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의 많은 비극이 모순적 하청구조와 관련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고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억한다. 그는 한국서부발전의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말이 자주 쓰이게 되었다. 하청구조의 모순이 결국 24세의 젊은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사회적 성찰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모순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노동 현장에서는 하청구조 모순이 빚어낸 쟁의 사건들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초부터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은 무려 51일간 지속되다가 지난 7월 22일에야 끝이 났다. 이 과정에서 유최안씨는 0.3평의 ‘철제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었고, 그와 함께 6명의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벌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보부 하이트진로 지부도 지난 8월 16일부터 지금까지 본사 옥상에서 고공 농성을 진행 중이다. 두 파업 모두에서 노조원들이 위험한 방식으로 쟁의를 할 수 밖에 없는 데에는 이들이 하청 노동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신분을 갖고 있어서다. 그들은 원청 사용자와 직접적인 단체교섭과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하청구조의 모순 문제는 남의 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우리대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들이 노동권 개선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이 문제 안에도 원청인 우리대학교, 용역업체, 하청노동자 신분인 청소노동자들 사이의 복잡한 하청구조 관계가 놓여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중노동에 내몰리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하청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겠다 했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이명박 정부)하겠다 했고, 협력업체 직원의 직고용(문재인 정부)등을 실제 추구하기도 했다. 윤석렬 정부는 협력업체 ‘납품단가연동제’ 등을 고려하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해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미봉책만을 강구할 때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같이 불필요한 논쟁만을 일으킬 뿐이다. 더불어 국회는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을 막는 소위 ‘노란봉투법’ 처리를 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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