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지혜 매거진부장(언홍영/경영·20)
홍지혜 매거진부장(언홍영/경영·20)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지난여름, 김초엽 작가의 「행성어 시점」을 읽으며 고민에 빠졌다. 고통을 주지 않는 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모순되는 선택지 사이에서 『TheY』를 떠올렸다. 부기자 시절 내가 매거진부에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해 느꼈던 매너리즘을 생각했다.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마주해 고생했던 정기자 시절을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TheY』를 사랑했다. 고통을 주지 않으려 했고, 고통을 견뎠기에 사랑이었다. 고통과 사랑은 양립할 수 있는  관계였던 것이다.

사랑했기에 『TheY』 개편을 다짐했다. 고통과 사랑 속에서 8번의 『TheY』를 발간했지만, 늘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잡지와 신문 그 사이에 있는 『TheY』가 잡지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다. 

정기자 때 코너 ‘더와이 대신 해드립니다’를 부활시켜 ‘TheYDoY’ 코너를 신설했다. 월간지 『TheY』만이 담을 수 있는 코너였다. 표지도 변화를 줬다. 콜라주 형태의 기존 표지는 각 호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았다. 사진간 조화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로운 표지는 대표 사진 한 장으로 한 호의 컨셉을 나타내고자 했다. ‘MZ돋보기’ 코너는 폐지했다. 알파벳 세대론 안에서 청년을 입체적으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장이 된 후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했다. 본지와 차별화하기 위해 ‘editor’s pick’ 코너를 만들었다. 『TheY』가 가진 문화면을 강화하며 기자가 소개하고픈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고자 했다. 신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너지만, 매거진이라면 갖고 있어야 할 코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지면이다. 누군가가 종이 잡지는 ‘책보다는 빠르고, 웹보다는 정확한 콘텐츠’라고 했다. 그러나 연세춘추 배포함 구석에 쌓여있는 종이 잡지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 이에 변화가 필요했다. 우리의 주 독자인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매력적인 종이 잡지가 필요했다. 

기존의 판형은 한 손에 잡히지 않는 큰 사이즈였다. 청년들이 선호하지 않는 디자인도 한몫 했다. 지나치게 조잡하고 가독성이 없었다. 이에 용지, 판형 모두 변화를 주었다. 흐물거렸던 『TheY』가 A4 크기로 바뀌어 한 손에 잡힐 수 있도록 거듭났다. 매수도 12매에서 28매로 대폭 늘렸다. 불필요한 디자인은 과감히 걷어냈다. 잡다한 일러스트 대신 기사 관련 사진으로 기사의 구체성을 더했다. 판을 구성할 때 고정된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가독성을 고려해 기사에 맞는 디자인을 선정했다.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은 『TheY』의 숙명이다. 『TheY』는 변화의 물결에 맞춰 꾸준히 변화해야 할 것이다. 훗날 또 다른 이가 개편을 결심하고 있다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새로운 물길을 내는 『TheY』가 다가온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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