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학생사회의 ‘광장’이 돼주길

‘불운의’ 코로나 학번으로 입학해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학생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지 못한채 3학기를 보냈다. 학교를 다니기라도 하면 알 수 있을법한 일들도 반강제적으로 학교와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해오다보니 관심을 갖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연세춘추가 발행되고 가끔 메일함에 날아드는 덕에 학교의 소식을 방 구석에서도 접할 수 있었다. 친한 친구가 춘추에 몸담으며 기사를 써내기 위해 애쓰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며 한 시대의 학생사회의 목소리를 한 곳에 모으는 연세춘추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실감했다. 

연세춘추의 활동을 보며 최인훈 작가님의 <광장>이라는 책을 떠올렸다. 해방 이후 책의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에 살고 있던 중 월북하여 남로원당으로 있는 아버지 때문에 취조를 당한다. 이 일을 겪고 남한이 부당하고 부패하다고 느낀 명준은 월북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북한도 명준이 바라던 사회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책에는 명준이 남한과 북한의 정치 형태에 대해 고민하고 불만을 가지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명준이 바라본 남한에는 자유가 있는 밀실이 존재했지만 공공의 광장은 존재하지 않았고, 북쪽에는 자유가 없는 광장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광장’은 다양한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며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는 공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대학언론은 학생사회의 ‘광장’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개인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자유로운 발언의 기회가 주어짐에 따라 개인의 밀실 또한 광장 안에서 확보될 수 있는 사회로 발전했다. 대학 내의 학생사회도 점점 개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느낀다. 이전에는 개인의 생각에 머무르던 것들이 광장으로 표출되고 개인의 개성이 광장 안에서 더 잘 수용되는 사회가 되었다. 아직 소수자의 의견은 힘이 부족하고, 반대의 성격을 가진 여러 집단이 충돌하는 등 완전히 이상적인 광장과는 거리가 있는 사회이지만, 개인의 의사가 광장으로 표출돼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를 극복해나가는 것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며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음을 느낀다. 개인이 밀실에서 쌓은 지식이 광장으로 나올 때 사회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세춘추가 연세학생사회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과 의견과 담론이 폭넓게 담길 수 있는 광장이 돼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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