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역귀농인에 대한 관심은 저조하다. 실제 역귀농인의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정도다. 지난 2019년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귀농·귀촌인 정착실태 장기추적조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역귀농인의 비율은 8.6%였다. 이마저도 사전 동의받은 귀농인 약 1천 명을 대상으로만 진행한 조사다. 이에 신뢰도를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그 뒤로도 역귀농인에 대한 공식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매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전년도 귀농인 수를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순천대 농업경제학과 엄지범 교수는 “역귀농인의 수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관심이 양적 확대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라 설명했다. 귀농 청년에 대한 사후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숫자 늘리기에만 집중하기보다 귀농 청년들이 실제 현장에 자리 잡고 정착할 수 있는 질적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귀농 청년에게는 닿지 않는 지원제도들

 

청년 귀농인들은 새로운 출발이라는 희망을 품고 농촌으로 향한다. 그러나 농촌에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귀농 청년은 주로 소득 문제로 인해 농촌을 떠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난 2021년 9월부터 약 두 달간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1년 귀농 및 귀촌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가구의 41%가 귀농과 관련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으로 ‘소득 문제’를 꼽았다. 엄 교수는 “귀농에 필요한 초기 자본은 약 5억 원대로 추정된다”며 “농산물 판매 금액은 동결이지만, 초기 비용만 계속해서 증가해 귀농 청년이 소득 문제를 겪는다”고 지적했다.

소득 문제는 농지 구입과 관련돼 있다. 청년 귀농인들은 주로 일반 시장에서 농지를 거래한다. 그러나 그들이 농촌의 땅과 집을 매입할 때 피해를 보는 경우가 존재한다. 최씨는 “매물 평균가가 13만 원이면 농지 거래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20~25만 원으로 제시된다”고 말했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는 “농촌 부동산시장의 중개 과정에서 지역유지나 무허가 중개인 등이 개입해 수수료 폭리를 취해 나눠먹는 식의 구태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일부 마을의 이장이나 귀농·귀촌 멘토는 예비 귀농인에게 추가적인 금액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명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농지은행제도*를 이용하고자 하지만 이도 만만치 않다. 정씨는 “농지 은행 사업이 사실상 청년들이 활용하기 어려운 제도”라며 “귀농 청년이 주로 이용하는 청년 창업농 정책자금 대출과 겹쳐 지원받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비용상 자부담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고 밝혔다.

기술 부족도 역귀농의 원인 중 하나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농 및 영농활동 수행 시 겪는 어려움으로 50.3%가 ‘기술 경험 부족’을 꼽았다. 귀농 청년들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아래 농정원)을 통해 교육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교육 이수율은 낮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 귀농 가구의 귀농 교육 미이수율은 36.3%로, 약 10명 중 4명은 귀농에 대한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서인석(37)씨는 “농정원에서 교육을 수강하더라도 농업 전반의 포괄적인 교육으로 이뤄져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낮은 교육 이수율의 원인으로 실습형 교육 프로그램 부족과 교육 기간 동안의 지원 부족을 들을 수 있다. 현재 귀농·귀촌 교육은 이론 중심의 온라인 교육이나 집단교육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개별성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 중심의 교육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씨는 “교육을 수강했지만, 농촌의 현실에 대해서는 알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교육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도의 비용과 시간도 필요하다. 최씨는 “귀농 전까지 총 1천800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이수했다”며 그러나 “해당 교육기간 동안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엄 교수는 “귀농에 진입하고 나서부터 지원이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교육받고 싶어도 비용과 시간의 부족으로 인해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농촌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성장을 위해

 

귀농 청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농촌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 「농지법」 제6조 1항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속이나 암묵적인 농지 거래를 통해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엄 교수는 "청년 귀농인들이 농지로 인해 귀농을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귀농 청년을 위한 귀농 교육의 개선도 필요하다. 그들의 농업 기술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다. 부산대 식품경제학과 이한성 교수는 “교육 대상자들이 속한 귀농 지역과 재배하는 생산 작물에 맞춰진 개인화된 교육이 필요하다”며 “농업기술에 관한 교육은 강의실이 아닌 현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교육 기간 동안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귀농 청년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엄 교수는 “교육받는 동안에도 청년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수혜자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 설계돼야 한다. 이 교수는 “교육 설계자와 교육 대상자 간의 부조화를 해결해야 교육의 참여율이 제고될 것”이라며 “청년 농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귀농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지원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청년과 함께하는 농촌이 되기 위해서는 귀농 전 준비단계와 귀농 후 정착 단계 전반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농촌이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되길 바란다.

 

 

글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 농지은행제도: 농어촌공사에서 고령은퇴농·비농민이 보유한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차해 농지가 필요한 농민들에게 농지를 판매 혹은 임대해주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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