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을 거부하는 ‘지역극장’, 그들이 그려내는 세계

오늘도 많은 이들이 연극을 보기 위해 혜화 대학로로 향한다. 그러나 대학로 밖에도 극장이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를 ‘지역극장’으로 명명했다. 비록 제대로 된 매표소도, 큰 전광판도 없는 극장들이지만, 이들은 색다른 시도를 꾀하며 극장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있다. 연세대 근처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신촌극장과 연희예술극장을 만나봤다.

 

다시 ‘新村’을 꿈꾸다, 신촌극장

 

   햇빛을 이용한 공연이 가능한 ‘신촌극장’의 무대
   햇빛을 이용한 공연이 가능한 ‘신촌극장’의 무대

 

Q. 자기소개와 신촌극장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신촌극장의 대표 전진모다. 신촌극장은 신촌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옥탑 극장이다. 다른 극장과는 달리 전철이 극장 앞을 지나다니고, 창문에 햇빛이 들기도 한다. 극장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특성을 기회로 활용하는 창작자들의 작품을 올리고 있다. 창작자와 관객이 연극에서 촉발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살롱을 꿈꾸는 공간이기도 하다.

 

Q. 신촌극장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대학 생활 동안 연세대 사과대 극회 ‘토굴’에서 활동했다. 졸업 이후 연출가로서 연극 활동을 해오다가 토굴 출신 후배가 운영하던 술집에서 함께 낭독공연과 작품 기획을 한 적이 있다. 이를 후배들과 함께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롭고 독특한 정체성을 추구하는 조그만 극장을 열기로 결심했다. 대학로가 아닌 우리들의 공간인 신촌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신촌과 연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신촌극장을 열게 됐다.

 

Q. 신촌극장을 운영하며 느낀 지역 예술의 현주소는 무엇인가.

A. 극장 지원 정책은 대부분 대학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대학로에 집중함으로써 한국 공연 예술 전반에 피라미드식으로 파급 효과를 일으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디어가 여러 지역을 조명하면서 번화가가 아닌 지역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극장도 대학로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만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Q. 신촌극장과 같은 극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신촌극장은 창작자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옥탑은 기존 극장에 비해 공간이 좁아 가벽을 세울 수 없고 못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제약만이 가지는 장점도 있다. 신촌극장은 조명으로 옥탑 자연광을 이용하거나 공연 중에 창문을 열기도 한다. 공연 중 들리는 경의중앙선 전철 소리도 하나의 매력이 된다. 대학로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효과다. 이러한 점에서 신촌극장은 창작자들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Q. 신촌극장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신촌극장이 단지 공연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닌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많은 사람이 신촌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곳으로 여긴다. 대학을 졸업한 후 그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곳일 뿐, 이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힘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촌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신촌극장만의 새로움을 경험해 이곳에 머무르길 바란다.

단순히 극을 올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발견과 만남의 장을 마련하는 것 역시 목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전에는 공연을 보고 난 후 창작자와 관객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끔 했다. 창작자들이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새로운 팀을 만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상식의 틀을 깨는 이방인, 연희예술극장

 

높은 층고를 활용할 수 있는 ‘연희예술극장’의 무대
높은 층고를 활용할 수 있는 ‘연희예술극장’의 무대

 

Q. 자기소개와 연희예술극장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연희예술극장에서 대표직을, 극단 ‘이방인’에서 연출을 맡고 있는 신재철이다. 연희예술극장은 카페와 극장의 경계를 무너뜨려 창작자와 관객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형태의 극장이다. 공연 후에는 만남의 장을 지속적으로 열어 신진예술인과 관객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Q. 극단과 극장을 꾸린 계기는 무엇인가.

A. 내가 하는 연극은 주류와 대비되는 이방인이라 생각했다. 상업극이 위주인 대학로의 정서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이에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극을 기획하는 ‘이방인’이라는 극단을 꾸리게 됐다.

연희예술극장은 카페와 극장을 겸하는 프랑스의 ‘카페 떼아뜨르’ 문화를 체험한 후 설립을 결심하게 됐다. ‘카페 떼아뜨르’ 문화 중 극을 보며 자유롭게 음료를 마시고 소통하는 문화에 영감을 받았다. 연극은 배우와 관객 간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중요한 예술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일반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상식에 어긋난 연극을 하고 싶었다. 극장에서 휴대폰 사용, 음식물 섭취, 대화, 사진 촬영 등을 제한하지 않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Q. 연희동에 극장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연희동의 고즈넉함에 매료돼 극장을 열게 됐다. 양면성이 매력적인 이곳에서 고전적인 극과 현대적인 극 모두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Q. 실험적인 극장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다양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술의 다양화를 위해선 공간의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특색 있는 공간에서 다양한 극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별, 연령대 등 각자의 특징과 성향에 맞는 소재나 콘텐츠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극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Q. 지역 예술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지금까지의 지역 예술 사업은 결과에 많이 치중됐다. 결과물을 빠르게 요구하고, 모든 지원을 1년 이내에 끝내는 방식이다. 결과론적인 예술 사업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집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재단과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요구될 것이다. 더불어 예술 시장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 특히 직업적인 안정성을 내려놓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독립 큐레이터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려는 인간의 활동 및 그 작품’을 의미한다. ‘아름다움’은 획일화될 수 없다. 그렇기에 실험적이고 도전적으로 극장을 운영하는 두 대표와의 만남은 어쩌면 일반적이지 않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찾는 길이었다. 대학로 바깥에도 아름다움이 있다. 이곳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찾아가길 바란다.

 

 

글 김대권 수습기자
김민서 수습기자

김혜진 수습기자
chunch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