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르기 위한 여정, 9월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밥이나 먹자.” 대화를 마무리 짓는 말이다. 우리는 종종 잘 지내냐’, ‘보고 싶다는 안부 인사 대신 밥을 먹었는지 묻곤 한다. 그만큼 식사는 중요하다. 리틀 포레스트는 시청자를 배고프게 하는 영화다. 주인공이 만든 요리를 보면 누구든 침을 꼴깍 삼키게 된다. 그러나 리틀 포레스트는 요리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배고픔에 관해 제법 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생은 배고픔의 연속이다

 

주인공 혜원의 고향은 미성리다. 미성리에서는 자급자족의 삶이 펼쳐진다. 추운 겨울날 직접 나무를 베어 장작을 때야 한다. 삶에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갖춰진 도시와는 다르다. 대형 마트는 고사하고, 마트에 가려면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달려야 한다. 이마저도 언제 휴업할지 모른다.

대학 진학을 위해 20살에 도시로 상경했던 혜원은 몇 년 만에 다시 미성리로 돌아왔다. 그는 배가 고파서돌아왔다고 말한다. 그것도 추운 한겨울에 말이다. 고향으로 돌아오자마자 혜원은 직접 수제비를 만들고 배추전을 부쳐 먹는다. 다음날에는 고모가 차려준 구첩반상을 허겁지겁 해치운다. 한껏 굶주린 듯하다.

혜원은 왜 그렇게 배가 고팠을까. 답은 단순하다. 생계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혜원은 돌아오기 직전에는 임용고시 준비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매일같이 편의점에서 남은 도시락과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때로는 상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이토록 어렵게 준비한 임용고시의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그는 도피하듯 고향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고향에서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을 일이 없다. 직접 재배한 싱싱한 재료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미성리의 자연과 음식은 고단했던 혜원의 지난날을 위로하는 치유제가 됐다. 장작을 패며 땀을 뺀 이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 잔에 혜원은 행복을 느꼈다. 도시에서 마시는 소주와 비교할 수 없이 만족스러웠다.

 

인생의 풍족함을 위해

 

우리가 느끼는 배고픔은 물리적 배고픔과 정신적 배고픔으로 나뉜다. 전자는 말 그대로 배가 고픈 상태나 느낌을 가리킨다. 후자는 인간이 자기 삶의 주체자로서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리킨다. 과거 혜원은 정신적인 배고픔을 느껴 미성리를 떠났다. 하루빨리 미성리를 떠나고 싶어 했던 혜원의 배고픔은 서울 소재 대학 지원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졸업 이후 시험 준비에 지친 그녀는 다시금 배고픔을 느껴 도시를 떠나 미성리로 돌아왔다. 특별한 이유나 목표도 없었다. 미성리에서 지내던 혜원은 슬며시 자신이 미성리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돼?
가장 중요한 일을 외면하고 고민을 얼버무리고 있는 거야

 

혜원은 고향 친구 재하와 어머니로부터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재하는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을 강조했다. 재하는 배고픔의 원인을 명확히 파악한 후, 도시에서 미성리로 돌아왔다. 대학 졸업 이후 재하는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생각할 여유도 없이 월급날만 기다리던 인생에 지쳤다. 다른 사람이 결정해주는 인생에 질리기도 했다. 그래서 재하는 미성리로 돌아왔다. 부모님의 농사를 도우며 과수원에서 일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여유주체성을 미성리에서 되찾았고,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혜원의 어머니도 정신적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 혜원이 20살이 되자 미성리를 떠났다. 혜원의 어머니는 미성리에서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았다. 그녀는 병든 남편의 요양을 위해 한적한 시골에 내려왔다. 남편이 세상을 뜬 이후에는 혜원이 미성리에서 자라길 바라 도시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 속에 혜원의 어머니 그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혜원이 성인이 되자 혜원의 어머니는 이제 자기 삶을 찾고자 했다. 혜원에게 편지 한 통을 남긴 후 그는 그렇게 떠나갔다.

 

이제 엄마도 이곳을 떠나서 포기했었던 일들을 시도해 보고 싶어.
실패할 수도 있고 너무 늦었다는 불안감도 있지만.
엄마는 이제 이 대문을 걸어 나가,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 나갈 거야.”

 

처음에는 갑작스레 떠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혜원은 이내 어머니가 느낀 배고픔을 이해하게 된다. 결국 모든 배고픔은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재하와 어머니의 결심을 통해 자신만의 해답을 찾은 혜원은 다시 털고 일어서서 미성리를 떠났다. 재하와 혜원의 어머니처럼 혜원 역시 자신이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찾고, 또 걷기 위해서다.

 

영화 마지막 부분, 자기 삶을 위해 또다시 도시로 달려 나가는 혜원의 미소는 눈부시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인생은 빛난다. “나도 나만의 작은 숲을 찾아야겠다는 혜원의 결심처럼 우리도 각자가 원하는 인생의 방향을 찾고, 그를 위한 여정에 용기를 내보자. 우리 인생은 결국 배부르기 위한 여정이기에.

 

 

글 한주현 기자
coana143@yonsei.ac.kr

<자료사진 다음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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