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일상을 경험해보다

지난 630,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됐습니다.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함입니다. 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비장애인 중심인 지금의 사회는 아직 이들을 다른 존재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기자가 직접 그 어려움을 경험해보고자 암흑카페 씨더라이트와 전시회 어둠 속의 대화를 방문해보았습니다.

 

일상에 존재하는
장애인 차별과 혐오

 

지난 42,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손병석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6명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이 국회에서 외눈박이 대통령’, ‘정책 수단 절름발이’, ‘집단적 조현병이 의심된다등의 장애 비하 발언을 일삼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들이 무심코 내뱉은 외눈박이’, ‘절름발이’, ‘조현병과 같은 단어들은 장애 당사자를 지칭한 표현은 아니었지만 모두 비하를 목적으로 사용됐습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회의원들의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몰이해한 발언 때문이라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장애인 차별구제 청구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피고인의 발언이 혐오 표현에 해당한 것은 맞으나, 장애인 개개인에 대한 모욕으로 볼 수 없어 손해배상의 책임은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겸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조한진 교수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해당 결정은 장애에 관한 보수적인 인식으로 인한 것이라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일상에서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은 끊이지 않습니다. 승차 거부 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시험 자격에서 배제되는 등 이들이 겪는 차별은 만연합니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시위가 계속되면서 이들을 향한 인신공격과 혐오 표현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이 여파는 장애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혐오 표현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3년간 장애인으로서의 일상 영상을 업로드 해 온 유튜버 곽경민씨는 성희롱과 살해 협박 등 심각한 혐오 표현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이 꼽힙니다. 숙명여대 법학부 홍성수 교수는 장애인 인권 문제에 무지한 경우 본인이 인지하지도 못한 채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장애에 관한 낮은 이해도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습니다. 조 교수는 장애인식개선을 위해서는 눈을 가리고 직접 공공장소에 가보거나 키오스크를 주문해 보는 등 시각장애인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몸소 체험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과연 체험 공유를 통해 장애인식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기자는 암흑 카페 씨더라이트와 전시회 어둠 속의 대화를 방문해 시각장애인의 삶을 체험해봤습니다.

 

은진 기자의 체험기

 

*암흑 카페 씨더라이트

▶▶ 암흑 카페 ‘씨더라이트’는 암실 속에서 그림 그리기, 편지쓰기, 돈 유추하기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암흑 카페에서는 시각의 차단이 일상생활에 불러오는 제약을 경험할 수 있다.
▶▶ 암흑 카페 ‘씨더라이트’에서는 암실 속에서 그림 그리기, 편지 쓰기, 돈 유추하기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암흑 카페에서는 시각의 차단이 일상생활에 불러오는 제약을 경험할 수 있다.

 

-시각 활동

기자는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얹고 암흑으로 들어갔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컴컴한 어둠을 마주하니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1시간 동안 진행한 오감 활동 중 시각 활동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기자는 어둠 속에서 그림 그리기와 편지 쓰기 활동을 했습니다. 편지를 쓰며 종이의 여백을 파악하는 것조차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상적이던 활동에 제약이 생기니 시각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고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촉각 활동

지폐와 동전을 통해 금액을 유추해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지폐 귀퉁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있다고 하지만 기자는 점자의 촉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폐의 점자 표식은 한국 점자 규정에서 벗어나 있고 쉽게 마모돼 사실상 시각장애인들의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동전의 금액은 크기로 대략 유추할 수 있었지만, 그중 50원과 100원을 구별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돈을 구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그들의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

▶▶ ‘어둠 속의 대화’는 시각장애인의 가이드로 시각을 제외한 감각에 의존해 코스를 빠져나오는 체험형 전시다.
▶▶ ‘어둠 속의 대화’는 시각장애인의 가이드로 시각을 제외한 감각에 의존해 코스를 빠져나오는 체험형 전시다.

 

-대나무 숲

기자를 포함한 8명의 전시회 팀원들은 시각장애인 가이드와 함께 어둠 속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첫 코스는 대나무 숲이었습니다. 새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가깝게 들렸습니다. 시각이 제한되니 평소보다 청각이 발달한 것 같았습니다. 기자는 지팡이로 땅을 치면서 앞에 장애물이 없는지 수시로 확인해야 했습니다. 훨씬 주변 사물을 많이 만지게 되고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계를 볼 수 없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암흑 속에서 기자는 오롯이 지팡이와 가이드에만 의존해야 했기에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시장과 카페

시장에서 물건을 고를 때 포장지 때문에 물건의 모양이나 촉감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카페에서 마신 음료수도 전혀 맛을 알 수 없었습니다. 이온 음료를 탄산음료라고 말하는 팀원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시각의 제한이 촉각, 미각, 후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10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장애인식개선교육,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어둠 속에서는 비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의 구분 없이 모두가 평등해집니다. 기자는 암흑에서의 경험을 통해 일상에서 의식하지 못했던 시각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어려움에 무지했던 것을 깨닫고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흡합니다. 현재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주 및 근로자는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연 11시간 이상 실시해야 합니다. 관련 교육을 미실시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장애인식교육은 5대 법정 의무 교육 중 하나로 지정됐지만, 실제 직장 내에서는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직장인 신준영(25)씨는 교육 영상을 틀어놓고 다른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겸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조한진 교수는 온라인 영상물로 대체되는 형식적인 교육이 실질적인 인식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질적인 인식개선을 위해 기존의 교육 방식이 변화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교육으로 도입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사무총장은 이러한 체험을 승진이나 채용 등 연수프로그램에 포함해 대면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암흑을 통해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는 것처럼 장애인과 같은 조건에 놓여 있을 때 진정한 공감과 협력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조 교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식교육에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직접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화합할 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 짓지 않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후천적 장애 비율이 88% 이상 차지합니다. 선천적인 장애가 대부분이라는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입니다. 전문가들은 노화 과정에서 자신의 생체 능력이 떨어져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조 교수는 누구나 일생을 통해서 장애를 경험할 수 있기에 장애가 특별한 것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기자는 암흑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없어지기 위해서 이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우리 주변 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고운선 기자
avakobo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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