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을 해보다

오는 9일은 장기기증의 날입니다. 이날은 1년 중 하루만이라도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장기기증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지정됐습니다. 모두에게 생소한 장기기증의 종류와 신청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들이 직접 장기기증 신청을 해봤습니다.

 

은진, 혜인 기자의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기증 체험기

장기기증 희망 등록 신청에는 뇌사 후 기증과 사후 기증이 있습니다. 뇌사 후 기증은 자가호흡을 할 수 없는 뇌사 판정 시, 그리고 사후 기증은 사망 시 장기를 이식하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장기뿐만 아니라 조직 기증도 희망 등록할 수 있습니다. 조직 기증은 다른 사람의 인체조직 기능회복을 위해 사후의 피부, , 연골, 인대, 혈관, 심장판막 등을 기증하는 것이고, 조직기증의 한 종류인 조혈모세포기증은 백혈병이나 혈액암 환자들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혈액세포를 기증하는 것을 말합니다.

▶▶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는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기증을 지원하고 있다.
▶▶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는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기증을 지원하고 있다.

 

*기관 방문 전

기자들은 장기·조직기증 대면 신청을 위해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에 연락해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장기·조직기증 신청은 방문 외에도 온라인과 팩스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전화 상담 시 조혈모세포기증 신청의 경우 기증 의사를 밝히자, 상담자는 기자가 저체중 상태가 아님을 먼저 구두로 확인했습니다.

 

▶▶ 장기기증 신청을 위해 방문한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는 방문 외 온라인과 팩스를 통해 장기기증 신청을 받는다.
▶▶ 장기기증 신청을 위해 방문한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 한마음한몸장기기증센터는 방문 외 온라인과 팩스를 통해 장기기증 신청을 받는다.

 

*방문 상담

기자들은 장기기증 신청을 위해 센터를 방문했고, 상담사로부터 장기기증의 종류와 절차에 관해 설명을 들었습니다. 은진 기자는 뇌사 후 기증과 사후 기증을, 혜인 기자는 조혈모세포기증을 하기로 했습니다. 기자들은 신청을 완료하더라도 실제 장기기증은 뇌사 시에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이뤄진다는 점과 장기기증에서 중요한 것은 나이보다 개인의 건강 상태라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 조혈모세포기증을 위해 채혈하는 모습. 채혈을 통해 항원 일치 여부를 검사한다.
▶▶ 조혈모세포기증을 위해 채혈하는 모습. 채혈을 통해 항원 일치 여부를 검사한다.

 

*신청 과정

장기기증과 조혈모세포기증 신청 과정은 기자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간단했습니다. 기본 정보를 적고 기증 희망 종류를 표시한 뒤 신청서를 제출하면 모든 과정이 완료됩니다. 장기기증의 경우, 희망 신청이 끝난 후 바로 현장에서 장기기증 희망 확인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신청 시 확인증은 우편으로 배달된다고 합니다. 조혈모세포기증 신청을 한 혜인 기자는 신청서 작성 후 채혈을 진행했습니다. 항원 일치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약 3mL 정도의 피를 채혈하고, 일치하는 항원이 발견되면 기증이 가능합니다.

 

▶▶ 장기기증 접수 후엔 상담사에게 장기기증의 종류와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상담에선 실질적인 사후장기기증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 장기기증 접수 후엔 상담사에게 장기기증의 종류와 절차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상담에선 실질적인 사후장기기증을 위해서는 가족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은진 기자의 후기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알지 못했던 기자는 센터를 방문하기 직전까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장기기증을 알아가며 생명 나눔의 필요성을 깨닫고 기증 신청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장기기증 신청을 희망하나 아직 고민 중이라면, 신청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유의해 먼저 상담을 받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혜인 기자의 후기

장기기증 기관에 방문한 후 조혈모세포기증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조혈모세포 채취 과정이 아플 것이라 우려했지만, 기증자 맞춤 채취 과정으로 아프거나 힘들지 않았습니다. 추후 조혈모세포기증이 이뤄질 때, 기증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34일간의 입원이 이뤄집니다.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도 가능합니다. 충분한 기간을 갖고 기증자를 배려하는 모습에서 신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취재를 통해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후에 조혈모세포기증뿐 아니라 은진 기자와 같이 장기기증까지 시도해보고자 다짐했습니다.

 

낮은 장기기증자 수,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2002,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되며 국내에서도 장기기증이 합법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장기기증자 수는 뚜렷한 성과 없이 감소하는 중입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이후부터 5년간 뇌사자 장기기증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2015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의 뇌사 장기기증자 수는 515, 장기이식 대기자 수는 37187명이었습니다. 장기기증 대기자 수에 비해 장기기증자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입니다. 공급 불균형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현재 하루 평균 7명의 장기기증 대기자가 사망에 이르고 있습니다.

뇌사 후 장기기증자가 부족한 현실은 생체 기증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실과 직결됩니다. 생체 기증은 가족 간에 이뤄지는 장기·조직 기증을 뜻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100만 명 당 생체 기증자 수는 20명으로 전 세계에서 2위입니다. 고려대 간담췌외과 김동식 교수는 가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생체 기증을 하는 이유는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을 수 있는 길이 도저히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특별한 지병이 없는 이들이 기증을 위해 수술을 받아도 되는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합니다. 고려대 이식혈관외과 정철웅 교수는 미래에 어떤 질병을 앓게 될지 모르기에 국내 생체 기증은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뇌사 후 장기기증자의 수가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기기증 전 보호자 동의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현실을 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12(장기 등의 기증에 관한 동의)에 따라 당사자가 생전에 장기기증 희망 신청을 했더라도 사후에 가족이 반대한다면 장기기증을 할 수 없습니다.

 

▶▶ 장기이식법이 시행된지 20년이 흘렀으나, 대한민국의 장기기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 장기이식법이 시행된지 20년이 흘렀으나, 대한민국의 장기기증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더 나은
장기기증 문화를 위해서

 

다행히도 국내 장기기증 희망 신청률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누적 장기기증 희망 등록자 수는 88865명으로 전년 대비 32.3% 증가했습니다. 신청률이 급증한 상황에는 2021년 방영된 의학 드라마에서 장기기증 관련 이야기가 등장한 것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미디어 소통팀 김윤식 팀장은 월평균 600~800건에 달했던 기증 희망자 등록 수가 2021년 이후 4~5천 건으로 급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먼저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개선돼야 합니다. 지난 2018년 장기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개선하기 위한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324항이 시행됐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기관에서 장례지원 방법·절차, 가족 또는 유족의 가족 관리, 사후 행정 처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유가족에게 마음의 안정을 드리기 위해 유가족 상담이나 유가족 모임을 주최하는 등의 추모행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 교수는 타인의 생명을 살린 숭고한 희생을 실천한 장기기증자를 위해 추모공원 및 추모기념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있다며 장기기증자에게 걸맞은 예우를 다할 필요가 있음을 설명했습니다.

정부에서 관리하는 세분화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 관련 인식 교육은 민간단체가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에서 다양한 장기기증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교육에서 장기기증을 다룰 경우 개인이 따로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생명 존중 교육에 장기기증 내용을 포함하고 이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교육 콘텐츠를 발전시킬 필요도 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정서와 맞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장기기증에 관한 인식 개선이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보편화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의 도입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연명치료가 중단되더라도 DCD가 없기에 장기기증 여부를 논할 수 없습니다. 연명치료 중단 후 뇌사 상태에 빠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장기기증이 불가한 것입니다. 김 교수는 “DCD가 가능해진다면 장기이식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기이식의 공급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장기·조직기증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장기기증은 단절이 아닌 기증자의 일부가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장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선 기증자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생명의 가치를 기억하며 오는 9월 장기이식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사진 서예원 기자
harry214yw@yonsei.ac.kr

 

*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심장사로 혈액 순환이 멈춘 환자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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