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독립서적,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

 

메리골드의 꽃말은 무엇일까. 책을 다 읽고 나면 답을 알게 되리라는 작은 기대를 품고 열어본 책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는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은 청년 12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다양한 이유로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자 했던 그들은 다 함께 모여 예술 치료 워크숍을 진행했고,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과거 자살을 시도했던 청년들의 이야기는 ‘오늘’과 ‘나’ 그리고 ‘살아감’의 가치를 일깨운다.

 

“오늘이 늘 괴로워서 나는 머리가 미쳐버렸고, 숨은 폐에 닿지 않았으며
삶이 주는 압박감에 배를 찢어 늘 고통의 알을 산란했다. 
그 알 속에서는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남들보다 내가 못나서, 죽을힘을 다해 사는 것보다 
살 힘을 다해 죽는 게 더 쉬웠다.“

 

우리 사회의 청년 자살률은 심각한 문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20대 사망자 중 자살로 인한 사망은 전체의 5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자살시도자의 삶에 무관심하며, 그들을 다분히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살시도자’라는 다섯 글자에는 불편한 시선이 담겨 있다. 자살시도자는 매 순간 어둡고, 불행하고, 약해 보이는 존재로만 여겨진다. 이들은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인해 세상에 자신의 이야기를 소리 내지 못한 채 고립된다.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는 편견에 가려졌던 자살시도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들은 ‘자살 시도’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와 얼굴을 세상에 드러낸다. 자살 시도를 고백하고,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며, 나에게 오늘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고 정리한다. 불완전하고 평범한 ‘나’와 ‘오늘’에 관한 12가지 이야기는 세상 한구석에서 홀로 괴로워하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끝을 맺으려 했더니 시작하고 싶었다.
오늘의 내가 무한히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게 인생이다.
달릴 때는 땀과 흙먼지로 더럽지만 달려온 길에는 행운 씨앗이 분명
심어졌을 거고 넘겨온 감정 바통은 아주 튼튼할 것이다.
그래서 열심히 오늘을 달리는 나도, 당신도, 모두가 소중하다.“

 

12명의 청년은 ‘나를 위한’ 8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걸음을 멈추기로 선택했던 그들에게는 어쩌면 위로와 공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혼자서 견뎌내기보다 다른 사람과 감정을 나누며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12명의 자살시도자가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를 쓰며 맞이한 변화다. 이들은 스스로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이따금 아프고 힘든 하루가 찾아와도 내가 나를 위한 가장 큰 지지대가 될 힘을 얻었다.

12명의 자살시도자 중 한 명인 이예린씨는 자신의 오브제와 함께 ‘오늘’에 대한 에세이를 써 내려갔다. 그는 에세이에서 ‘불행이 불공평할 만큼 넘쳐 좁은 몸이 버틸 수 없었다’며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끝을 맺으려던 찰나에 그는 ‘오늘’이라는 순간이 특별하다고 느꼈다. 버거웠던 오늘이 쌓여 만들어진 감정의 바통은 결국 스스로를 성숙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힘들었던 오늘을 버텨낸다면, 그만큼 감정은 더욱 단단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 자양분이 되는 ‘오늘’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삶을 중단하려 했던 이가 전하는 ‘오늘’과 ‘스스로’에 관한 이야기는 독자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넨다. 이씨는 자신의 마음과 흘러넘치는 감정을 각각 숟가락과 바다에 비유했다. 그가 우울감을 ‘숟가락이 바다를 담고 있다’고 묘사한 부분은 버틸 수 없었던 인생의 시련과 닮았기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포기보다 살아감을 선택함으로써 매 순간과 오늘이 특별해진다는 이야기는 삶을 포기하고 싶어질 순간마다 곱씹을 수 있는 큰 응원이다. 그는 무한한 사랑스러움에는 끝맺음이 없다며 위로를 건넨다. 자살시도자가 그려가는 오늘은 울림 있게 다가와 내일을 기대하게 한다.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다. 이씨를 포함한 12명의 자살시도자는 자신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고, 함께 이야기하고, 서로에게 공감하며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자살 시도 경험은 지나치게 엄중하게 다룰 이야기도, 금기시해야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자살시도자가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고백할 때, 세상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다 함께 완성한 그들의 이야기는 삶의 걸음을 멈추고자 하는 이에게 메리골드 한 송이를 선물한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자료사진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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