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디렉터 김바레를 만나다

아이돌 뮤직비디오 속 눈길을 사로잡는 디저트, 광고 속 화려한 제품의 이면에는 비주얼디렉터의 손길이 숨어 있다. 이들은 평범했던 물건의 매력을 재발견한다. 제품의 이미지를 연출하는 비주얼디렉터김바레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비주얼디렉터로 활동 중인 김바레다. 리빙, 뷰티, 푸드 등 다양한 영역의 제품 광고와 콘텐츠의 스타일링을 기획하고 있다

 

 

Q.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A.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영화,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콘텐츠에 내보낼 음식을 연출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로 하여금 음식이 더 맛있게 보이도록 시각적으로 연출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학부 시절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컴퓨터보다는 손으로 직접 작업할 수 있는 작업에 더욱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책을 통해 우연히 푸드 스타일링을 접하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이후 푸드 코디네이터 과정을 이수하고, F&B 회사의 푸드 스타일링 업무를 담당하며 푸드 스타일리스트 활동을 시작했다

 

 

Q. 현재 자신을 비주얼디렉터로 소개하고 있다. 비주얼디렉터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처음부터 스타일링 영역을 확장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다. ‘비주얼디렉터라는 단어 역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용어다. 퇴사한 이후 프리랜서로 활동하며 푸드를 포함해 뷰티, 리빙 등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스타일링 영역이 확장되면서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용어보다 비주얼디렉터라는 단어가 나의 활동을 정의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푸드를 넘어 뷰티와 리빙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전반적으로 스타일링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비주얼디렉터라 소개하고 있다

 

Q. 비주얼디렉팅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A. 먼저 비주얼디렉팅을 의뢰한 브랜드를 이해해야 한다. 이는 브랜드가 속한 영역을 이해하고, 브랜드의 스토리와 고민 등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이후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기반으로 각 브랜드만의 특성에 맞는 시안을 구성한다. 현장에서는 클라이언트와의 협의를 통해 구도와 소품 배치를 수정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 사진 촬영과 조명 조정에도 참여한다. 빛의 방향, 그림자의 위치와 길이 등 조명의 구체적인 연출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다

 

Q. 비주얼디렉팅은 소비자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제품 그 자체의 기능뿐만 아니라 콘텐츠도 중요한 시대다. 제품의 기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콘텐츠에 성의가 없다면 구매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제품 콘텐츠의 질이 올라가는 만큼 소비자의 구매욕과 만족감도 높아진다고 생각한다.그런 의미에서 비주얼디렉팅은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이 내 생활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든다. 해당 제품이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이 제품을 통해 삶에 감성을 더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Q. 작업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제품이 의도한 메시지를 우선순위로 여긴다. 클라이언트가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 자체가 지니는 이미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제품이 고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시각적으로 분석한 후, 그 이미지를 전달하려 한다. 이를 통해 클라이언트가 의도한 메시지와 해당 제품의 매력이 모두 부각될 수 있는 지점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한다

 

출처 레드벨벳 'Cookie Jar' MV
출처 레드벨벳 'Cookie Jar' MV

 

Q. 여러 K-POP 뮤직비디오의 푸드 스타일링에 참여했다. 뮤직비디오 푸드 스타일링의 작업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A. 뮤직비디오 작업은 기존의 푸드 스타일링 작업보다 연출이 화려한 편이다. 아트팀, 촬영팀 등 다양한 팀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작업 규모 자체가 다르다. 단순히 음식이 맛있어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넘어 개성을 반영해 연출해볼 수 있다는 점도 뮤직비디오 작업만의 특징이다. 그 결과 푸드 스타일링보다는 전반적인 색감 작업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처음으로 담당했던 뮤직비디오 스타일링은 레드벨벳의 쿠키자(Cookie Jar)’ 뮤직비디오였다. 형형색색의 디저트가 놓인 테이블을 연출하는 프로젝트였다. 뮤직비디오 작업을 준비하는 한 달 간 직접 베이킹을 하며 스타일링을 구상했다. 쿠키자 뮤직비디오의 경우 디저트의 색감 연출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컬러에 관한 많이 연구하기도 했고, 색감 표현이 나의 강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Q. 청년 공예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핸즈그라운드를 기획하기도 했다. 핸즈그라운드를 기획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A. 핸즈그라운드는 푸드 스타일링 사진과 함께 청년 공예작가들의 테이블웨어 제품을 소개하는 매거진이다.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며 기획하게 됐다. 퇴사 후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푸드 스타일링 작업물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담아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이에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러던 중 일반 브랜드 그릇이 아닌 작가의 그릇을 사용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받았다. 작가의 그릇은 막연하게 고가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오히려 가격이 합리적인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작가가 모든 제품을 직접 홍보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아쉽게 다가왔다. 이에 푸드 스타일링 사진을 소개하는 동시에 청년 공예가들의 제품을 소개할 수 있는 매거진을 구상하게 됐고, 지난 2018핸즈그라운드를 창간했다.

 

Q. 도전해보고 싶은 디렉팅 분야가 있는가.

A. 브랜드 총괄 디렉팅에 도전해보고 싶다. 현재 단발성 프로젝트를 위주로 작업하고 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기획하는 브랜딩에도 관심이 많다. 브랜드의 거시적인 요소부터 디테일한 영역까지 함께 만들어 나가며 김바레가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단발성 프로젝트 작업도 즐겁지만, 하나의 브랜드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해보는 시도도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비주얼디렉터를 꿈꾸는 이들이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이 분야를 성장시키는 게 목표다. 앞으로 더 많은 디렉터를 양성하고 싶고, 나 역시 더 배워나가며 성장하고 싶다. 처음 이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 자신감보다는 막막함이 더 컸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성과를 내면서 내 선택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같은 목표를 꿈꾸는 후배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잘 이끌어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김바레 비주얼디렉터는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스타일링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앞으로 그만의 색이 담긴 더욱 다채로운 비주얼 세상을 기대해 본다.

 

 

글 김지원 기자
I3etcha@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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