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의 자산 형성 기회 지원을 위해

‘1억 만들기 통장이라 불리는 청년장기자산계좌는 출시 전부터 청년층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한 청년들이 7천 명을 돌파할 정도다. 최대 1억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적금 계좌의 취지는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청년자산형성지원제도는 무엇이며, 해당 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가입 욕구 자극하는
청년자산형성지원제도

 

청년자산형성지원제도는 청년들의 자산 불평등을 해소하고 근로 활동을 통한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부모의 도움 없이 주거, 교육, 취업 등에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대상자는 만 19~34세 청년 중 일정 소득 기준을 충족한 개인 또는 가구다. 관련 상품으로는 청년희망적금, 청년소득공제장기펀드, 청년내일저축계좌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청년자산형성지원제도를 발표됐을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상품은 청년희망적금이다. 가입자는 저축장려금과 비과세 혜택까지 더해 연 최고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2% 금리를 가진 시중 상품과 비교했을 때 매우 매력적인 혜택이다. 실제로 청년희망적금 상품 가입자 수는 정부가 예상한 수요의 약 8배에 달하는 수인 290만 명이다. 가입 첫날 은행 애플리케이션이 잠시 마비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당초 456억 원으로 책정됐던 예산도 1조 원으로 증가했다. 서모(24)씨는 첫날부터 가입자가 폭주해 신청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는 청년희망적금의 인기에 발맞춰 청년장기자산계좌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상품에 청년장기자산계좌를 더해 청년도약계좌 4종 패키지를 청년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청년장기자산계좌는 청년이 10년 동안 일정액을 납입할 경우 최대 1억 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다. 대상자는 근로·사업 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다. 납입 금액은 최소 30만 원부터 최대 70만 원까지며, 소득 수준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더불어 정부는 납입금에 따라 비과세·소득공제 혜택 또는 정부 기여금을 추가로 제공할 것이라 밝혔다. 청년장기자산계좌 상품은 1억이라는 큰 자산 축적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가입 욕구를 자극했다.

 

청년장기자산계좌,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현금 지원 취지에 매몰돼 실현 가능성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통계청의 ‘20207월 고용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7월 기준 소득이 있는 만 19~34세의 청년인구는 63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청년장기자산계좌에 가입해 매월 최소 지원금인 10만 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1년간 소요되는 예산은 7조 원을 넘는다. 이는 올해 국가 예산 607조 중 1%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다. 2021년 청년희망적금도 예산이 조기에 소진됐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재원 마련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계획을 발표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해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청년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지원금의 방식으로 제공되는 현금이 기대되는 동시에, 이후 납부해야 할 세금이 많아지는 점이 부담된다는 것이다. 고려대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는 예산이 한도를 초과할 경우 이는 국가 부채가 돼 현재의 청년들에게 세금 인상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청년장기자산계좌 상품은 정부의 예산 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원 마련 부담은 금융권에도 전가된다. 지원금은 정부 측에서 담당하지만, 상품이 제공하는 금리 자체는 시중은행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3.5%의 금리를 복리*로 제공해야 하는 만큼 시중은행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금은 만만치 않다. 강 교수는 이러한 구조를 두고 정부가 금융상품을 만든 주체로서 온전히 책임을 다하지 않고 민간금융기관에 부담을 지우는 형태라 지적했다.

저소득 청년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소득이 낮은 청년은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마주한다. 지난 2019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소득 1분위의 저소득 청년의 평균소득은 849천 원에 불과했다. 저소득 청년의 평균소득만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청년희망적금이 청년층 사이에서 청년절망적금이라 불리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김나현(22)씨는 매월 50만 원을 납입하고 나면 수중에 쓸 수 있는 돈이 거의 없어 납부에 부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장동호 교수는 저소득 청년은 적금에 대한 부담을 해소하고자 오히려 부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제도의 효과가 청년기를 지나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청년 생애주기에는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취업, 주거 마련, 결혼 등의 과정이 포함된다. 각 과정에는 엄청난 개인적 비용이 필요하지만, 청년장기자산계좌는 청년 생애주기를 성공적으로 거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적금 기간인 10년 동안은 장기 실직, 질병, 재해와 같은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는 중도 인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해당 상품은 청년기가 지나야 비로소 보상으로 작용한다"진정으로 청년의 도약을 돕고자 한다면 1억 원의 정책 효용이 청년기에 발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위해

 

청년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위해서는 무턱대고 적금 상품을 쏟아내기보단 청년이 처한 사회 환경을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주거 문제와 같이 자산 형성 과정에 크게 영향을 주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정책의 효과가 온전히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주청년유니온 김다정 위원장은 청년층 전체를 관통하는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현금성 자산 형성에 초점을 맞춘다면 일회성 복지정책에 그칠 것이라 말했다. 장 교수는 또한 출산 장려금만으로 출산율을 제고할 수 없는 것과 같이 청년 자산 빈곤과 불평등의 구조도 저축금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단순히 현금만을 제공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위해서는 자산 관리 방법도 동반돼야 한다. 재무 역량이 뒷받침될 때 장기적인 목돈 마련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저축과 부채관리 등 자산 관리가 목표한 대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재무 목표 수립, 지출계획, 소비 및 연체관리 등을 포괄하는 재무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 지원금 제공과 함께 대학, 기업, 지역사회 기관에서 저축과 부채관리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과 상담 제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로 지자체에서는 높은 재무 역량이 주는 효과를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지난 2018년 광주광역시가 온라인 금융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자와 비참여자를 비교한 결과, 참여자의 지출계획수립, 계획소비 여부와 관련된 재무 역량 점수와 연체율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나타났다.

저축할 여력조차 없는 저소득 청년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자산계좌를 통한 미래의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재무 건전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일정 금액의 대출을 지원한 후, 대출 금액을 청년과 정부가 함께 저축 방식으로 상환해 나가는 제도가 해결책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장 교수는 저소득 청년을 위해서는 저축만을 지원하는 방안을 벗어나야 한다무상으로, 혹은 추후 상환 조건을 달고 일시금을 지급하는 방향도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년들은 청년장기자산계좌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며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소득에 상관없이 경제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꼼꼼한 설계와 청년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제도가 자산 불평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 복리: 중복돼 붙는 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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