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에 관한 인식 변화와 정치권의 관심 톺아보기

게임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 새로운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대 대선기간 동안 여야 후보들은 게임산업 관련 공약을 주요하게 다뤘으며, 정치권에서는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이는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셧다운제를 도입하고,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분류했던 과거와는 현저히 다른 모습이다. 정치권의 인식 변화 이면에는 청년층이 만들어 나가는 게임 문화가 자리한다. 청년들의 게임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게임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
어디서 시작됐을까

이명박 정부 당시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을 목적으로 도입된 셧다운제가 지난 1월 10년 만에 폐지됐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오후 12시 이후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하는 제도다. 셧다운제의 도입 배경에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던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 노동을 중요시하던 과거 세대에게 게임은 효율성 없는 오락으로 여겨졌다. 이경혁 게임 평론가는 "이는 당시 게임과 같은 놀이를 죄악시하던 사회적 분위기와 게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뉴미디어 포비아**의 영향"이라며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된 원인에 대해 설명했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과거에는 게임을 공부의 적이자 건강의 적으로 간주하곤 했다"고 전했다.

게임 중독의 원인을 게임 자체에서 찾는 시각 또한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했다. 실효성을 두고 많은 논란을 빚었던 셧다운제가 10년간 지속된 원인으로는 게임 중독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 지난 2015년 보건복지부가 제작한 게임 중독에 관한 공익 광고는 게임 중독에 빠진 청년이 행인을 게임 캐릭터로 오인해 폭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담았다. '게임 중독, 상상 그 이상을 파괴합니다'과 같이 게임 자체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게임 중독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조명하며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배제한 채 게임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자극적인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태 국회의원은 "게임 중독으로 인해 자기 통제력을 잃은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는 언론 보도는 게임에 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게임에 관한 부정적인 여론이 지속되자, 지난 2013년 6월 '게임중독법'이 발의되며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게임 중독을 둘러싼 논의는 학계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018년 세계보건기구(아래 WHO)는 게임 이용 장애를 중독성 행동 장애의 하위 목록으로 분류했다. 이 평론가는 "게임 콘텐츠를 중독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지만 자기 통제를 잃은 상태로 일상생활의 저해를 받는 사례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게임 중독의 원인을 게임 콘텐츠 자체에서만 찾기에 게임 중독에 얽힌 다양한 원인을 조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평론가는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현상의 특수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국내에서는 게임 중독 현상의 원인보다 중독을 전제로 한 치료법에만 집중하고 있다"라며 게임 중독 연구의 문제점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성세대의 부정적 인식과 더불어 게임 중독을 둘러싼 논쟁은 게임 문화를 위축시켰다.

변화하는 게임 문화,
진정한 게임 대중화를 위해

코로나19 이후 게임 문화가 일상화되며 게임을 둘러싼 인식 개선이 가속화됐다. 국내 게임 이용자 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급증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 10세부터 65세의 일반인 중 지난 2020년에 게임을 이용한 인구는 전체의 70.5%에 해당했다. 이는 2017년 이후 게임 이용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했던 WHO가 지난 2020년 4월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고립된 이들의 유대감을 증진하기 위해 게임을 장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어몽어스나 동물의 숲과 같이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이 힐링 게임으로 주목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게임 산업의 성장은 게임 문화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과거 게임은 이용자가 젊은 남성에 치중돼 있어 이들만의 주류 문화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모바일 게임이 보편화되면서 게임 이용자의 성비와 연령대는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언제 어디서든 특별한 장비 없이 이용할 수 있어 기존 게임과 비교했을 때 접근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 평론가는 "모바일 게임의 보편화 이후 게임을 즐기는 여성 이용자가 절반에 가까운 수준으로 증가했다"며 게임 문화가 성별을 막론하고 대중화됐음을 설명했다. 동양대 게임학과 김정태 교수는 "청년층이 게임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후로 변화했다"며 "애니팡 등의 게임은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학업과 건강의 적으로 여겨지며 4대 중독에 포함됐던 게임은 현재 세대와 성별의 구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e스포츠 문화 역시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주요 스포츠 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반면, 국내 e스포츠 대회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지난 2021년 누적 시청자 수 1억 3천만 명을 기록하며 e스포츠의 높아지는 인기를 보여줬다. 게임을 취미로 즐기던 청년들이 대학 e스포츠 리그와 같은 메이저 대회에 선수로 출전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례로 학내 e스포츠 동아리는 프로 구단과의협약 체결을 맺고 타 대학 교류전을 벌이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힘입어 e스포츠는 오는 9월 개최될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연세대 e스포츠 동아리 '연겜'은 "청년들이 e스포츠를 다른 스포츠 경기와 동일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e스포츠가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기업의 관심 속,
더 나은 게임 문화를 위해

게임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는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쳤다. 20대 대선 기간 동안 게임 산업 발전을 위한 공약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게임은 질병이 아니다"라며 게임 문화에 관한 의견을 직접적으로 밝혔으며, e스포츠 활성화 방안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불과 10여 년 전 강제적 셧다운제와 '게임중독법' 등 게임 산업을 통제의 대상으로 여겼던 법안이 발의됐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에 조 국회의원은 "게임을 즐기는 세대가 청년층을 중심으로 어린이부터 어르신들까지 광범위해졌다"며 "게임을 더 이상 어린아이의 놀잇감 정도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정치권에도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문화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실질적인 법 개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셧다운제가 폐지됨에 따라 게임 '중독' 표현을 삭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에 기존 「청소년보호법」에 명시된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은 '인터넷 게임 중독 과몰입'으로 변경됐다. 조 국회의원은 "'중독'이라는 표현은 생체가 독성을 가진 물질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라며 "일시적인 게임 과몰입 청소년에게 부정적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법안 발의의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게임에 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건강한 게임문화와 게임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문화체육부는 지난 2015년부터 게임과 학교 교육의 연계를 위한 ‘게임 리터러시 교수 직무연수'를 개최하고 있다. 게임 이용 문화의 인식 제고와 게임을 이용한 교과 프로그램 설계 등을 통해 청소년 사이에 건강한 게임문화를 확산하기 위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문화에 관한 긍정적 인식이 형성돼 더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문화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려져 왔다. 그러나 게임은 더 이상 해로운 것이 아닌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줄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한국 게임의 위상을 높이고 게임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 뉴미디어 포비아: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에 대해 공포심을 갖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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