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살 어려질 수 있는 만 나이 통일을 짚어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아래 인수위)가 제시한 만 나이 제도에 대한 여론이 뜨겁습니다. 최대 두 살씩 어려질 수 있다는 기대에 찬성의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만 나이 제도가 인수위 공약으로 채택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TheY」가 만 나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와 정착 방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세 가지 나이를 가진 한국

한국에는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라는 세 가지 나이가 존재합니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나이 계산법은 ‘세는 나이’입니다. 태어난 해에 1살이며,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해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이죠. 이는 ‘한국식 나이’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2월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이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2%는 한국식 나이 셈법에 따라 주변에 자신의 나이를 소개한다고 답했습니다. 만 나이와 연 나이로 소개하는 비율은 각각 10%와 9%로 소수에 그쳤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세는 나이가 가장 일반적인 나이 계산법으로 여겨집니다.

‘연 나이’는 지난 2001년 「청소년 보호법」의 개정으로 도입됐습니다. 태어난 해에 0살이며,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값에 해당합니다. 연 나이는 생일을 정확히 알 수 없거나 조사하기 번거로운 경우 편의를 위해 예외적으로 적용되는 나이입니다. 「병역법」, 「청소년 보호법」, 「소득세법」이 그 예시입니다. 생일 기준이 아니라, 특정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을 기준으로 병역 대상이 되거나 청소년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죠. 「소득세법」에서도 연말정산 혼선과 과다 공제 등을 막기 위해 연 나이를 사용합니다. 연 나이를 활용하면 개인의 생일에 따른 나이를 계산할 필요가 없어 효율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제도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나이는 ‘만 나이’입니다. 만 나이는 태어날 때 0살, 생일이 지나면 한살이 더해지는 방식이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나이입니다. 한국은 지난 1962년 만 나이의 제도적 도입을 발표했습니다. 만 나이는 현재 민법, 형법, 투표권의 기준일뿐만 아니라 관공서나 병원에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여전히 세는 나이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연 나이도 쓰이는 상황입니다. 

이렇듯 일상과 제도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자, 상황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한국식 나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줄곧 제기됐습니다.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국민청원은 연말·연초마다 등장하는 단골 주제이기도 하죠. 만 나이 통일에 찬성하는 목소리는 특히 청년층에서 두드러집니다. 지난 2021년 2030 세대가 주 독자인 미디어 스타트업 뉴닉의 ‘만 나이 표준화’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천21명 중 83.4%가 만 나이 표준화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건국대 행정학과 김준모 교수는 “사회로 나서는 청년들이 법과 제도를 마주하면서 나이 제도의 불편함을 직접적으로 경험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혼란 없는 사회를 위한
만 나이 통일

지난 4월 11일 윤 당선인 인수위는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 기준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나이 계산법이 통일되지 않아 행정서비스를 받거나 각종 계약을 해석할 때 혼선이 지속됐으며,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발생해왔다는 이유입니다. 남양유업의 노사 단체협약에 56세로 명시된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를 두고 분쟁이 벌어진 것이 그 예시입니다. 노조는 만 56세로, 사측은 세는 나이 56세로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6년간 법적 분쟁이 이어졌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1심에서는 세는 나이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의 2심은 만 56세로 적용해야 한다는 재심 판정을 내놓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법원은 사측의 주장대로 세는 나이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이 계속해서 번복될 만큼 계약상의 나이 계산에 관한 혼선과 분쟁이 지속되는 것이죠. 

일상에서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한국식 나이와 정부 공문서에서 사용되는 만 나이의 혼선으로 불필요한 의사소통 비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 2021년 12월, 정부는 2월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방역 패스를 12세부터 17세까지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만 10세, 11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의 방역패스 적용 여부에 대한 혼란으로 공공기관에 관련 내용을 재차 문의했습니다. 부모들은 혼란을 겪고, 담당 공무원들은 나이 기준을 다시 설명하며 불필요한 업무를 추가로 하게 된 것이죠. 만 나이로 통일할 경우 이러한 불필요한 의사소통 비용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제 사회에서의 혼란도 줄어들 전망입니다. 세는 나이를 사용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합니다. 서양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베트남, 북한 등 우리와 문화가 유사한 동양의 여러 나라마저 만 나이 계산법을 사용합니다. 한국식 나이 셈법은 ‘Korean Age’라는 고유명사로 불릴 정도입니다. 김지혜(24)씨는 “교환학생 도중 만난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식 나이 셈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나이를 소개할 때마다 불편을 겪었다고 전했습니다. 최서영(22)씨는 “외국인 친구와 동갑인 줄 알고 있었으나, 나이 계산법이 달라 호칭 정리를 다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만 나이로 통일된다면 외국에서 나이를 계산할 때 더 이상 오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습니다.

취업준비생들 역시 만 나이를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4월 인터넷 채용 브랜드 인크루트가 직장인 및 취업준비생 9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만 나이 기준 계산법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80.4%였습니다. 신입사원 나이 상한선에 대한 압박감이 존재하기에 최대 두 살 어려질 수 있는 만 나이 통일을 환영하는 것이죠. 취업을 준비하는 최주형(25)씨는 “기업에서 젊은 사람을 선호한다는 인식이 있다”며 “생일이 늦기 때문에 만 나이로 통일된다면 취업 준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만 나이 통일,
바람직한 나이 문화를 위해

만 나이 통일에 반대하는 목소리 또한 존재합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나이 통일의 반대 근거로 ‘세는 나이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로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40%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다양한 나이 셈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히 혼용해 사용하고 있어 불편함이 없다’는 답변이 33%로 많았으며, ‘한국식 나이 폐지로 얻는 사회적 이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 30%로 집계됐습니다. 정수진(25)씨는 “세는 나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온 문화”라며 “행정업무 외에는 공식적인 만 나이 통일로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공식적인 나이를 만 나이로 통일할 경우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법률 대다수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나이를 판단합니다. 그러나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 등 일부 법은 연 나이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에 기존 법 개정의 필요성이 제기될 뿐만 아니라, 이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김성훈 변호사는 “만 나이를 공식적으로 도입할 경우, 민법과 행정법을 포함한 모든 부문의 규정을 분명하게 바꾸는 작업이 필요해질 것”이라며 “「병역법」과 「청소년 보호법」 등 일률적 판단이 용의한 법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만 나이 통일을 위해서는 한국 연령주의와 서열 문화의 극복이 필요합니다. 한국에는 나이에 따라 철저히 서열을 구분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연령주의 문화는 노인을 배려하고 공경하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서열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한두 살 차이임에도 과도한 높임말을 사용하거나 서열을 나누는 경우가 그 예시입니다.

이에 만 나이로 통일하더라도 일상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실제로 만 나이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해는 1962년이지만 여전히 일상에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한빈(25)씨는 “한국 사회는 군대 문화의 영향으로 유독 나이와 직급을 중요시한다”며 “만 나이로 통일되더라도 한국식 연령주의가 하루아침에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우려를 밝혔습니다. 박진철(21)씨는 “만 나이가 적용된다면 기존의 서열 문화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오랫동안 정착된 문화인만큼 한순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와 청년들은 만 나이 통일이 연령주의를 없애는 방향으로 실현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만 나이 제도가 일상의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한국리서치가 만 나이 도입 방식에 관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 나이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 중 58%가 ‘만 나이 사용을 법이나 제도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어 ‘적극적인 캠페인과 홍보 활동을 통해 만 나이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38%를 차지했습니다. 단순히 만 나이 사용을 권장하는 것만으로는 서열문화와 연령주의를 없애기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명확한 만 나이 규정을 마련하고, 연령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해야 합니다. 전통문화원 문정인 원장은 “기성세대와 청년 모두 ‘나이는 권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며 “각 세대가 이룬 업적을 존중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윤 당선인 인수위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를 안고 있는 ‘만 나이 통일’을 위해 오는 2023년까지 구체적인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 나이 통일을 위해서는 「청소년 보호법」과 「병역법」 등 일부 법률의 나이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연령주의를 완화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만 나이 통일이 형식적인 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녹아들 수 있도록 세심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 임금피크제: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시점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근로자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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