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 논쟁을 짚어보다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4, 그룹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문제를 두고 소속사 하이브가 국회에 조속한 결론을 촉구했기 때문입니다. 병역특례 대상자를 둘러싼 논쟁이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TheY에서 병역특례의 역사와 기준에 대한 논란을 짚어 봤습니다.

 

병역특례 논쟁 불타오르네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의는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를 언급하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팬들은 특정 예술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고, 관련 논의도 사그라드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던 병역특례 논쟁은 방탄소년단이 해외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며 재점화됐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에 대한 논의는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의 전반적인 논의로 확장했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자에 포함하지 않는 현 병역법 시행령의 기준에 의문이 제기된 것이죠. 병역법 시행령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이 자신의 특기를 활용해 예술·체육요원으로 공익복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문화창달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술·체육특기자입니다. 문화창달은 우리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거침없이 전달하는 것을, 국위선양은 나라의 권위나 위세를 널리 떨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5년 이상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고 자격을 취득한 자가 이에 해당합니다. 대표적인 수혜자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축구선수 손흥민과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있습니다.

병역특례 논쟁은 대중문화예술이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병역특례 기준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습니다. 국회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다양한 방안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차례 병역법개정안을 발의해왔습니다. 정부는 병역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함께 밝혀왔습니다. 이 논의는 대중문화예술인의 입영을 연기해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20년 국회에서는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의 징집과 소집 연기를 가능하게 한 병역법개정안이 통과됐습니다.

해당 논의에 관한 청년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병역의무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청년들은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지난 2021년 시사저널이 만 18세 이상 남녀 12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18~29세 중 대중문화예술인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자는 입장은 49.2%,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은 48.3%였습니다. 다른 연령대에서 반대가 찬성보다 약 20% 높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수치입니다. 군 복무 중인 이채환(24)씨는 사람에 기준을 맞추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까 염려돼 이번 논의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병역특례를 둘러싼 논쟁이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함 여부를 넘어 제도 존폐까지,
논의의 폭이 확장되다

 

대중문화예술인이 병역특례 범주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제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겁습니다. 찬성 측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의 활동도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라는 병역특례의 목적에 충분히 부합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중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빌보드 200 차트 1위와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 등 세계적인 시상식에서의 수상 경력은 현재 병역특례 대상자로 제기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이 한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렸음을 방증합니다.

대중문화예술인들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 2020년 방탄소년단의 신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나타났던 경제적 파급효과가 1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경제적 파급효과에는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 효과, 직접적 매출 규모, 연관 소비재 수출 증가 규모 등의 요소도 포함됩니다.

찬성 측은 또한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 가능한 예술 장르가 일부분에 국한되는 점에 문제를 제기합니다. 현재 병역법 시행령에 기재된 병역특례 대상 예술대회는 총 42개입니다. 병역특례 대상에는 국악, 무용,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됩니다. 그러나 해당 대회들은 모두 순수예술만을 취급한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이에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상당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병역특례 대상자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유가 대중문화예술을 상대적으로 열등하게 바라보는 인식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오광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법안 결정자들 사이에서 순수예술은 고급, 대중문화예술은 하급이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형성돼 있다"대중문화예술인들이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기여하고 있음에 많은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객관적인 기준이 모호하기에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대상으로 포함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대중문화예술에는 올림픽, 콩쿠르와 같이 공신력 있고 역사가 오래된 지표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병역특례 인정 기준으로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의 수상 경력이 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이 기준 역시 주관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대회의 권위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수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김성일 교수는 특정 대회의 권위 판단 기준이 국내인지, 해외인지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어 모호한 점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병역특례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 역시 우려되는 지점입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병역특례 대상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19년 병역 대체복무 제도 개선방안 확정 당시 정부의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당시 정부는 병역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대체복무 인원을 줄일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병역법 시행령에서 인정되는 순수예술 분야 대회의 수는 축소됐고, 대중문화예술 분야의 편입도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아 검토에서 제외됐습니다. 반대 측 역시 자격 범위가 확장될수록 병역자원 부족 문제는 심화할 것이고, 병역의무의 형평성이 깨질 것이라며 정부와 동일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병역특례의 범위를 논할 때 어려움이 있는 이유로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 병역특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확고하고 명백한 기준이 없는 것이죠. 이에 논란의 중심이 되는 병역특례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등장했습니다. 대중문화예술인을 병역특례 제도의 대상자로 둘 것이냐를 넘어서, 제도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 것입니다. 특정 예술·체육 분야의 병역특례 기준에 대한 논의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기에 공정성이 보장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폐지 측은 모든 국민이 병역의무를 다하되, 신체 등급과 같이 법에 규정된 명확한 기준에만 예외를 두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병역특례 제도가 유지돼야 한다면 순수예술과 체육인은 포함하고 대중문화예술만 배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불공평한 지점들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병역특례로 주어질 필요가 없다는 근거도 폐지 측의 주장을 뒷받침합니다. 입영 연기를 통해 대중문화예술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보상이 아니냐는 이야기입니다. 김 교수는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이뤄낸 대중문화예술인은 훈장이나 입영 연기 등 다른 혜택을 충분히 받는다병역의무를 면제하는 혜택까지 주어진다면 보상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어떤 예술인이든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을 이뤄낸 가치는 높게 치되, 보상의 방식은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변화하는 세상,
명확한 기준 설정을 위해서

 

병역특례 논의의 핵심은 기준설정입니다. 기존 법안에 명시된 모호한 기준의 한계를 인지하고 시대에 발맞춰 명확한 근거를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새로운 병역법개정에는 예체능 분야의 포괄 범위 기준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우선 분야마다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표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각 분야에 맞는 유연한 기준 설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문화예술에 순수예술의 지표를 적용한다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질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회장은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 빌보드 차트와 같은 기준을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기존 병역특례를 판정하는 예술경연대회가 순수예술 분야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라며 반드시 빌보드라는 차트를 기준 삼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예술의 파급력을 판단할 수 있는 다른 지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병역특례 기준이 바뀔 때마다 변화한 기준을 검증하는 단체 혹은 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특정 단체를 위해 법이 개정되는 상황을 방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한 야구 국가대표팀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준 일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야구 국가대표팀이 4강에 진출하자 그해 9병역법 시행령에는 WBC 4강 진출자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됐습니다. 해당 규정은 1년 후 삭제됐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특혜라는 비난은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변화한 기준의 근거를 검증하는 단체 혹은 기관이 있다면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 평론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단체나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적절한 기준점을 찾아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병역특례 제도와 대상자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역시 중요합니다. 병역특례 관련 논의는 국민의 합의를 도모하기보다는 정치적 이슈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병역특례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일시적인 논란거리에 그치고 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02111월 말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역법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심사가 열리면서 국민 여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지난 6개월간 공식적인 여론 수렴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건설적인 논의를 위해서는 공청회와 같은 의견 수렴 통로를 마련해 올바른 기준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공청회에서 수집한 의견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병역특례 대상자의 범위를 파악하고 도입 시기와 절차를 투명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리 감독하에 병역특례 제도를 장기간 구축해나갈 제도적 장치를 도입해야 합니다. 정 평론가는 병역특례에 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논의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의견을 수합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이 논의에서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병역법이 특정인을 위한 특혜가 아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논의에서는 대중문화예술의 특성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 더 나아가 예체능 전반의 특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설적인 논의를 통해 병역법의 기준선이 제시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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