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포퓰리즘에 정면승부해야

남윤석​​​​​​​​​​​​​​(보건행정·17)
남윤석​​​​​​​(보건행정·17)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민감한 주제인 연금개혁의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연금으로 인한 국가 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1년 기준 공무원연금·군인연금에 대한 국가 부채가 2020년에 비해 100조원 넘게 늘어났다. 이전 정부들도 집권할 때마다 공무원연금을 개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5년 당시엔 공무원연금을 개혁방안으로 오히려 국민연금 지급률을 높였다. 핑계도 가관이다. 국민연금 급여율을 2007년 대폭 낮춰서 상대적으로 공무원연금의 지급률이 높아보인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들은 연금을 손댈 때마다 개혁이 아니라 전형적인 부담 떠넘기기로 일관했다. 공무원이든 국민이든 연금제도는 개혁 논의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연금개혁은 계속 이뤄지지 못하는가? 첫 번째 이유는 연금제도의 구조적 문제다. 현행 연금제도는 100년 전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의 연금제도 원리와 비슷하다. 세금을 납부해 쌓은 연금 재정을 퇴임 후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납부하는 세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해 인구 구조에 전적으로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연금 부담 세대의 인구 수가 줄어든다면 자연스럽게 재정은 고갈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연금제도가 공약으로 나오고 시행된 까닭은 무엇인가? 민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연금제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국민이 얼마나 있었을까. 그만큼 연금제도의 개혁은 선거 승리의 독배가 됐다. 연금의 기본적인 책임이 후 세대로 넘어가는 만큼 연금제도가 개혁돼 지급받는 급여율이 낮춰지거나 없어진다면 손해봤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실제로 연금제도를 개혁했던 유럽의 정권들은 이후 선거에서 패배했다.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이나 독일, 일본 등이 연금개혁 후 정권을 내줬다.

이처럼 단순하지 않고, 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연금개혁은 가능한가? 실제로 최근 연금을 두고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임 당대표 송영길씨는 대한노인회 김호일 회장이 제안한 노인기초연금 100만원을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마치 연금이 뚝딱하면 만들어지는 도깨비 방망이인 것처럼 서울시장선거에 출마하는 후보가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렇다면 연금개혁은 어떻게 이뤄야 하는가? 연금제도는 기본적으로 한 쪽이 더 받으면 다른 쪽이 더 부담해야 하는 원리다. 그러나 이런 원리가 지속가능하다고 보기 어렵다. 2004년 독일 정부에 경제정책을 자문했던 베르트 뤼푸프는 특정 세대가 지나치게 손해보지 않도록 연금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져 연금제도 개혁에 성공했다. 이처럼 공정 담론이 민감한 만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여론에 탑승하기 보다 정면에서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연금개혁은 백년대계의 정책이다. 돈을 찍어낸다면 그만큼 더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국가 경제에, 그리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만큼 당장 눈앞의 선거승리보다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 시작은 공무원부터다. 전 정부의 일자리정책으로 공무원, 군인의 수를 늘린만큼 연금 재정의 손실은 가속화됐다. 앞으로 현 정부는 포퓰리즘이 아닌 정면으로 부딪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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