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장애 재현을 위한 공론의 장 필요

양동호(정외/심리·17)
양동호(정외/심리·17)

 

작품은 메세지를 담고 메세지는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그리고 작품은 현실을 재현하기도 하며, 작가의 상상을 재현하기도 한다. 현실을 재현하는 작가가 메세지가 아닌 흥미와 소비를 유발하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무분별하게 표현할 때, 누군가는 부정적 인식을 만들고 누군가는 부정적 경험을 떠올린다. 이러한 지점에서 재현의 윤리는 윤리적 성찰없는 재현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필자가 태양의 후예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시청자에게 유시진(송중기)과 서대영(진구)의 군인상만 기억하게 만들고 군인하면 그들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영우(박은빈)와 김정훈(문상훈)이라는 두 자폐인을 3화에 배치하면서 다양한 자폐인상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자폐의 공식적인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다’라는 드라마의 메세지도 언급했다. 16화 내내 자폐인으로 영우만 보여줘 ‘자폐인은 영우와 같은 천재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왜곡에 대한 우려는 정훈이와 영우 덕분에 벗어날 수 있었다. 

사회는 다양한 인간이 모여 만든 공간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사회가 평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 우리는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3화를 보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공식적인 진단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자폐인은 다양한 특성을 지니기에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영우가 천재성을 지녔고 정훈보다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영우가 자폐인이 아닌 것은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명칭을 알려줬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자폐인을 하나의 기준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함을 일깨워줬다. 이로써 자폐인을 편견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발판의 일부를 마련했을 뿐이다. 드라마가 우리에게 남긴 재현 윤리의 가이드라인은 앞으로 자폐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진단명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자폐인을 재현해야 한다는 것 뿐이다. 

정훈의 부모는 자신의 아들과 다른 영우를 자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어하지 않았다. 영우 역시 정훈같은 중증도의 자폐인을 만나본 적 없기에 이해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명석(강기영)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공식적인 진단명도 모르는 본인보다 상대적으로 영우가 낫다고 얘기한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그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역지사지의 전제는 아이러니하게도 명석이 가장 잘 이해했다. 우리도 자폐인을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영우나 정훈 중 한쪽만 자폐인이고 자폐인이어야 한다는 편협한 시각을 버려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다. 천재성을 가진 변호사 우영우는 현실에서 만나는 자폐인과 괴리가 있을 수 있으며 모든 자폐인을 대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우리에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무엇인지 환기하면서 다양한 양상의 자폐인이 존재함을 언급했다. 이제 자폐인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한걸음을 더 나아갔을 뿐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일깨운 자폐 스펙트럼 장애라는 재현 윤리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며 더 다양한 양상의 자폐인을 소재로 한 작품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 자폐인을 편견없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대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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