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독립서적, 『사람동네 길고양이』

 

도시는 인간과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이다. 길가의 풀꽃,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이라 불리는 강아지까지. 도시 어디서든 우리는 흔하게 동물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거리의 불청객으로 여겨지는 동물도 있다.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쥐, 사람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는 비둘기 등이다. 집 근처, 대학 캠퍼스 등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길고양이 역시 오랜 기간 논쟁의 대상이 돼 왔다. 누군가에게는 보호해주고 싶은 거리의 귀염둥이로, 누군가에게는 거리의 불청객으로 여겨지는 길고양이는 인간과 공존할 수 있을까. 사람동네 길고양이는 작가가 길고양이를 관찰한 경험을 통해 이들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천성적으로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소개한다. 그는 들개에 관한 책을 쓰며 들개 주거지 근처의 동물에도 관심을 가졌다. 일상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동물에 대한 관찰도 대자연 속 야생동물을 관찰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의 뒷산과 주택가, 농촌과 어촌, 공원과 산림의 여러 길고양이를 관찰한 후, 이들에 대해 생각한 점을 책에 담았다

그는 세 가지 이유로 길고양이 관찰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첫 번째로는 길고양이는 인간과 가까이 살기에 쉽게 관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쉽게 관찰할 수 있기에 관찰 내용이 독자들에게 더 유익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고양이만이 지닌 복합적인 매력 때문이었다

 

고양이와 인간의 최초 관계는 가축과 주인의 관계가 아닌 느슨한 연대였다.
고양이는 인간 곁에 살면서 자유롭게 다녔다
그러므로 최초의 고양이들은 모두 길고양이였다. () 고양이는 지금까지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길고양이와 집고양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이들은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존재한다. 인간과 가까운 반려동물로 여겨지면서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살아가는 도시의 자유로운 방랑자이다. 강아지와는 다르게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점에서 그에게 고양이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동네 뒷산에서 망고라는 이름의 노란색 길고양이를 만난다. 망고는 그가 길고양이를 관찰하는 계기가 됐다. 망고를 만나러 동네 뒷산에 자주 방문하게 되면서 그는 동네의 여러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책에는 콩쥐, 분홍코, 타이슨, 가필드, 깜장 등 그가 뒷산과 골목에서 관찰한 43마리의 길고양이가 등장한다. 작가는 이들을 관찰하며 분석한 길고양이의 특성과 이야기를 직접 촬영한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풀어낸다

그러나 길고양이를 환영하는 이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를 보호하고 먹이를 주는 캣대디’, ‘캣맘과 길고양이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시민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길고양이 돌봄을 반대하는 이들은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와 소음에 일상생활이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고양이 돌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보호보다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양이를 보호하자는 입장도, 길고양이로 불편함을 겪는 이들도 모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렇듯 작가는 길고양이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소개하며 길고양이와의 공존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싫어할 수는 있지만 해칠 권리는 없다.’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은 이뤄질 수 있을까. 길고양이에 관한 논쟁은 단순한 갈등을 넘어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이 개재돼 논란을 빚은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혐오의 감정은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대디·캣맘에게도 향했다. 지난 1동물권행동 카라캣맘을 살해하겠다 협박한 사람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만 타이베이 허우통 마을은 미국 언론 CNN이 선정한 세계 고양이명소 중 하나다. 인구가 약 300명에 불과한 작은 허우통 마을의 주민들과 고양이는 평화롭게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민들이 이들의 수보다 조금 더 많은 고양이들을 돌보며 공존하는 모습은 갈등과 혐오만이 정답이 아님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생을 마감하는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길어야 약 3년에 불과하다. 우리는 길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와 지구를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 인간만이 살아가는 지구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들을 좀 더 관대한 마음으로 바라볼 순 없을까. ‘사람 대 고양이’, ‘캣대디·캣맘 대 고양이 혐오라는 구도에서 벗어나 공존에 관한 건설적인 논의가 시작될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생명체가 행복한 지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길고양이는 어떤 존재인가.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든, 길고양이를 불편하게 생각해왔던 사람이든, 우리 모두는 혐오보다 공존이 쉽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길고양이가 더 이상 혐오 범죄의 대상으로 희생되지 않길 바라며, 인간과 길고양이의 공존에 관한 의미 있는 논의를 기대해본다

 
 
 

글 김지원 기자
I3etcha@yonsei.ac.kr

<자료사진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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