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환소송 5년 차, 피해자는 무엇을 빼앗겼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아래 신천지)에 대한 청춘반환소송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청춘반환소송은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아래 전피연)가 신천지를 상대로 정신적·물질적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민·형사상의 기획 소송이다. 지난 20181224일 청춘반환소송의 첫 신호탄을 쏘아 올린 전피연은 올해 43차 청춘반환소송을 예고했다.

 

 

빼앗긴 청춘을 돌려달라

 

신천지에 속은 피해자들은 청춘을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한때 신천지 신도였던 구리이단상담소 김강림 상담사는 신천지 포교 방식의 특징으로 모략전도를 짚었다. “모략전도는 신천지 교인이 전도 과정에서 신천지 소속임을 드러내지 않는 전도 방식이다. 이들은 전도 대상자에게 소속과 신분을 숨기고 접근한다. 이 때문에 전도 대상자는 이들이 위장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굉장히 어렵다."

김 상담사는 모략전도에 의해 신천지에 빠졌던 자신의 경험을 말했다. “과거 한 청춘잡지회사로부터 인터뷰 제안을 받았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대학생이 심리상담을 권유하면서 상담심리학과 교수를 소개했다. 이후 심리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교수는 성경 교육을 권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회사, 대학생, 교수 모두 신천지 소속이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이모(25)씨 역시 신촌 근방에서 한 여성과 전화번호를 주고받아 연인 사이로 발전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사람은 포교를 위해 접근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0218201차 청춘반환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은 원고 측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피고 신천지 산하 S교회와 S교회 대표 조모씨가 원고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피해자 조모씨는 위자료 500만 원을 받았다. 법원은 피고 교회의 대표자와 구성원들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피전도자에게 신천지임을 숨긴 후 교리교육을 받게 했다이런 전도 행위는 피전도자들이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될 수 있는가. 이 물음이 1차 청춘반환소송의 쟁점이다. 법무법인 로고스 이흥락 변호사는 헌법상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절대적인 자유가 아니다라며 신천지의 모략전도는 피해자들이 종교를 자유롭게 선택할 자유를 침해했으므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청춘반환소송 피해자의 변호를 일임하고 있는 법무법인 사명 홍종갑 변호사 역시 신천지의 모략전도는 전도 받는 사람이 명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만든다이때 선교의 자유는 타인의 종교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여겨져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청춘반환소송에서 전피연은 배상 기한을 연장해달라 요구했다. 홍 변호사는 재판부는 손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내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했다“2차 소송에서는 손해가 있은 날로부터 10년까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기한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상 기한을 늘리면 더 많은 피해자가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그는 “3차 청춘반환소송의 경우 1차 소송처럼 모략전도의 위법성에 초점을 두고 변론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탈퇴 이후에도 피해는 지속된다

 

모략전도는 피해자의 삶을 망가뜨렸다. 피해자 조씨는 신도 시절 신천지에 일신을 바쳤다. 조씨를 변호한 홍 변호사는 병원 사무직으로 일하던 조씨는 신천지에 빠지면서 직장을 잃었다고 했다. 그와의 인터뷰 연결을 부탁한 기자에게 신 대표는 지금 조씨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그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부터 20189월까지 신천지 전임사역자로 일하는 동안 함모씨는 노동 착취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그는 배우자와 이별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신천지 전임사역자로 일한 함씨는 정당한 임금조차 받지 못했다가정을 부양할 수 없게 된 함씨에게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했다고 했다.

피해자에게 삶을 복원하는 과정은 지난하다. 1차 청춘반환소송의 경우 고발장 제출부터 판결까지 1년이 넘는 기간이 걸렸다. 홍 변호사는 소송은 당사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소송이 길어질수록 피해자들이 지쳐서 숨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피해자들은 신천지에 오래 머문 탓에 일상생활 자체가 무너져 있다정신적으로 지친 이들은 길고 복잡한 소송 과정을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1차 청춘반환소송 1심에서 승소한 함씨는 2심 법정에 설 수 없었다. 신 대표는 생계유지조차 어려워 소송 과정을 버틸 수 없던 함씨는 법원 출석을 끝내 포기했다고 말했다.

승소를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 역시 난관의 연속이다. 모략전도를 당했던 증거를 피해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속과 신분을 속이는 모략전도의 특성상 피해자는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 변호사는 본래 입증책임은 피해자인 원고가 지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신천지 전도의 특성상 피해자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했다.

지난한 과정에 부담을 느껴 청춘반환소송에 나서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있다. 이씨는 신천지에 깊이 빠졌던 친형도 신천지와 다시 얽히는 게 두렵고 싫다며 청춘반환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천지와의 관계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셈이다. 청년회복청춘반환지원센터 박향미 대표는 신천지에서 나가는 순간 구원받지 못할 것이라 협박당해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피해자들도 있다고 했다.

힘겹게 승소하더라도 보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위자료가 청구한 바에 비해 턱없이 낮게 책정되는 탓이다. 청춘반환소송을 통해 500만 원의 위자료를 받은 피해자 조씨가 당초 청구했던 금액은 1천만 원이었다. 홍 변호사는 신천지로 인해 잘 다니던 직장도 그만둘 정도로 피해가 막심했음에도 청구액을 전부 받아내지 못했다이들의 삶을 복원하기에 충분한 금액이 아니다고 말했다.

 

2의 신천지가 나오지 않도록

 

피해자의 청춘은 언제쯤 돌아올 수 있을까. 소송 과정에서 피해자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피해자를 옥죄는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모략전도를 당한 정황을 밝히면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신천지 측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입증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삶을 복원할 수 있을 만큼 배상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변호사는 지금까지 재판부가 책정한 금액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에만 그쳤다피해자들이 빼앗긴 삶을 적극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배상 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현행법이 종교 집단의 반사회적인 행동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장신대 탁지일 교수는 현행법으로는 종교 집단의 반사회적인 행위를 통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종교 집단의 반사회적인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 대표는 여타 사이비 종교들 역시 모략전도를 통해 조용히 성장하고 있다“‘유사종교피해방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사종교피해방지법은 사기·폭행·배임·횡령 등을 저지른 반사회적 종교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는 법안이다. 이 변호사는 유사종교피해방지법은 반사회적 종교의 해악을 예방할 수 있다법안이 제정되면 신천지를 비롯한 여타 반사회적 종교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명을 분명히 밝힐 때 전도를 허용하는 종교실명제역시 대안으로 거론된다. 홍 변호사는 종교 집단의 행위로 인해 대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 종교 집단에도 법적인 제약을 가할 수 있어야 한다종교실명제의 도입은 모략전도와 같은 반사회적 선교 방식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이 더 큰 피해를 겪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사종교대책위원회 한민택 실무위원은 반사회적 종교에 빠진 사람들이 스스로 개종 상담을 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이들을 가정으로 되돌려 보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모략전도에 넘어간 이들을 특정 조건 하에 디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기성 종교에 근본적인 책임을 물었다. 탁 교수는 신천지가 교세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략전도라는 포교 전략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으로 기성종교가 건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기성종교가 건강한 종교 문화를 형성하지 않는다면 사이비 종교와 기성종교의 경계가 요원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성종교는 이웃을 포용하는 등 지금보다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홍 변호사는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누구보다 윤리적이어야 할 종교가 거짓으로 전도하는 것이 과연 허용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고 싶은 겁니다.” 모략전도가 위법이라는 판결은 이미 나왔다. 이제 종교 집단의 반사회적 행동에 휘둘린 피해자들의 삶을 살펴볼 때다. 청춘반환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 이현성 기자
leehs9800@yonsei.ac.kr

그림 민예원

 

* 디프로그래밍: 특정한 신념으로부터 누군가를 해방시키거나 재교육시키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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