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의료제도는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09년 7월, 미국을 방문한 전재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취임 초기 의료개혁을 위해 노력하던 오바마 행정부를 향해 한국의 의료보험(현재 이름은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노하우를 알려주겠다고 했을 정도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유행 중에도 K방역이 상징하는 한국 의료 제도의 우수성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민간에 상당 정도 의존한다는 것이다. 비용 대비 효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 병원의 약 5%, 병상수로는 약 10%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수준은 지금까지 정부가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고 관리했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공공의료의 부족함이 문제가 되자 정부는 2020년 8월,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을 비롯하여 공공의료 개선을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졸속입법에 의한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이 계획은 코로나19가 해결될 때까지 일단 보류된 상태다. 

그런데 지난 6일 서울시는 취약계층에게 고품질 공공의료를 제공하기 위한 ‘서울형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6,12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계획이 담고 있는 주요 사업 내용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원지동에 600병상 규모의 서울형 공공병원과 함께 은평에 200병상 규모의 공공재활병원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서남권에 장애인치과병원을 추가 설립하고 보라매병원 내에 안심호흡기전문센터 등을 건립, 운영할 예정이다. 취약계층의 공공의료 서비스 강화를 위해서는 서남병원과 은평병원 등 서울시가 운영하는 병원의 특성화 기능을 강화하고 ‘위기대응의료센터’ 설립과 운영 등을 통해 민관 공공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시립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돼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공백이 발생한 것이 서울시가 제안한 정책이 마련된 이유다. 서울시내 전체 병상 중 공공병상은 10.3%이고, 인구 1,000명당 공공병상 비율은 전국 평균인 1.24%보다 훨씬 낮은 0.86%에 불과하다. 부족한 공공의료를 확충하려는 계획은 좋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 공공의료 확충계획에는 인력수급을 위한 계획도 수반되어야 한다. 좋은 제도의 성패는 우수 인력 확보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 서울시의 발표가 선거를 앞둔 선심성 공약에 그치지 말고, 서울시의 시도가 공공의료의 모범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훌륭한 의료제도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