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호 교수(우리대학교 상경대학)
김석호 교수(우리대학교 상경대학)

 

우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낡고 편향된 이념(理念)에 교조적(敎條的)으로 매몰되지 않고 참된 과학(科學)으로서의 지식(知識)을 함양(涵養)하기 위함이다. 플라톤은 국가(國家정체(政體)에서 동굴의 우화를 통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오직 한 방향으로만 볼 수 있도록 온몸이 묶여 있어 실체를 보지 못하고 그림자에 불과한 허구만을 진리로 인식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실 학문의 요체는 유교(儒敎)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서 찾을 수 있다. 기원전 1600년경 상()나라를 건국한 탕()왕이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고자 한 바와 같이 우리는 매 순간 새롭게 독서하고 사람들을 만나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사유해 참된 진리를 알아간다. 매 순간 갱신되는 지식은 우리가 세상을 진실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에머리 케이 헌트(Emery Kay Hunt)경제사상사에서 논리적 오류로 가득하다고 폄하했던 클로드 프레데리크 바스티아(Claude-Frééic Bastiat)는 좋은 의도로 공표된 많은 경제 정책들이 왜 실패하는가를 명징한 논리로 설명한다. 정책 목표가 눈에 보이는단기 효과에 매몰되고 그 수혜가 특정 집단에 제한됨이 문제이다. 사실 경제 정책의 눈에 보이지 않는장기적 영향이 어떻게 될지 알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경제사상과 이론을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및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불편부당하게 공부해야 하며, 경제현상을 순수한 이성으로 분석하고 싱그럽고 따스한 감성으로 상상력의 나래를 한껏 펼쳐 이해해야 한다. 더불어 라이어널 찰스 로빈스(Lionel Charles Robbins)경제과학의 본질과 중요성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경제학은 희소성 제약 하의 선택에 관한 과학이다. 따라서 정치적 의사 결정에 따라 자원 배분이 목소리를 크게내는 특정 계층에 집중될 때 불가피하게 여타 계층이 희생됨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바스티아가 명쾌하게 논증하는 바와 같이 힘들어도 목소리 크게 내지 않는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부당하게 희생을 강요받지 않도록 고려하는 참된 경제 이론 및 정책의 정립이 필요하다.

더 많이 알수록 착한 사람이 된다. 참되어서 선()한 사람은 해 맑고 영롱한 빛을 발하여 아름답다. 어떠한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인가? 아담 스미스(Adam Smith)도덕 감정론에서 사랑존경의 미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마치 자기 자신의 것인 듯 상상하여 함께 느껴주고 그 감정을 공유하는 친구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존 러스킨(John Ruskin)은 진정으로 좋은 경제의 실현에 사회적 애정이 반드시 필요함을 논증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스미스는 자애로운 성정을 지닌 사람의 미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본다. 스미스는 여기에 더해 스토아 철학적 자기 통제의 미덕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겪는 고통에 대한 피해 의식을 절제하지 않고 한숨, 눈물, 끈덕진 탄식소란스러운 비탄으로 우리의 동정심하며 분노를 한껏 표출하고 더 큰 복수를 시도함에 중립적인 관찰자들은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스미스는 봤다. 반면 부푼 눈, 떨리는 입술과 뺨, 서먹한 듯해도 감동적인 냉정함을 유지하는 전체 행동 속에서 표현되는 비애, 조심스럽고과묵하며 위엄을 지닌 비애에 대해 우리가 존경하며 그 기품 있고 관대한 분개심에 감탄하기 마련이라는 것이 스미스의 통찰이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지극히 감내하기 어려운 참혹한 상황들이 있게 마련인데, 그러할 때 자신을 잘 모르는 타인들마저 공감할 수 있을 정도까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아주 큰 노력이 필요한 평정심에 공감하고 존경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절제하는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본다.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해 수도의 함락이 임박하고 자신의 생명이 위태로워졌으니 당연히 도망갈 것으로 모두들 생각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놀랍게도 셀카를 찍어 보여주며 끝까지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당초 항전의 확률이 지극히 낮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용기에서도 아름다움을 본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스스로 돕는 사람이 아름답다.

 

아담 스미스는 도덕 감정론에서 아름다움이 즐거움을 준다고 언명했다.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돈의 철학에서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쾌락을 선사한다고 논증한다. 진선미(眞善美) 중 으뜸은 ()’이 아니라 ()’이다. 경제학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더욱더 진실로 기쁘게살아갈 방도를 찾는 과학이니, 좋은 경제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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