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살펴보다

9월 말부터 청년층을 대상으로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가 도입됩니다. 특례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어떤 청년들이 대상이 되는지, 정말 채무 원금을 탕감해주는 것이 맞는지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둘러싸고 뜨겁게 논의가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련 논쟁을 TheY가 살펴봤습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

지난 814일 윤석열 정부가 청년층을 대상으로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는 정부가 청년들의 신속한 회생과 재기를 목적으로 도입한 제도입니다. 청년들에게 이자 감면 및 상환유예 혜택을 지원해주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됩니다. 34세 이하이면서 신용 평점이 하위 20% 이하인 청년이라면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는 이전부터 존재해왔기에 처음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존의 일반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새로 도입 예정인 청년 특례 프로그램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합니다. 먼저, 연체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채무조정 제도와 달리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는 연체 전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이자에 관한 내용도 다릅니다. 일반 프로그램은 이자 감면 혜택을 제공하지 않으며 약정 이자율도 최대 15%에 달합니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에서는 저신용 청년들의 채무 과중도에 따라 이자율을 30~50% 감면하며, 원금 상환유예 기간 중 이자율을 연 3.25%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청년 특례 프로그램에서는 일반 채무조정 프로그램에서 받던 신청 비용 5만 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러나 제도의 대상과 혜택을 둘러싸고 형평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의 발표 당시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이 도입 취지를 이야기하며 빚투 청년들이 경제·심리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는 말을 꺼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가 투자에 실패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청년들의 의견은 어떨까요.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73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채무조정지원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7.5%가 빚이 있는 청년들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에 대해 찬성 의견을, 37.3%는 반대 의견을 표했습니다. 청년들의 의견도 팽팽합니다. 오수현(27)씨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중한 빚을 진 청년들을 구제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김소희(24)씨는 특정 청년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 지난 8월 23일 연세대 부근에서 본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총 30표 중에 찬성이 11표, 반대가 19표 나왔다.
▶▶ 지난 8월 23일 연세대 부근에서 본지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총 30표 중에 찬성이 11표, 반대가 19표 나왔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를 둘러싼
찬성 vs 반대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의 당위성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찬성 측에서는 제도를 시행할 이유가 충분히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사회취약계층인 청년들에게 재생 기회를 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유행 이후 취업 및 창업률이 감소함에 따라 청년들의 채무액은 더욱 늘어났습니다. 지난 7월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권 다중채무자 현황 및 리스크 관리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이하 청년층의 총 다중채무액**2017년 대비 32.9% 증가한 약 158조 원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중년층과 노년층의 총 다중채무액 증가율이 각각 16.2%, 32.8%인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경제적 여건이 더욱 악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더 많은 채무를 짊어질수록, 사회가 짊어져야 하는 비용도 커집니다. 연세대 경제학과 한순구 교수는 청년들의 채무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가 미래에 책임져야 할 부분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제도의 필요성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청년층이 타 연령층보다 스스로 채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활동을 갓 시작한 청년들의 소득은 빚을 갚기에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김도연 교수는 저신용 청년들이 소득만으로 신용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아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취약층의 금융 부담을 줄여주고 다가올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금리가 인상되고 환율이 급등한 상황입니다. 이례적인 경제 위기로 청년층이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예방하고 경제활동을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사전 조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김도연 교수는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청년층의 신용하락이 예상된다정책의 시행을 늦출수록 미래에 감당해야 할 피해는 더 커진다고 전했습니다. 한 교수는 적은 돈으로 빚을 감면시키고 다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모두가 코로나19로 채무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청년층에 한정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특혜라고 주장합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업권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3월을 기준으로 40~50대의 가계대출 총액이 1141479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54.3%에 달했습니다. 40~50대가 부담해야 할 가계대출의 비중이 높은 현실에도 정부와 금융기관의 정책은 청년을 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김희호 교수는 취약계층의 기준은 보통 소득 또는 자산이다라며 왜 취약계층의 정의가 연령을 기준으로 설정됐는지가 설명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해당 제도는 빚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역차별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최근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시행한 청년채무조정지원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빚 없이 살던 사람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문항에 응답자의 67.7%가 동의했습니다. 투자자에게는 자신의 투자에 책임을 지는 투자자의 의무가 있는 만큼, 이것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고려대 경제학과 김세익 교수는 위험금융자산을 다루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도움을 준다는 의미는 위험을 선호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과 동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의견이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셈입니다.

제도를 도입함에 따라 드는 비용 계산이 잘못됐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김세익 교수는 도덕적 해이로 위험금융자산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정부는 이에 따른 손실의 빈도와 규모 증가를 편익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청년들이 채무를 갚을 능력이 있더라도 돈을 상환하지 않거나 정부의 도움을 바라고 지속해서 빚을 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의 논란을 딛고 일어서려면

미래에 금리가 다시 상승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비슷한 정책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유예에 관한 정책을 네 차례나 반복해 제시했습니다. 정책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그 효율성과 신뢰성은 떨어집니다. 한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매번 도우면 향후 국민들은 정부만 믿고 무책임한 행동을 할 것이라며 도덕적 해이를 막을 방안의 마련이 꼭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김세익 교수는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가 일회성이라는 것을 모두가 믿게 된다면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는 정책의 일회성을 강조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지원 대상자를 더욱 엄격하게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불필요한 청년에게 혜택이 돌아갈 경우 역차별의 여지가 더욱 커지기 때문입니다. 김도연 교수는 지원 대상 평가 시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거나 채무 이행 의지가 없는 청년을 엄격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채무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저신용 청년으로 대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가 청년들의 신속한 회생과 재기를 도울 수 있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은 경제적 활동을 할 기회가 많습니다. 이에 이자 감면보다는 상환 기간 유예를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 교수는 청년들이 미래에 소득을 가지게 된다면 그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와 납득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김세익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더라도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한다면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정책의 시행에 앞서 논리적이고 확실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저신용 청년을 도와줬을 때 얻는 이익이 필요한 비용보다 많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합니다. 김세익 교수는 금융위원회에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충분한 정보가 있을 것이라며 계산 결과를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정부와 금융기관,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그다음 단계로 원활하게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신속채무조정 특례제도는 9월 말부터 개시될 예정입니다. 정책이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확실한 보완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정책에 대한 정부 측의 확실한 설명도 필요해 보입니다. 공정성 논란에 둘러싸인 이 프로그램이 공정성 너머의 공정을 바라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강하영 기자
kang_hayeong@yonsei.ac.kr

사진 서예원 기자
harry214yw@yonsei.ac.kr

 

* 다중채무액: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것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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