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정경경영·18)
이종혁(정경경영·18)

 

얼마 전에 우리 집에서 17년을 함께한 강아지 “개비”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언젠가는 했어야 할 이별이었지만 갑자기 헤어지려니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무언가와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가족처럼 지낸 존재와 이별하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떠나면서 개비는 나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싶었을까?” 그래서 개비와의 이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계 속에서 살아가면서 누군가 살고 있는 다른 세계를 잠시 여행하곤 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경험이라고 부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한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의 모든 것들과 언젠가는 멀어지고 헤어지고 이별해야하는 것은 운명입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과의 관계에서 특히 인간관계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풋풋한 사랑이, 친구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대학 친구들에게서 느끼는 동질감이 결국은 영원하지 않고 일시적인 것입니다.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세상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 짧은 순간만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경험이라고 말하는 것들, 우리의 추억과 행복했던 기억들은 모두 찰나의 순간에 지나치지 않은 것을. 결국은 박경리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영원하지 않지만 끊임없이 지속되는 삶과 죽음의 연속이 우리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이별의 순간이 언제 찾아올지 알지 못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과 영원히 함께 할 수는 없을테지요.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불행하고 고단했습니까? 각자의 인생에 맡겨진 무거운 짐들을 생각하면 행복이라는 말이 밤하늘의 별처럼 아득히 멀어지지는 않았나요?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라도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결국 찰나에 불과할 불행과 고난을 생각하면서 힘들어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이렇게 생각하니 저를 응원해주고 기쁨을 나누어주고 함께해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별합니다. 약속된 이별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때가 언제인지 알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하는 것을 망설이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도 후회합니다. “개비”가 너무 익숙해서, 언제나 집에 같이 있어서 하지 못했던 표현들이 아직도 생각나곤 합니다. 그때 더 많이 놀아줄 걸, 그때 혼자 두지 말 걸 하면서요.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제 주변에 남겨진 모든 것들에게 감사하고 고마워해야할 이유를요. 나중에 후회할 저도 알고 지금 당장 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는 것도. 

여러분도 각자의 인생에서 잠시 만나는 다른 세계의 여행자들에게 사랑한다고 응원한다고 고맙다고 다정하게 말하는 것은 어떨까요? 주변에 고맙고 사랑하는 존재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말해보세요. 그들과 언제 이별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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