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예측은 양면성을 가진다. 미래를 대비하도록 도와주기도 하지만, 편견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이유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생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누구든 앞으로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인생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으며, 결국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함을 일깨운다.

 

지능이 낮다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살아가진 않아

 

포레스트 검프는 선천적으로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다. 그의 아이큐는 75로, 정상으로 취급되는 기준선인 80보다 약간 낮은 수치다. 그는 남들과 다른 신체적 특징도 갖고 있다. 약한 다리 때문에 보조 장치를 착용하고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를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대하지만, 어머니는 그를 보통 아이들처럼 키우고자 한다. 포레스트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어머니는 그를 일반 학교에 데려간다. 어머니는 포레스트를 특수학교로 보내야 한다는 교장의 말을 거부한다.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진한 면이 있지만, 남들과 똑같은 기회를 얻게 할 거예요.
재생 타이어나 만들게 특수학교에 안 보낼 거예요.”

 

어머니의 노력으로 포레스트는 일반 학교에 진학한다. 등교 첫날, 또래 남자아이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그를 무시하며 옆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학교 밖에서도 그를 만나기만 하면 저능아라고 욕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그를 따라다니며 돌을 던지기도 한다. 그 순간마다 그는 보조 장치를 달고 힘겹게 도망가야만 했다. 어느 날, 그는 달리는 도중에 보조 장치가 부서졌음에도 빠르게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후 그는 보조 장치 없이도 잘 다니게 된다. 허약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달리던 시간이 쌓여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게 된 것이다.

또래 남자아이들의 괴롭힘은 고등학생 때까지도 지속된다. 자전거 대신 자동차를 타고 괴롭힌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점이다. 포레스트는 괴롭힘을 피하려고 샛길로 달리다가 미식축구팀 감독의 눈에 띄게 된다. 그는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한다. ‘저능아’라는 이유로 겪던 시련은 지식인의 상징인 대학 입학이라는 선물로 바뀐다.

대학에서의 미식축구 선수 생활 또한 성공적이었고, 포레스트는 대학을 무사히 졸업한다. 졸업식 당일, 그는 우연히 육군 입대를 권유받는다. 군 생활은 그에게 완벽하게 맞았다. “상사의 명령에 따르기 위해” 입대했다는 포레스트는 군인이 천직이라는 칭찬을 받는다. 중대 내에서 최단 시간 내에 총을 조립해 장교 후보학교에 추천할 만하다는 찬사를 듣기도 한다.

포레스트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업적을 이뤄내는 모습은 우리의 편견을 깨부순다. 지적 장애를 지닌 사람은 특수학교 졸업 후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된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보통 사람들과 경쟁하는 경우는 드물며, 은연중에 그 자체가 불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화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달리기 능력으로 학위를 따내고, 남들보다 뛰어난 군 생활을 하는 모습은 지적 장애가 삶에 방해물이 되지 않음을 전한다.

 

인생이란 우연과 필연의 합집합

 

포레스트는 군 생활 중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전쟁 도중 댄 테일러 중위를 상사로 만난다. 댄 중위는 전통적인 군인 가문 출신이다. 그는 군인으로서의 큰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베트콩과의 싸움을 치르던 어느 날, 소대 전체가 습격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포레스트는 도망가지 못한 몇몇 소대 구성원들을 숲에서 찾아 구출한다. 두 다리를 잃은 댄 중위는 구출되기를 극심하게 거부하지만, 포레스트는 그를 구출했다. 그는 병상에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 포레스트의 멱살을 잡고 왜 자신을 살렸냐며 화를 낸다. 소대원들과 전쟁에서 함께 죽어야 했던 자신의 필연을 거스르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필연이 존재한다고 믿는 댄 중위에게 이를 거스른 삶은 우울하고 깜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 후 포레스트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는다. 죽음을 직감한 어머니는 그에게 앞으로 남은 운명도 잘 개척해야 한다는 말을 남긴다. 그가 자신의 운명이 무엇이냐고 묻자, 어머니는 그것은 앞으로 알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인생이란 한 상자의 초콜릿 같단다.
뭐가 걸릴지 아무도 모르거든.”

 

어머니는 포레스트에게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포레스트는 첫사랑인 제니와 재회한다. 제니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만 바라본 그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둘은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제니는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한다. 그는 크게 상심하며 제니와의 시작과 끝은 예측할 수 있던 것인지 되돌아본다. 운명이 필연으로 구성된다는 댄 중위의 말과 우연으로 구성된다는 어머니의 말 사이에서 정답을 고민한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결국 인생은 필연과 우연 모두로 이뤄져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포레스트 검프』는 필연과 우연으로 뒤섞인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한다. 포레스트의 인생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기도 했으며, 예측할 수 있던 방향대로 전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필연이든 우연이든, 모든 순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포레스트는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는 운명에 자신을 맡기려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가장 행복하고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행동했다. 이것이 포레스트 검프가 아름다운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포레스트 검프』는 필연과 우연에 개의치 않고 매 순간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결국 인생이란 자신의 의지로 만들어 나가야만 만족스럽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인생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갈 단서를 찾아보면 어떨까.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자료사진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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