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연금개혁, 노동세대부터 살펴야

조용준(식품영양·21)
조용준(식품영양·21)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연금개혁이 화두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자 시절 공무원연금개혁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연금개혁은 본인 세대의 얻을 건 다 얻었으니 부담은 뒷 세대가 지라는 불공정한 처사에 불과하다.

공무원연금제도의 개혁 자체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는다. 어찌됐건 공무원연금을 포함한 연금제도는 내외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적으로 연금제도의 수혜자는 이미 경제적으로 수혜를 받는 퇴임 세대다. 이런 구조는 계속해서 뒷 세대의 부담을 당연하게 여기게 만든다. 이는 세대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다. 외적인 문제도 다분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서양 선진국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듯 인구학적으로 고령화 문제는 이미 예견돼 왔다. 연금제도의 모순이 이제 드러났다고 하지만 알고서도 모른 척한 셈이다.

그럼에도 연금제도의 개혁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이 또한 하나의 정치적 구호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개혁한 연금제도는 연금이라 불리기엔 실질적인 혜택에서 벗어난지 한참이다. 연금제도가 민감한 주제고,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개혁’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점에 포퓰리즘이라 볼 수 밖에 없다. 이전 정부 시절 활발하게 운영됐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국민연금 폐지론’도 자주 등장했다. 공정 문제가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만큼 이런 추세는 당연하다. 하지만 미래 세대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정무적인 판단에 그친다. 

연금제도 개혁이 불러오는 모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애시당초 연금제도의 개혁 방향은 불공정하다. 연금제도를 개혁한다고해서 뒷 세대는 앞 세대와 동일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무원연금이 아니라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그렇다.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을 3년 앞당겨져 소득대체율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소득대체율을 5% 인상하지 않고 당초 예정대로 소득대체율을 40%로 조정한다면 계속해서 소진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취지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보험료 인상이 깔려 있다. 우리나라 보험료는 9%로 OECD 회원국 평균 18%인 반해 매우 낮다. 연금제도 도입 당시 보험료 비율이 3%였으니 3배 이상 늘었지만 연금제도를 개혁하거나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비해 모자른 셈이다. 재정기반 확충이 인구구조나 고용률 개선을 통해 이루기 어려우니 부담을 지는 현 노동세대가 책임을 지라는 식이다. 독일 사례의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결국 현 세대가 부담을 지는 것에 대한 논의는 부재한 채 재정적인 지속 가능성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

연금제도 자체가 갖는 불공정성이 문제라면 개혁이 아니라 현 세대의 부담은 누가 책임져줄 것인지 정치권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연금제도 개혁과 유지를 두고 다시 맞붙는 형국이지만, 이는 올바른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금제도 개혁은 2030세대의 불공정한 처지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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