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하는 공동체를 꿈꾸는 작가, 장강명을 만나다

 

일각을 다투며 글을 쓰는 직업이 있다. 바로 일간지 기자다. 일간지 기자 시절, 장강명 작가는 세상의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기사를 써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가 됐다. 그는 우리 삶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있을까.

 

공과대 학생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장 작가는 막연하게 과학자를 꿈꾸며 연세대 도시공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그는 공과대학 수업을 듣는 와중에도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글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갔다. 글을 쓰는 취미는 졸업할 즈음엔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는 소설가가 되는 대신 기자 시험을 준비했지만 거듭 낙방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건축회사에 입사했지만, 5달 만에 사표를 내고 다시 기자 시험을 준비했다. 낮에는 아르바이트, 밤에는 고시원에서의 시험공부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그는 기적처럼 반년 만에 기자 시험에 합격했다.

장 작가는 여러 언론상을 받으며 기자로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바쁘고 고된 기자 생활 중에도 소설가의 꿈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낮에는 신문사를 다니고, 밤에는 소설을 썼던 일을 기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기자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바쁜 기자 생활 중 틈틈이 소설을 쓰며 표백으로 등단했다. 소설가가 된 그는 틀에 맞춘 글보다는 나를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기자 생활을 포기하고 얻은 것은 글에서의 자유였다. 그는 기사를 쓸 땐 마감 시간도 제가 정할 수 없고, 누군가 기사에 개입하기 마련이다라며 소설은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담아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자신만의 글쓰기로
사회를 비판하다

 

장 작가는 스스로를 '사회파 소설가'라고 칭했다. 소설을 통해 세상에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진다는 의미에서다. 기자로 일했던 경험은 산 자들댓글 부대를 비롯한 그의 소설에 중요한 밑바탕이 됐다. 사회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 간결한 문체는 장 작가만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이다. 그는 이렇게 단호한 주제의 글은 간결한 문체와 어울린다고 말했다. 인물에 빠져들어 동정하는 것보다는 뾰족한 문체로 사실을 지적해야 강한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장 작가의 소설에서 간결한 문체만큼이나 두드러지는 것이 현장 취재를 통한 정보력이다. 그는 실제 현장을 취재하고 집필하는 작가가 희소하다내 글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소설 댓글 부대가 그 예시다. 장 작가는 해당 사건을 통해 인터넷 도입의 명암이 그 영향력에 비해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음을 느꼈다며 기자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 세계의 허구성과 부실성을 고발했다. 그의 풍부한 정보력은 독자로 하여금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했다.

 

독서 생태계 안정을 위한
읽고 쓰기

 

장 작가는 작가와 독자의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독서 생태계를 강조했다. 그는 독서 생태계를 작가, 독자, 편집자, 출판사, 서점이 서로 영향을 받으며 공존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독서 생태계가 안정성을 잃어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문화 평론가, 소설가 등 독서 엘리트의 말은 독자에게 쉽게 전달되지만, 독자들의 의견은 그들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며 현 독서 생태계의 한계를 설명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독서 생태계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듣고 말하기가 아닌 읽고 쓰기를 통해 불완전한 독서 생태계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듣고 말하기와 읽고 쓰기의 차이점은 숙의에 있다고 전했다. 숙의 없이 주고받는 대화를 듣고 말하기라 정의한다면, 그가 말하는 읽고 쓰기는 글쓴이의 논리체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분석한 뒤 숙의해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다. 그는 읽고 쓰기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이상적인 독서 생태계라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원활한 읽고 쓰기를 위해 독자들에게 글을 개별적으로 읽을 것을 권했다. 한국의 주입식 교육은 오랫동안 독자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도록 요구해왔다. 그러나 장 작가는 저자의 의도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역설한다. 예를 들어 춘향전의 저자는 여성의 정조가 중요함을 의도해 글을 썼지만, 21세기 사람들은 춘향이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켰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만의 해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작가는 말했다. “글은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자극하고 성숙하게 만드는 도구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마다의 독법으로 저마다 다르게 책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자신만의 책 읽는 방식을 정립한 뒤 반드시 생각하고 기록해야 한다독자들의 개별적 읽기는 독서 생태계에 다채로운 기록물을 남길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개별적 독서를 통해 독서 다양성이 확보된다면 독서 생태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 덧붙였다.

 

장 작가는 빠름을 중시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느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글의 첫 줄부터 읽어 내려가기보다 자신만의 독법을 정리하고 글에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읽기에서 나아가 숙의하는 쓰기까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바람직한 독서 공동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장호진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