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기자, 남형도씨를 만나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는 수습기자 시절 장애인의 심정을 직접 느껴보고자 휠체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불편함을 처음 느꼈다. 이후 그는 기획 기사를 쓰기로 다짐했고, 이는 지금의 ‘체헐리즘’이 됐다. 체험을 통해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믿는 남 기자는 진실의 깊숙한 이면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저널리즘의 한계를 체험으로 극복하다

 

‘체헐리즘’은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친 남 기자만의 특별한 취재 방식이다. 기자가 취재원의 입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를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 기사와 다르다. 남 기자는 수능 시험 보기,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 보디 프로필 촬영하기 등 체험이 가능한 소재로 기사를 연재해 왔다. 그는 “체헐리즘은 취재원의 삶을 직접 경험하고 느낀 점들을 기사에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남 기자는 체헐리즘은 르포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문제의 원인을 조명하는 것이 르포라면, 체헐리즘은 취재원과 동일한 시선에서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어려움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현장 취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취재원에게 다가가는 깊이의 정도에서는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남 기자는 기사 작성 과정에서 ‘시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취재원과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경험하며 만들어진 기사는 독자가 기사에 더욱 쉽게 공감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체헐리즘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는 비결이다.

진정성이 담긴 체험 내용 역시 체헐리즘이 독자로부터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다. 남 기자는 체험의 순간만큼은 취재원과 하나가 돼 그들의 삶에 임한다고 말한다. 그는 롯데타워 창문 닦기 체험을 회상하며 “오전 체험이 끝난 후에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 오후에는 작업을 그만두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체험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로 ‘독자와의 약속’과 ‘스스로 부여한 규율’을 뽑았다. 진정성 있는 기사를 위해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준수하는 그의 모습은 체헐리즘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시선을 돌려 무관심에 집중하다

 

체헐리즘의 매력 중 하나는 사회의 관심이 닿지 않는 곳을 조명한다는 점이다. 기성 언론은 수익을 우선시하다 보니 무의미한 보도 경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진정성은 후순위다. 기성 언론 대다수는 정치인, 기업인, 혹은 유명인들의 소식을 앞다퉈 보도하는 데 주력한다. 죽음과 같이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는 먼저 귀 기울이지 않는다. 설령 이들을 조명하더라도 현상 자체만 소비하는 데 그치기도 한다. 

체헐리즘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혹은 화제가 됐지만 깊이 다뤄지지 않은 것을 소재로 한다. 남 기자는 높은 조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주제보다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한다고 전했다. 그가 ‘체험’이라는 취재 방식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본인이 사회적 약자에게 시선을 보냄으로써 독자들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취재에 나선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남 기자 스스로 변화를 거듭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는 체헐리즘을 통해 무엇보다도 예의와 존중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더 사려 깊게 다루게 됐다”며 “함부로 짐작하는 태도를 지양하게 됐다”고 전했다. 모든 존재는 귀하다는 점과 사회적 인정과 별개로 누구나 각자의 자리에서 부단히 생(生)을 이어가려 애쓰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낀 것이다.

 

그는 “좋은 기사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기자와 독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자는 반드시 알려야 하는 내용을 기사를 통해 가시화해야 하며, 독자는 이러한 기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심은 남 기자가 독자들에게 기대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다. 우연히 눈에 보이는 기사만 읽는 게 아니라, 좋은 기사를 기꺼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 이제형 수습기자
송혜인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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