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문적인 학술 논문지에 미성년자들이 공동저자로 등재돼 있는 건이 2007~2017년까지 무려 794편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비록 미성년자라 해도 연구과정에 기여한 바가 명백하다면 공동논문의 저자 등재를 통해 향후 더 많은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워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후속연구로 이어진 경우는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 상당수는 대부분 국내대학 입학 혹은 유학 진학을 위한 스펙으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비록 소수일지 모르나 대학 입학과정이나 취업과정에서 부모의 지위에 따른 무언의 압력과 상호거래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언은 우리 사회 지성의 한 복판에서 여전히 편법과 불법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곧 출범할 새 정부의 교수 출신 장관후보자의 자녀 역시 소위 ‘아빠찬스’를 통해 의과대학에 편입학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금수저’의 영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케이스다.

시(詩)와 예(禮)의 책을 읽지 않는 자식에게 제자들에게 한 것과 똑같이 근엄하게 꾸짖었다는 공자의 정훈(庭訓, 가정의 교훈)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자녀에 대한 애틋한 정은 누구에게나 인지상정(人之常情)이지만 공공의 장에서 만큼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삶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사회정의의 상식이다. 지성과 양심의 푯대라고 하는 대학의 교수들이 자녀의 입학과 출세를 위해 이런 기본적인 원칙마저 외면하고 부정행위를 자행한다면 그 사회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미성년 교수 자제들의 편법적 공저자 등재 행위는 경쟁의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청년들은 물론 과학의 미래를 밝힐 연구자들을 분노와 좌절에 빠뜨린다. 여전히 재단의 비리,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피기에 바쁜 대학행정, 자본의 노예화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또한 오늘날의 대학 현실이다. 연고주의로 똘똘 뭉친 부패의 카르텔을 끊어내기 위한 단호한 법적, 제도적 조치는 물론 대학 지성인의 양심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대학의 가치가 무너지면 그 사회의 미래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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