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인간다운 삶을 찾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그저 존재함으로서가 아닌 자유와 진리 그리고 공존을 향해 진보해 나아갈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쟁취할 수 있다.

2015년 인류는 인간다운 삶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이를 지속가능발전목표 (SDG)라고 부르는데, 인간, 지구, 번영, 평화, 파트너쉽 5개 영역에서 성취해야만 할 17개의 목표와 169개의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첫 번째와 두 번째에는 “모든 형태의 빈곤 퇴치와 기아 해소”가 들어가 있다. 빈곤과 기아만큼 인간에 대한 모독이 없기 때문일 것이며, 또한 인간의 존엄을 가장 비참하게 짓밟는 것이 굶주림이기 때문이다.

2022년 오늘 인류는 그간의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돌릴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더하여 기상악화로 인도와 이집트와 같은 전 세계 식량 수출 23개국은 수출을 금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식량 무역이 줄어들수록 가격은 급등할 것이고, 자국 내 식량생산이 충분치 않을수록 식량부족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자국의 식량 확보를 안보의 차원에서 다루려는 식량보호주의의 대두는 명약관화하며, OECD국가 중 식량안보지수 최하위권인 한국과 전 세계 빈곤국들의 식량 확보 대책은 시급하다.

식량 확보의 문제가 아무리 시급하며 중요한 것일지라도 그간 인간의 역사를 통해 켜켜이 쌓아온 전 인류적 연대의 정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식량 확보가 누군가의 굶주림과 고통을 더하는 것이 될 때 그것은 고통을 당하게 되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 백신의 자국우선주의가 결코 문제해결책이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백신보호주의가 전 세계 코로나 확산을 더욱 심화 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식량보호주의를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의 무익함을 보여준다. 식량 위기 속에서 인간의 인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전 인류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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