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독립서적,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인간들은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이는 우리가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자립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대사회는 이런 관계를 때로는 나약함의 상징이자 기피 대상으로 여기곤 한다. 도하타씨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도 돌봄시설에서 일한 이후로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챙겨주는 사회의 의미를 깨닫는다. 매일 의존하며 살아갑니다에서는 그가 돌봄시설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의존과 돌봄의 의미를 서술한다.

 

어째서 나는 그렇게나 치료에 종사하고 싶은가.
어째서 나는 돌봄보다 치료가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가.
어째서 돌봄을 깔보는가.
애초에 치료란 무엇이고, 돌봄이란 무엇인가.

 

도하타씨는 임상심리학 분야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정도로 정신 치료를 깊게 공부한 사람이다. 어려운 의학용어를 늘어놓고, 의료용 기구들을 멋지게 사용하며 그는 치료가 돌봄보다 더 우월하다고 느낀다. 돌봄 시설에서의 경험은 그가 돌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처음 일했던 시설에서는 그의 전문 분야에 맞게 치료 업무를 더 맡아달라고 했다. 시설의 요구사항은 73을 비율로 진료와 돌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설에서 그가 하는 주요 업무는 돌봄이었다. 몸과 마음에 일시적으로 병이 생긴 경우에는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을 유지하기 힘든 탓에 시설로 들어온 그들은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했다.

도하타씨는 자신의 업무가 생각했던 바와 다른 탓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괜히 상담일지를 다시 확인하거나 치료법을 되짚어 보는 등 특정한 행동을 통해 불안을 없애려고도 한다. 도하타씨는 스스로를 있기가 아닌 하기에 집중하는 상태라 정의한다. ‘있기는 변화 없는 일상을 잘 살아가지만, ‘하기는 변화를 추구한다. 그는 시설에 있는 사람들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려웠기에 무언가 하기를 선택했다.

그러나 시설에서 상담을 진행하면서 도하타씨는 하기를 중단하기로 결심한다. 시설 안에는 사람들과 운영 구조 등, 다양한 요소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시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곳에 익숙해지며 서로에게 안심하고 몸을 맡길 수 있는 상태가 돼야 했다. 이후 그는 시설에서 있기에 초점을 맞춰 시간을 보낸다. 도하타씨와 시설의 사람들은 명상하기, 승패를 가리지 않는 공 던지기,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 들어주기 등으로 일상을 채워나간다. 그는 시설의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점점 가까워진다. ‘하기가 아닌 있기를 통해 서로는 서로에게 기대는 존재가 된다.

돌봄은 의존으로부터 시작된다. 서로에게 의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서로를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하타씨는 돌봄이라는 개념이 능동태도 수동태도 아닌 중동태라고 정의한다. 도움을 주는 주체와 도움을 받는 객체가 구분되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의존을 기반으로 한 상호작용의 형태라는 것이다. 돌봄은 서로서로 의존을 주고받고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돌봄은 치료의 과정에서도 사용된다. 치료는 몸과 마음의 병을 낫게 하는 행위다. 그 과정에서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거나, 용기를 주는 말을 하는 것은 돌봄이다. 돌봄과 치료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기에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정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의존 노동의 사회적 가치는 명백하게 낮다.
소아과 의사는 많이 벌지만 보육사는 적게 번다.
노후 자산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는 연봉이 높지만 요양원 간병인은 연봉이 낮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 또한 치료가 돌봄보다 멋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변화 없이 하루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일상은 무언가를 얻고자 뜨겁게 노력해야만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하기보다 있기, ‘치료보다 돌봄이 우리 삶에서 더 강조돼야 하는 이유이다.

 

돌봄을 경시하는 사회에서 돌봄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의존이 필요하다. 항상 돌봄이 필요한 우리들은 마음껏 서로에게 의존할 때 안정적인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 서로에게 힘을 주는 대상을 만들고, 자신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을 줘보는 것은 어떨까.

 

 

글 송혜인 기자
hisongs@yonsei.ac.kr

<자료사진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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